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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2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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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서 떨어져나온 'A68', 조용하더니 '운항' 시작 / 경향신문  
남극대륙서 떨어져나온 'A68', 조용하더니 '운항' 시작

이정호 기자

기온 상승하며 거대한 얼음 증가…바다 떠돌며 선박 운항 ‘위협’



2008년 인도양 항해 중 남극에서 흘러온 빙하와 맞닥뜨린 미국의 해양탐사선 로저 리벨호.
미국해양대기청(NOAA) 제공



길쭉한 조각이 오목하게 들어간 구석 안에서 맴도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몸체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한다. 급기야 조각은 공중제비를 도는 사람을 옆에서 보듯 완전히 한 바퀴를 돌고 또다시 직각으로 몸을 세운다. 남극 상공에 떠 있는 유럽 위성이 2년 동안 찍은 한 남극 빙하의 움직임이다. 이 연속 사진의 주인공에는 ‘A68’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A68의 고향은 남극 대륙의 ‘빙붕’이다. 빙붕은 대륙을 덮는 것으로도 모자라 해안까지 드리운 얼음을 뜻한다. 이런 빙붕에서 A68이 쪼개진 건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인 2017년 7월12일이다. 무게는 무려 1조t, 길이는 160㎞에 이르는 세계 최대 빙산이다. 그렇지만 두께는 200m에 불과해 과학자들은 이 빙하를 ‘신용카드’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그런데 영국 스완지대 연구팀에 따르면 빙붕에서 분리된 뒤 지지부진했던 A68의 움직임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활발해진 사실이 확인됐다. A68은 빙붕에서 분리된 뒤에도 남극 바다 주변을 흐르는 조류에 휘말려 링 구석에 몰린 권투선수처럼 자신이 쪼개진 부위 주변에서 1년 가까이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상반기를 시작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꿔 남극 바다로 진출할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사실 빙하가 빙붕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손톱이 자라면 잘라야 하듯이 빙하도 빙붕의 밀어내는 힘에 의해 바다로 떨어져 나간다. 거대한 얼음이 남극 내륙에서 해안으로 밀어내기 하듯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인데, 해안에 가까이 다가가면 이동 속도는 연간 1~1.5㎞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빨라진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런 남극 빙산의 생성이 주목받는 데에는 당면한 이유가 있다. 바로 선박 안전에 중대한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국립해양조사원 자료에 따르면 남극 바다에선 웨들해 서부와 벨링스하우젠해, 밸러니 제도 남부 등에 유독 바다를 떠다니는 얼음이 모이는데, 이곳은 선박들의 항해가 곤란한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7년 7월 빙붕에서 분리된 ‘A68’ 빙산을 위성에서 찍은 모습. 분리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이동을 시작해 올해 7월 본래 자리에서 250㎞ 북상했다. 영국 스완지대·유럽우주국(ESA) 제공


이런 빙산은 극지 바다에서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얼음들이 자잘하게 부서진 뒤 서로 정면충돌하듯 마주치면서 솟구치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고싸움처럼 양쪽에서 달려드는 힘이 만나면서 생긴 현상인데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기다란 얼음의 행렬을 ‘빙맥(ice ridge)’이라고 부른다. 바다판 산맥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히 선박 통행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렇게 남극 바다를 떠도는 다양한 얼음은 주변을 지나는 어선들을 위협한다. 우리나라 배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2015년 12월29일 남극해에서 메로를 잡으려던 원양어선 썬스타호는 가로 15m, 세로 7m, 깊이 2m 크기의 유빙 위로 선체 앞부분이 올라타며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주변 배들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썬스타호를 끌어낼 만한 능력을 갖춘 배가 없었다. 썬스타호에는 선원 39명이 탑승 중이었다. 결국 220㎞, 즉 10시간을 항해해야 다다를 수 있는 거리에 있던 우리나라 쇄빙선 아라온호가 긴급 출동했다. 예인줄을 연결해 썬스타호를 다행히 얼음 속에서 빼냈지만 남극에서 빙산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언제든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A68이 당장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김현철 극지연구소 북극해빙예측사업단장은 “A68의 덩치가 아직은 워낙 크기 때문에 대비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맨눈이나 탐지 장비로 쉽게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돌을 어렵지 않게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단장은 또 “A68이 떠돌고 있는 바다는 어선들의 조업이 집중되지 않는 해역이라 사고의 가능성도 그만큼 낮다”고 덧붙였다. 현재 A68을 비롯해 바다를 떠돌고 있는 빙산은 위성을 통해 면밀히 추적된다. 우리나라는 유럽 위성에 더해 한국 위성인 아리랑 5호까지 동원하는 입체적인 감시망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바다를 향한 빙산의 가출’이 앞으로 더 잦아질 것이란 점이다. 더워진 기후가 얼음을 단단히 지탱하는 힘을 약화시켜 남극 대륙 해안가의 얼음덩이인 빙붕이 쉽게 붕괴되는 상황을 만들고 결국 바다로 분리되는 빙산을 양산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계절별로 차이는 있지만 남극해에 떠 있는 빙산은 대략 20만개로 추정된다.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빙산의 개수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지구온난화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수면 상승에 더해 선박 안전 위협이라는 골칫거리까지 불러오고 있는 셈이다.

* 경향신문, 2019.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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