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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3/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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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해결’ 이대로라면 20년 더 걸린다 / 이세영(한겨레)  
‘미세먼지 해결’ 이대로라면 20년 더 걸린다

이재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


내일도 미세먼지가 심각할 것이라는 예고와 함께 바깥 활동을 자제하라는 경보가 발령되었다. 비가 올지 모르니 우산 잘 챙기라는 예보만큼의 정보가치도 없어 보인다. 숨쉬기 힘들겠지만 공업용 마스크라도 계속 써야 하나? 학교 운동장보다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교실에 아이들을 계속 남겨두어야 하나? 미세먼지를 재난 차원에서 다루라는 대통령의 지시도 옳고, 대기국장에게 직을 걸고 미세먼지 문제 해결책을 찾으라고 지시한 환경부 장관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데 2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지난 30년을 환경교육 분야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심정을 담아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해보려고 한다.

지난 22일 국무조정실은 중앙행정기관에 대해 2018년도 정부업무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세먼지 등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환경부에 ‘미흡’ 평가를 내렸다.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는 어디인가? 디젤 자동차를 포함하여 교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는 어디인가? 미세먼지의 절반이 온다고 하는 중국과의 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부처는 어디인가? 또 그렇게 여러 부처의 역할을 조정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국무조정실이 아닌가.

해방 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외쳐온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미세먼지의 책임을 온전히 환경부에 물을 수 있나. 소방관에게 불을 빨리 못 끈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불낸 사람보다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이 정당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가 먼저 손 들고 나와서 미세먼지는 우리 책임이 크다고 인정하고, 환경재난에 대응하는 수준에 맞게 에너지, 교통, 산업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아마 학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미세먼지의 책임이 환경부한테 있다고 가르치면 비웃음만 살 것이다.

나는 미세먼지 문제의 가장 큰 책임이 교육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50~60대는 제쳐두더라도, 19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30~40대조차 학교에서 제대로 환경교육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고작해야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하고 밥을 남김없이 다 먹고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덧셈뺄셈 수준의 환경훈육을 받았을 뿐이다. 그들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적 사고와 사회적 실천을 다루는 미적분 수준의 환경교육을 배운 적이 없다. 그 결과 미세먼지나 기후변화와 같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문제를 만나면 어찌할 줄을 모른다.

요즘 학교에서 환경교육을 제대로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청소년은 전체의 0.1%에도 못 미친다. 고등학교 3년간 1주일에 국영수를 15시간 가르치면서도 환경에 대해서는 단 1시간도 가르치지 않는 학교가 전체의 80%가 넘는다. 몇년 뒤 그들은 중앙과 지방의 공무원이 되고, 기업의 직원이 되고, 학교의 교사가 되겠지만 그들의 생각과 믿음 속에는 생태와 환경이 끼어들 틈이 없다. 아직도 지속가능발전과 지속발전가능을 구분 못 하는 교육부 관료들이 상상할 수 있는 환경교육이란 초등학교 2학년의 친환경 생활습관 들이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어른들은 가르쳐봐야 소용이 없으니 유치원 아이들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장들도 수두룩하다. 교육부가 대한민국의 환경 미래 역량을 설계하고 만들어가지는 못한 채 폭염 경보나 미세먼지 주의보 문자만 날리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닌가. 교육부가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20년 후가 더 위험할 것이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는 환경문제야말로 먹고사는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를 겪으면서 환경이 곧 경제이고 정치이고 문화이고 윤리라는 것을 배우고 있다. 동물복지, 플라스틱, 핵방사능, 살균제 모두 마찬가지다. 이 사실을 가르치고 배우고 깨닫지 못한다면 20년이 지나도 미세먼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환경부는 계속 혼자 욕먹을 것이고, 고작해야 탈핵 반대론자들처럼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게 될 것이다. 일상화된 환경재난으로부터 벗어나는 최선의 길은 지속적으로 환경학습에 참여하는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사회적 실천뿐이다.

* 한겨레, 2019.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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