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마당 사금파리 :::

이름: 연구소
2017/12/23(토)
조회: 104
횡성에는 먹고 싸기만 하면 되는 ‘행복한 소’가 있다?  
소똥구리 기르느라 소 키우게 된 사연
신선한 똥 구하려 방목지 헤매다 결정
멸종위기 애기뿔소똥구리 증식 필수 요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연구소는 북극의 어느 외딴곳 같다. 겨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영하 15~17도의 혹독한 추위가 열흘 이상 이어지고, 햇살은 투명하지만 어둠이 깊고 깊어 온통 침묵의 시간이 계속된다. 겨울 끝에 다다라 힘을 다해 내일부터 얼음은 녹을 것이고 해가 길어질 것이다. 오늘은 동지(冬至).

녹색의 숲이 아닌 얼음과 발목이 푹푹 빠지는 눈이 어우러진 흑백의 생태계라 담백하다. 얼음과 눈이 압도하는 혹한의 겨울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빙하기 곤충인 붉은점모시나비 애벌레가 씩씩하게 몸을 놀린다. 극한의 매섭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저 애벌레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인간적인 걱정이 앞서지만 그들은 오히려 이러한 추위가 필요하다.  

소똥구리 취재차 연구소에 방문한 방송국 드론으로 눈 덮인 아름다운 흰색 세상을 하늘에서 본다. 깨끗한 겨울의 햇빛을 받아 비단처럼 눈부시게 반짝이지만 눈을 돌려 연구소 실험실을 바라보면 ‘일’이 된다. 망으로 씌운 야외 곤충실험실은 자칫 무거운 눈 무게에 무너질 수 있어 아침부터 밤까지 망 위의 눈을 털어내느라 연구소 모든 식구가 총출동이다. 촘촘하게 파이프로 살을 넣어 튼튼하게 만들었지만 지름 30m에 높이가 15m이니 눈이나 눈이 녹아 언 얼음이 얹히게 되면 폭삭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을 털어내려면 긴 장대에 솜뭉치를 달아 위를 쳐다보며 털어내야 하니 목은 비틀리고 손목은 시다.  


눈 내리면 쌓이는 눈, 꼭 그만큼 힘이 들고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눈’ 참 예쁘다!

12월부터 2월 말까지 횡성 한우 ‘코프리스’와 ‘업쇠’는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한겨울에는 방목지에 나가 마음껏 풀을 뜯어 먹지 못하므로 양껏 먹을 수 있도록 삼시 세끼 꼬박 챙겨주어야 하고, 요즘처럼 강추위가 계속되면 먹는 물이 얼어버려 수시로 보온 물통에 미지근한 물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멸종위기 곤충 애기뿔소똥구리의 신선한 먹이 때문에 키우지만 사실은 소똥구리 키우는 일이 소를 키우는 일과 같으므로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  

올해를 빛낸 세 곤충: 식용곤충, 외래종붉은불개미, 그리고 최근의 소똥구리

며칠 전에 환경부가 '소똥구리 5000만 원어치 삽니다' 공고를 낸 이후로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과 오해를 받고 있다. 그 많던 소똥구리는 어디로 갔고 왜 멸종되었나? 그 중요하고 어려운 일을 국가 간 양해각서를 통해 도입이 가능할 텐데 굳이 민간을 통해서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축 전염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에이급 바이러스로 지정된 구제역이나 인수공통전염병인 부루세라 등 잠재적 위험이 큰 병을 매개할 수 있는 소똥구리를 왜 도입하려 하는가? 크게 3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소는 늘어나는데 소똥구리는 줄어들거나 멸종한다? 그중에서도 똥을 굴리는 소똥구리만 왜 멸종했는지 궁금한데 답은 주지 않고 사행심만 조장하는 이벤트가 되어 버렸다. 몽골에서 가져와도 됩니까? 몇 달 전에 시골 마당에서 소똥구리를 봤는데요. 진짜 5000만원 줍니까?  

사실 소똥구리는 고단하다. 초식 동물 배설물이 풍부한 드넓은 서식지가 살 곳인데 마음 놓고 편안히 살 데는 없다. 소를 살찌우겠다고 비좁은 축사에 모두 집어넣고 동물성 사료를 주면서 소가 미쳤고, 동물성 사료를 주지 못하게 막으니 대체한다고 곡물 사료를 주는데 이 또한 초식성 동물인 소에겐 맞지 않는 사육 방법이다. 곡물 사료를 먹은 소의 똥은 소똥이라도 먹을 수 없어 소똥구리는 허기지다.

