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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3/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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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의 또다른 얼굴…질소산화물 뿜어내는 오염배출원  
비료의 또다른 얼굴…질소산화물 뿜어내는 오염배출원

김정수 선임기자

미세먼지·오존 만드는 질소산화물
미 캘리포니아주 농경지 조사 결과
전체 배출량의 20%…주범은 비료
한국 질소비료 투입량 더 많지만
배출량 통계엔 암모니아만 포함

살충제·접착제 등 휘발성화학제품
자동차보다 유기화합물 더 배출
오염 관리 첫걸음은 현황 파악
누락 배출원 점검에 우선순위를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미세먼지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해마다 미세먼지와 미세먼지를 만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산정해 발표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은 보기 어렵다. 빠뜨리거나 저평가한 배출원과 배출량이 많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016년 6월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며 국내 미세먼지(PM2.5)의 41%가 사업장, 17%가 건설기계, 14%가 발전소, 11%가 경유차, 6%가 비산먼지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정부 미세먼지 대책 수립에 활용됐을 이 배출원 기여도를 정확하다고 믿는 전문가는 만나기 어렵다. 기여도 분석의 기초가 된 국립환경과학원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에 아예 반영되지 않은 숨은 배출원이나 배출량이 과소평가된 배출원이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끔 흙먼지를 날려보내는 것 외에는 대기오염과 무관할 것으로 보이는 농경지도 그런 배출원 가운데 하나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지난달 31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캘리포니아 농경지의 질소산화물(NOx) 순배출량이 캘리포니아주 전체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2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들이 계산해낸 농경지 기원 질소산화물 배출 비중은 자동차 기원 배출 비중(36%)의 절반이 넘는 것이다.

일산화질소(NO)와 이산화질소(NO₂)로 대표되는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2차 미세먼지와 오존을 형성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자동차나 산업시설·발전소 등의 연료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배출된다고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의 농경지를 거대한 질소산화물 배출원으로 만드는 주범으로 농경지에 뿌려지는 비료를 지목했다.


이들이 항공 측정과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결과, 캘리포니아 농경지는 비료를 통해 1㏊당 매년 평균 131.8㎏의 질소 성분을 공급받으며 평균 19.8㎏의 질소산화물을 방출하고 있었다. 질소산화물 방출은 비료가 살포되는 시기에 가장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농경지에 비료로 과도하게 투입된 질소 성분이 토양 미생물에 분해되는 과정에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질소산화물도 배출된다는 사실은 대기관리 정책 담당자들로부터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에 농업 부문 대기오염 물질로 비료 사용과 축산 분뇨에 의해 발생하는 암모니아(NH₃)만 포함시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림축산식품 주요 통계’를 보면 2016년 한국의 농경지에는 총 45만t, 1㏊당 평균 268㎏의 화학비료 성분이 투입됐다. 이 화학비료 성분 가운데 질소 성분이 약 58.7%인 것을 고려하면, 농경지 1㏊에 화학비료로 투입된 질소는 157.3㎏으로 계산된다. 캘리포니아보다 19%가량 많은 양이다. 농경지의 질소산화물 대량 배출을 바다 건너 이야기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다.

김득수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비료로 토양에 많이 유입되는 질소 성분이 암모니아나 일산화질소, 이산화질소 등의 대기오염물질로 바뀌어 오존이나 2차 미세먼지 농도를 높이는 부분은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이미 20~30년 전 연구가 됐지만, 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오염물질에 밀려나 있었다”며 “이제는 이처럼 조금 도외시하거나 간과했던 부분들도 찾아 메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프레이 페인트 등의 휘발성 화학제품들은 자동차보다 배출 비중이 높은 오염원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학계에 소개된 또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석유계 생활화학제품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량도 농경지의 질소산화물과 같은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저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석유화학제품의 생산·유통·사용 과정과 연료 연소 과정에서 방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대기 중에서 광화학 반응을 통해 오존과 2차 미세먼지를 만드는 전구물질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콜로라도대, 예일대 등의 연구자들은 지난 15일 학술지 <사이언스>에 미국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 산정에서 살충제, 코팅제, 인쇄 잉크, 접착제, 세정제와 로션, 향수 등의 휘발성화학제품(VCPs) 기원 배출량이 2~3배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놀랄 만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들은 화학물질 생산 자료 분석, 실내외 대기 측정과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 시험 등을 통해 미국의 석유화학계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원에서 휘발성화학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9~62%로 자동차 같은 이동 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중(15~42%)보다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대상으로 한 2차 미세먼지 유발 잠재력 조사에서는 석유화학계 휘발성유기화합물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2차 미세먼지 총량 1만1500t 가운데 42%가 소비자용 휘발성화학제품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운행 과정에서 배출되는 휘발성유기화합물로 유발되는 2차 미세먼지는 이보다 적은 37%였다.

국내는 어떨까?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4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를 보면, 국내 휘발성화학제품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은 ‘가정 및 상업용 유기용제 사용’ 항목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 13만5505t에 포함돼 있다. 이 배출량은 국민 1인당 2.64㎏의 배출계수를 적용해 산정했다.

환경과학원 배출량 산정 담당 여소영 연구사는 “생활화학제품들의 휘발성유기화합물 배출량만 따로 가려낼 수 없어 과소나 과다 평가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도 미국처럼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용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자동차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엄격한 관리를 통해 줄어들면서 생활화학제품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앞으로 오존과 미세먼지 대책에서는 생활 속 휘발성유기화합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 점점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산정하지 못하고 있는 배출원은 그밖에도 고기구이, 장작 사용, 각종 연소시설의 대기오염 정화용 ‘선택적 환원 촉매 저감장치’(SCR)에서 방출되는 암모니아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대기오염 관리는 배출량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하는 만큼 누락 배출원을 파악하는 것에 정부 대기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2018.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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