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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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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주변 석 달째 산불로 ‘유기 토양’ 야금야금…“불에 노출된 영구동토층, 탄소 저장능력 훼손” / 경향신문  
북극 주변 석 달째 산불로 ‘유기 토양’ 야금야금…“불에 노출된 영구동토층, 탄소 저장능력 훼손”

이정호 기자

남한 절반 면적 산림 잿더미…그을음·연기량 유럽 덮을 정도
‘단열재’ 역할하는 유기 토양 불 타면 영구동토층 녹아내려
과학계 “생태계 위협” 경고…초식동물·주민 건강 조사 착수



북극 주변에서 화재로 생긴 그을음(붉은색)의 위성 관측 모습. 지난달 1일(위 사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그을음이 같은 달 25일에는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 확대돼 있다. NASA 제공


지난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지난달 1일 위성 사진에서는 물속에 푼 물감 같은 옅은 붉은색이 러시아 시베리아 일대와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일부에서 드문드문 관찰됐다. 붉은색은 최근 폭염 때문에 북극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산불의 영향으로 대기권에 방출된 ‘블랙카본(black carbon)’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블랙 카본은 나무 등이 불완전 연소할 때 생기는 그을음이 주성분으로, 이때만 해도 북극 주변 여기저기에서 산불은 나지만 그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달 25일 찍힌 위성 사진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우선 붉은색 면적이 1일보다 훨씬 넓다. 한대림이 발달한 시베리아 상당 지역이 붉은색으로 뒤덮였고 색상의 농도도 진하다.
1일에는 슬쩍 기미만 보이던 알래스카 상공에서도 진한 붉은색으로 변한 지역이 선명히 눈에 띈다. 산불 때문에 생긴 그을음이 더 많이 생기고, 더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얘기다.
올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북극 주변의 산불이 석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북극 주변에서 생긴 대규모 산불이 6월에 50Mt(메가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방출했고, 지난달에는 79Mt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이같이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이산화탄소가 방출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가디언은 밝혔다.
하지만 화염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모두 25Mt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방출됐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건 러시아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화재 진압에 군대를 동원했고, 시베리아 4개 지역엔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시베리아에서만 지난 두 달간 남한 면적의 절반에 육박하는 430만㏊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가디언은 그을음과 연기가 만든 구름의 크기가 유럽 전역을 덮을 정도인 500만㎢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진짜 문제는 불길에 노출된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일대의 영구동토층이다. 국제 단체인 ‘걱정하는 과학자들의 모임(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소속 연구자 칼리 필립스는 가디언에 “영구동토층에는 엄청난 양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며 “산불이 영구동토층의 탄소 저장능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구동토층은 말 그대로 땅속이 1년 내내 얼어붙은 곳이다. 월 평균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여름이 와도 지하 1~2m까지만 일시적으로 녹는다. 영구동토층의 남쪽 한계는 바이칼호의 동쪽에서 북위 53도, 캐나다 허드슨만 남부에서 북위 55도 지역이다.
그런데 이번 산불처럼 영구동토층이 깔린 곳에서 불이 나면 잿더미가 되는 건 보통의 산불처럼 나무만이 아니다. 영구동토층 바로 위에는 유기물이 잔뜩 쌓인 토양이 있다.
사람이 발로 밟으면 매트처럼 탄성을 갖고 푹신거릴 정도이고, 삽으로 깊게 퍼내면 스펀지 케이크와 비슷한 질감과 모양을 갖는 단면을 보여준다. 바로 이것이 북극 근처 산불에 땔감 역할을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알래스카 숲속에서 채취한 ‘유기 토양’. 바로 밑 영구동토층을 보호하는 단열재 역할을 한다. NASA 제공


그런데 이 유기 토양은 평소 영구동토층과 공기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하는 단열재 역할을 한다. 화재로 유기 토양이 사라진다면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는 건 순식간이라는 얘기다.
현재 영구동토층으로 분류되는 지역에서도 여름에는 평균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는 곳이 많다.
상황이 이렇게 꼬이자 미국 과학계가 본격적으로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달 NASA의 북극 연구 조직 과학자들이 알래스카로 이동해 화재 지역 토양에 대한 집중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과 협력 연구를 수행 중인 고 이와하나 알래스카대 연구원은 “불탄 지역의 토지가 복원될지, 다른 방향의 생태계로 바뀔지는 얼마나 많은 얼음이 지상으로 노출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NASA 연구진은 이번 화재가 영구동토층 위에서 번성하던 생태계를 무대로 살던 동물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알래스카에 사는 초식동물인 무스의 경우에는 산불 이후 토양에 비교적 빨리 돋아나는 풀을 뜯어 먹는 까닭에 자신의 기존 서식지에 머무는 반면, 순록은 자라는 데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이끼를 먹기 때문에 먹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순록은 불이 난 곳에서 살지 못하고 서식지를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NASA 연구진은 알래스카 등 화재 주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건강 추이도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유례 없이 강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어업이나 사냥으로 생계를 잇는 이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알래스카 의료 당국의 입원 기록과 대조해 대응 방법을 찾을 예정이다.

* 경향신문, 2019.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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