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마당 사금파리 :::

이름: 연구소
2018/7/16(월)
조회: 37
'참 관대하신 판사님들' / 박삼균  
野魅斷想
'참 관대하신 판사님들'


박삼균 작품


박삼균 박삼균인문학연구소

요즘 들어 우리나라 판사님들의 인권의식이 부쩍 높아져 인신구속에 신중해지신 모습들을 보니 참 든든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론 그 분들은 세상 모든 사안을 자기 꼴리는 대로 판단하시는 전지적 작가 의식을 가진 분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리와 갑질이 일상화된 재벌, 국정농단에 적극 가담한 관료, 범법을 저지르고 면책특권 뒤에 숨는 국회의원, 판결을 놓고 권력기관과 흥정한 법조인들에겐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이해심이 높으시고, 어쩌다 욱해서 다투거나 주정한 서민이나 생계형 범죄자에겐 일벌백계로 국법의 엄정함을 보이시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역시 가진 자의 천국이라는 사실을 법정에서 간증하고 계시는 듯하다.
권력이나 돈을 많이 가진 자는 그 권력이나 돈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도주나 재범의 우려가 없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못 가진 자는 몸이 가벼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법정 구속을 해야 한다는 것이 판사님들의 생각인 모양이다. “피의 사실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기각한다는 사유는 더 웃긴다. 세상의 어떤 법정 송사에 다툼의 여지가 없을 것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아예 최종 선고 이전의 모든 피의자는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하여 불구속 재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함에도 어찌 가진 자에게만 그런 아름다운 인권의식을 발휘하시는지 알다가도 모를 것이 판사님들의 속마음이다. 아무리 개혁을 하고 법범자를 잡아들이면 뭘 하겠는가. 법원에서 가지고 놀다가 결국 전관예우 변호사냐 국선 변호인이냐에 따라 양형 기준이 달라질 것은 뻔하지 않은가. 세상에는 그런 부당한 판결에 신물이 나서 동료 죄수의 소위 “빽”을 파악한 뒤 판단을 하는 장기수를 판검사 변호사와 함께 법조 4륜이라고 하겠는가? 정의로운 판사가 주인공인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환타지여서 더 슬프고, 탈옥하여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고 죽은 지강헌 일당의 '홀리데이'는 현실이어서 더 슬프다.

1975년 봄인가. 나는 가만히 앉아 신문을 읽다가 열렬 운동권이 된 적이 있다. 전날 숙취 때문에 강의실에 조금 늦게 들어가 빈 앞자리에 앉아 조간신문을 펼친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기사는 전날 대법원장 민복기가 이끄는 대법원 전원합의에서 민청학련 배후 조종이라는 날조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던 인혁당 전원의 사형이 판결 하룻만에 집행되었다는 것이었다. 20살의 철부지의 눈에도 그것은 분명 사법살인이었고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판사들이 저지른 폭거가 분명했다. 막나가는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고 참으려고 해도 오열과 함께 신문지에 닭똥같은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 바로 앞에서 그걸 내려다보던 오매불망 전임이 되고 싶었던 시간강사는 그 '눈물 많은 학생'을 자기 고교선배가 처장으로 있는 학생처에 보고했고 그 결과 그 분은 전임강사가 되었고, 가슴이 콩닥거려 학내시위 한 번 제대로 해 본적 없던 날나리 문학소년이었던 나는 졸지에 “뼛속까지 좌파”인 운동권으로 분류되어 내내 감시와 임의동행에 시달리게 되었었다.
그 때 그 민복기류 법관들이 권력에 굴종했다면 요즘 법관들은 권력에다가 또 금력에다가 퇴임 후 자신의 취업까지 돌보아야하니 그 암기력 좋은 머리가 팽팽 돌아버린 지경이신 모양이다. 이제 “법대로 하자”고 고스톱 판에서 더 이상 외치지 말라. 마을마다 집집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어차피 하우스 주인 맘대로 일 뿐이다.

“법 없어도 될 사람”이란 말로 착한 사람을 묘사하지 말라. 착한 사람은 그나마 “법 없으면 맞아 죽을 사람이나 법 있어도 맞아 죽는 사람”일 뿐이다. 법망이 있어도 그 빵꾸난 그물은 원래 월척은 빠져 나가고 송사리만 잡히는 것임에랴.

* 출처 - https://www.facebook.com/100002525477704/posts/1798275333599965/ 201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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