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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연구소
2018/8/6(월)
조회: 15
죽은 노회찬(魯會燦)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다 / 김재성  
[김재성 칼럼] 죽은 노회찬(魯會燦)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다

김재성 주필  


지난 주간은 한 주 내내 우울했다. 고 노회찬의원의 부음 때문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런 것 같았다. 소중한 무엇을 잃은 것 같은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인 듯 했다. 어쩌면 나의 우울한 심사도 이런 주위의 분위기에 전염된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 맨 먼저 비보를 전해 준 사람은 아들이었다. “몇 배, 몇 십 배 더 받은 사람들은 뻔뻔하게 잘 사는데, 정말 대한민국이 싫습니다.”라는 자조와 함께 전해준 비보가 믿기지 않아  SNS를 열었다. 이미 속보가 빗발치고 있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기대가 무너진 후 뜻 맞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밴드에 들어갔다.

"미안하다 / 미안하다 / 나 같은 것이 살아남아서 / 오일 장터에서 국밥을 사먹는다" 최근 『죽은 신의 인문학』이라는 책을 써 교계와 철학계에 파란을 일으킨 이상철 목사가 자신의 소회를 대신해 [오일 장터]라는 시를 올렸다. 고인과 직접 인연은 없으나 평소 그의 해학이 있는 투사의 모습이 좋았고 또 어떤 추모의 글에서 "힘들게 공부시킨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더니 '노동운동에 투신하겠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노동관련 기사를 열심히 스크랩 해야겠구나' 했다"던 노모, 고인이 그 노모가 사는 아파트를 투신 전 날 들러 마지막 밤을 보냈다는 내용을 읽고 그의 환하게 웃는 영정사진을 한번 보고 싶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슬픔이 짙게 깔렸으면서도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의 파장이 잔잔하게 흘렀다. 그것은 장례식장 추모의 벽면을 도배하듯 장식한 쪽지 글들, 현대판 만장(輓章)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 절창 몇 편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았다.


옥중의 아들에게 쓴 노 전의원 어머님의 편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의 웃는 얼굴.' "탁류에 흐르던 맑은 물줄기 기억하고 이어 가겠습니다." "하늘에서는 지금보다 덜 청렴하게 사세요. 타인보다 자신을 위해 정의당보다 기족을 위해 사세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다 가신 당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우린 괜찮은데 왜 그러셨어요?" "부끄러운 것은 바로 남은 우리들입니다. 정직했던 님! 편히 쉬소서."

나는 이 만시(輓詩)들을 읽고 문상 전 신촌역 인근에서 삼계탕을 먹은 것이 부끄러웠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복날이라고 삼계탕을 먹다니,.’
‘내 불찰이었다.’고 고백한 유서로 짐작컨대 고인은 아마도 자괴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 순백의 바탕일수록 한 점 얼룩이 더 극명한 법. 죽을 때가지 노동자를 위해 불의와 싸우고 부정과 타협하지 않겠다던 40년 근고(慬苦)를 스스로 무너트렸다는 데서 오는 회한을  감당하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부끄러운 것은 남은 우리들'이라고 쓴 여린 손의 주인공들인가? 아니다. 수 천 억원을 꿀꺽 하고도 29만원밖에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하던 사람, 세상이 다 알고, 세상이 다 아는 것을 그도 알 법한데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며 우기더니 무사히 빠져나온 사람, 문제의 돈을 전달했다는 사람이 전달했던 그 사무실 벽에 걸려있던 휘호까지 기억하고 증언 했음에도 무죄판결을 받아낸 사람, 부끄러움은 이런 사람들의 몫이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임기응변의 교묘한 달인들은 그들의 삶 속에서 수치심이 발현될 기회가 없다(爲機變之巧者 無所用恥焉-맹자)더니 이들은 형벌만 피하면 장땡이지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른다(免而不恥-공자) 어쩌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니..

* 한국정경신문, 2018.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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