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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26(월)
조회: 156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대결과 우정 / 서의동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대결과 우정

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위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이처럼 따스하게 해준 한·일전이 또 있었을까. 18일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이상화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小平奈緖)와 다정하게 포옹하며 격려하는 모습은 올림픽 정신을 일깨우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36초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고다이라는 2위로 경기를 끝낸 뒤 눈물을 쏟아내던 이상화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잘했다. 여전히 너를 존경한다”고 위로했다. 둘은 어깨동무를 한 채 각자의 국기를 흔들며 트랙을 돌았고, 관중들은 박수와 환호로 격려했다. ‘승패를 떠나’라는 관용구가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주니어 선수 때부터 함께 겨루면서 우정을 쌓아왔다. 늘 긴장을 놓지 않고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준 라이벌이자 친구였다. 둘이 만나면 한국어,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일본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고다이라는 경기 후 이상화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를 묻자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잘했어’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고다이라는 “2014년 서울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직후 네덜란드에 가야 했는데 이상화가 공항 가는 택시비를 대신 내줬다”고 했다. “내가 1위를 차지해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는데 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회상했다. 이상화는 “잘했건, 못했건 서로를 늘 격려해줬다. 나오는 내게 남다른 스케이터”라고 했다.

스포츠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한·일전’은 민족적 자존심이 이입된 감정대결로 치달았던 적이 많았다. 스포츠 경기가 인터넷 공간의 악플 대결로 비화하는 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화-고다이라의 깔끔하고 우정 어린 대결에는 양국 누리꾼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한·일 간에는 영토문제와 과거사를 둘러싼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채택했던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이 올해로 20주년이 되지만 양국관계에는 일본군 위안부, 독도 영유권 등을 둘러싼 냉기류가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두 나라가 이상화-고다이라처럼 넉넉하게 우정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를 고대해 본다.

* 경향신문, 2018.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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