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연구소
2018/1/8(월)
조회: 91
HAPPY NEW 준열(빅 이슈)  
HAPPY NEW 준열

글 박현민
사진 이수진


보기보다 더 단단하다. 타인에 대한 배려,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고민이 적절하게 혼재해 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긍정적 에너지를 주고 싶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는 일단 뭐라도 저질러보자는 행동파다. 본업인 연기에 대한 애정과 욕심은 물론, 인생에 대한 신념이나 가치관까지 꽤 또렷한 '보기 드문' 청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만났을 당시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나 실제 이상형, 롤모델 등을 웃으며 이야기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그다. 근 2년, 그는 성장했다.

정말 정신없지 않았나? 2017년 영화 [더 킹], [택시운전사], [침묵]을 연달아 개봉했고, 이미 찍어둔 [리틀 포레스트], [돈], [독전]이 2018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웃음) 오랜만에 만나는 분들이 모두 다 바쁘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바빴다'고 답하기도 뭐하다. 먹을 거 다 먹고, 잘 때 자고 하는데 괜히 민망하다. 어떤 의미에서는 감사하다. 일이 없는 것보다는 누군가 찾아줘서 이렇게 바쁜 게 당연히 좋다. 정신없이 사는 와중에 내 것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 방법 같은 것을 터득하는 과정(시기)인 것 같다.

쉽지 않을 일이다. 터득했나?

여행을 통해서 찾으려 한다. 여행도 피곤함이 생길 수 있다. '여독'이라는 단어가 있지 않나.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가는 건데, 전투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고(웃음). 좀 더 현명하고자 고민한다. 누구랑 가느냐도 중요하다. 여행이란 가족 이외의 사람과 오랜 시간 붙어 있는 거다. 배려가 중요하다. 완전히 같을 수는 없기에 각자 배려하다 보면, 몰랐을 것을 이해하고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남의 눈치를 보는 타입인데, 배려는 이런 눈치에서 시작된다. '저 친구가 뭘 좋아할까', '뭘 원할까' 하는 것.

아버지와 해외 축구 여행을 떠나는 꿈을 이뤘다. 또 다른 바람은 없나?

중학교 때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보고 싶어 짧게 다녀왔다. 좋았다. 그 친구들과 밤새 노는 건 해봤는데, 며칠을 함께 보낸 건 처음이다. 이야기를 나누며 뭔가를 공유하는 게 참 좋더라.

친구들과 있을 때의 류준열은 어떤가?

일단은 평소보다 말수가 확 줄어든다(웃음). 요즘 어딜 가도 사람들과 함께다. 하다못해 차 안에 있더라도 매니저와 함께다. 그런데 그 친구들과 있으면 혼자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편해진다. 굳이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특별한 경험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용납되는.

축구도 좋아하고, 워닝도 좋아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인 것같은데.

친구들중 모난 사람이 없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지 않나? 우리는 다 둥글둥글하다. 축구나 위닝이나, 이기고 지고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그걸 하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게 진짜 좋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후 많은 게 달라졌다. 가장 체감하는 건?

팬이 생겼다. 과거에는 없었다. 응원해주는 사람은 가족과 친구뿐이었다. 지금은 모르는 사람들이 응원을 해준다. 그게 사람을 바뀌게 한다. 그분들은 제게 에너지 같은 것을 받아간다. 그러니 그게 좋은 에너지며 좋겠다. 나 자체가 좋은 사람이면 싶다. 이건 배려와 좀 다르다. 내가 관심을 가지면 그걸 그분들이 나누고 공유한다. 이런 게 인생의 큰 기쁨과 행복 중 하나가 아닐까. 굉장히 감사하다.

작품을 쉼 없이 했다. 휴식이 좀 필요하지는 않나?

휴식은 힘든 일을 했을 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 근데 그걸 끝낸 후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오히려 스트레스다. 이걸 끝냈으니 쉬어야 한다는 것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나서 보상받고 싶은 것이라 생각한다. 연기도 축구와 마찬가지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좋아서 하는 연기를 하면서 어떤 기분이 드나?

'연기, 아 어렵다!' 이런 생각?(웃음) 하면 할수록 어렵다. '어디까지 어렵나 한 번 보자'하는 시기인 것 같다. 언제쯤 잡겠냐고? 아마 평생 못 잡을 거다.

최근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ISC(환경 감시선 활동을 위한 기본 교육 : On board Induction to Greenpeace Ships Course)'를 이수하고 왔다. 이 역시 그러한 맥락인가? 좋아서 하는 일.

맞다. 아프리카 여행을 하면서 자연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본래는 인간이 만든 거대한 건축물, 예를 들면 피라미드 같은 것을 보며 신기해하고 좋아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았다. 자연 그대로의 아프리카를 보면서 '뭔가를 인위적으로 가공한 것이 꼭 필요한 게 아니구나. 그대로 있어야 할 것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흔치 않고, 쉽지 않은 결심이다. 생활의 많은 것들이 부딪힌다.