신선한 똥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똥 먹는 집파리와 똥파리는 너무 많고 강해 먹이인 똥을 뺏기기 일쑤다. 가까스로 똥을 구해도 빨리 말라버려 오랫동안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똥 먹는 소똥구리들은 똥 덩어리가 말라붙어 못쓰기 전에 잘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저장 행동을 한다.  

어떤 놈은 똥 덩어리를 둥글게 말아 멀리 굴려간 뒤에 땅 밑에 묻고(소똥구리, 왕소똥구리), 어떤 놈은 똥 밑으로 굴을 미리 파고 터널 맨 끝에 동그란 똥 덩어리를 채워 넣는다(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 또 어떤 놈은 똥 속에서 경단을 만들어 직접 알을 낳는다(창뿔소똥구리). 이렇게 하면 똥을 더 오래 먹을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자신만의 서식지도 만들 뿐만 아니라 새끼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지하 벙커를 세우는 셈이다. 힘들게 똥을 지고 나르고 땅을 파는, 수고를 마다치 않는 까닭이다.


왜 똥 굴리는 소똥구리만 멸종했지?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에 활동하는 소똥구리와 왕소똥구리는 눈에 잘 띄므로 천적인 새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먹을 게 부족해 몇 마리 없는 데다가 소 꽁무니 쫓아다니며 소똥구리 잡아먹는 백로가 이들을 멸종시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밤에 활동하며 이동을 하지 않아 잘 드러나지 않는 뿔소똥구리, 애기뿔소똥구리가 그나마 조금 살아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소를 비육하기 위해 축사에 가둬놓고 곡물 사료로 키우면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소똥 자체가 없어지므로 결국 멸종할 것이다. 이들의 목숨을 담보할 수 없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먹고, 새끼 키울 경단 만들고, 그 경단 속에서 애벌레가 먹고 다시 어른이 된다. 서식지이자 평생 먹거리인 소똥은 소똥구리에게 전부인데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소똥구리를 키울 것인가? 고달프더라도 세월을 거꾸로 돌려 옛 방식으로 갯가에 매어놓거나 산에 풀어 놓고 키우는 수밖에.

15년 전 소를 방목해 키우겠다고 하자 동네 어른들은 그깟 벌레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고 나무라기도 하고,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클 거라고 걱정을 해 주셨다. 방목하는 축산 농가의 허락을 어렵게 받아 소똥을 통 몇 개에 나누어 고개를 넘고 산을 지나 들고 다녔다. 구제역이나 브루셀라 같은 질병 때문에 늘 농장주의 눈치를 봐야 했고, 팔이 떨어질 것 같은 육체적 고통이 뒤따랐다. 소똥구리 키우겠다고 신선한 소똥을 구하러 이곳저곳의 방목지를 헤매며 애태우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어떠한 충고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은 15년 전 조성한 약 1만여 평의 방목지에 소가 잘 놀고 있고, 그 소똥을 받아 멸종위기 곤충 애기뿔소똥구리가 잘 자라고 있다.  

둘째 아이 대학 논술시험을 준비할 때 특별히 과외를 시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자기 생각을 전하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었다. 어떤 주제가 나오든 소똥구리 이야기로 묶으라고. 소똥구리 진한 녹색 똥을 만지며 앞으로 복원될 소똥구리로 행복했던, 아빠와 방목지를 돌아다니던 이야기를 썼다 한다. 소재가 특별했던지 서울교대에 입학했고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다. 소똥구리가 준 은혜.  

21년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영국 유학을 추진했고 여러 대학에서 입학 허가와 장학금을 받기로 했다. 그때,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극렬히 반대했다. 똥지게를 지더라도 내 나라가 낫지 외국은 안 된다며. 약 5년 정도 공부하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해도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아마도 당신 딸이 고생할 걸 걱정하셨던 것 같은데. 꼭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유학을 중도에 포기하고 강원도 연구소를 차리게 됐다.

장인어른 말씀대로 지금도 똥지게를 지고 산다. 소똥구리 때문에.

글·사진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 한겨레,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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