사실 그렇다. 이렇게 생각하면 쉽다. 지구에 10~20명이 산다면 내가 행동하는 모든 것이 아주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60억 인구가 사는 곳이라면 어떨까? '하루 소등하기'처럼 사소한 일도 쌓이면 엄청날 수 있다. '플라스틱 제로'나 '일회용품 안 쓰기'도 마찬가지다. 모든 걸 안 쓰기는 힘들다. 컵 홀더나 빨대 사용하지 않기 정도부터다. 다같이 동참하는 거다. 요즘은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일회용 젓가락과 스푼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팬들한테 좋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는 것과 연결되어 있고?

내 팬들이 배달 음식을 시킬 때 그렇게 한다면, 10명에서 100명이 되고, 100명에서 또 1000명이 될 수 있다.

1월 초에는 컴패션(국제어린이양육기구 : Compassion International)과 관련해 케냐로 떠난다 들었다.

비전 트립 일정이다. 컴패션은 아동이 성장해 교육을 받을 때까지 일대일로 기부하는 형태다. 데뷔 전부터 인연을 맺은 아이가 있는데 남미에 거주한다. 이번엔 케냐로 가는데 직접 컴패션 학교에 가서 우리가 도움을 주는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는지 보고, 신생아부터 청소년까지 센터 아이들과 놀아주고 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오는 과정이다.

이렇게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관객이, 관계자가 찾아주는 큰 감사함을 돌려드릴 방법을 찾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다른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사회적으로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데뷔하고 1~2년은 그럴 시간을 아예 못 만들었다. 조금 시간을 아끼고, 신경을 쓰니 가능해졌다. 이번에도 다음 작품을 하기 전에 가려고 애를 좀 썼다.

보기 드문 청년이다.

(웃음) 그런 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을 거다. 여유가 없어서 그렇다. 내가 막 데뷔했을 때처럼.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다 이렇게 할 거다.

여유가 없는 세상이다. 여유보다, 의지의 문제 아니겠나?

큰 결심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이런 일이야말로 생각 없이 결정해버리는 게 도움이 되는 것같다. 우리는 무슨 결정을 할 때마다 고민을 참 많이 한다. 그런데 이건 누가 봐도 좋은 일 아닌가? 저지른다고 피해를 입지도 않고, 물의를 빚지도 않는다. 휙휙 결정해도 되는 일이다. 생각을 많이 하면 절대 못 한다.

「빅이슈」와 함께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영국에서 넘어와 국내에서 창간할 때부터 관심이 갔던 잡지다. 당시에 소식을 들었다. (홈리스들이 판매를 통해 직접 수익을 얻는 구조가) 독특하고, 발상이 너무 좋다. 어떤 발명품이 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것처럼, 이런 좋은 일도 생각의 전환이 큰 역할을 한다는 걸 느꼈다.

2018년 신년호 표지다. 7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니 기분이 더 남다를 것 같다.

판매하는 분들을 만나면,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반가웠다. 진짜 열심히, 목청껏 외치며 판매하는 홈리스들의 모습이 멋있고 감동적이다. 데뷔를 전후해 여러 경험을 했지만, 이건 특히 감격스럽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진짜 류준열'을 그동안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직 첫발을 못 뗀 이들에게 경험을 살린 조언을 해달라.

난 한 달에 만 원, 2만 원이 아쉬웠던 사람이다. 기부를 탁 탁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다들 이런 생각을 하지 않나? '잘 되면 많이 돕고 살아야지.' 그런데 막상 잘돼도 그런 사람은 흔치 않다. 말만 해서는 안 되고, 습관이 되어야 한다. 예전에 동전을 모았다. 그렇게 모아서 연말에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정작 기부하려면 묵직하게 모인 돈이 솔직히 아깝다. 그때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이걸 넣으면 잘된 이후에도 남을 돕는 사람이 될 거고, 이걸 못 하면 나중에도 남을 돕지 않는 사람이 될 거다'라고. 이걸 못 하면 나중에도 남을 돕지 않는 사람이 될 거다'라고. 처음이 어렵다. 그다음은 자연스럽고 쉽다. 마치 습관처럼.

이런 마음이 스스로의 행복과도 맞닿아 있나?

행복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돈이 가장 많으면 가장 행복할까? 그렇지 않다는 결론은 아주 쉽게 나온다. 진짜 행복은 나눔을 통해서 나온다. 끝판왕까지 가보지 못해서 추측 정도다. 그런 사람이 누리는 행복은 돈을 더 번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면 된다.

이렇게 선뜻 (표지 모델로) 재능을 나눠줘 고맙다.

아니다. 불러줘서 고맙다. 나누면 분명 행복해진다. 확실하다.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어떤 식으로든 보탬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잡지도 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나도 좀 사야겠다.(웃음)

류준열의 2017년은 어땠고, 2018년은 어땠으면 싶나?

모두 그렇겠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간 기분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좋은 인연을 많이 맺었다. 2018년에도 많은 사람을 만나서 배우고, 호흡하고, 수다 떨고, 이런저런 새로운 일을 했으면 한다. 흥미진진한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 빅이슈(THE BIG ISSUE), 2018년1월호(통권 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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