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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연구소
2020/10/19(월)
조회: 1
"대한민국은 기후 악당" 어쩌다 이렇게 됐나 / 김지석  
"대한민국은 기후 악당" 어쩌다 이렇게 됐나

김지석│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버스에 탔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연신 기침을 하고 침을 튀기며 떠든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코로나 악당', 이렇게 부르면 되지 않을까?

4~5년 전부터 대한민국은 해외에서 '기후 악당'이라고 불려왔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경제⋅산업 수준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에 대단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나라는 꽤 잘살지만 책임은 회피한다. 일단 이런 태도에서 감점이다. 그런데 잘 사는 나라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고 모두 '악당'이라는 호칭을 붙이지는 않는다. '기후 얌체' 이 정도라면 모를까. 한국이 왜 '기후 악당'이라는 소리를 듣는지는 최근 정부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승인하고 국가 소유 지분이 51%인 국영기업 한국전력이 어떤 결정을 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어쩌다 '기후 악당'이라는 말을 듣게 됐나.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빠른 온실가스 감축이다.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가장 효과가 크고 대체 가능한 건 바로 석탄화력발전소다. 석탄화력발전소 1곳이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800g/kWh (단위당 배출량) x 1,000,000kW (발전소 용량) x 24 (하루 24시간) x 365 (일년 365일) x 0.85 (정비 기간 등을 감안한 연간 가동율) = 5,956,800,000,000그램이다. 톤으로 환산하면 5,956,800톤이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은 최소 25년을 잡는다. 따라서 석탄화력발전소 하나를 건설해서 수명대로 잘 가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148,920,000톤에 이른다.

나무 한 그루가 정상적으로 잘 자라면서 광합성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대략 1년에 3kg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몇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 석탄화력발전소 하나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상쇄시킬 수 있을까? 약 19억 8천560만 그루다. 반올림 살짝 해서 20억 그루 정도 된다. 그런데 석탄발전소를 하나 지을 때마다 나무 20억 그루를 심을 수 있을까? 그리고 심는다고 해서 나무가 문제없이 잘 자라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 처리할 수 있을까?

올해만 해도 캘리포니아, 시베리아, 호주에서 대형 산불로 인해 몇 달 동안 엄청난 면적의 숲이 불타 버렸다. 나무들이 자라며 수십 년 간 흡수한 온실가스는 한순간에 공중으로 배출돼 버렸다. 나무가 아무 문제없이 잘 자란다고 해도 나무를 베어내 장작으로 쓰게 되면 또다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가구 소재 등으로 사용했더라도 가구로서 수명이 다해 폐기되어 태워져도 이산화탄소는 또 배출된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을 하고 계산법을 설명하는 것도 별로 의미 없다. 어차피 석탄화력발전소를 한 개 만들 때 나무 20억 그루를 심으라는 규제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럽과 미국 일부 주에서는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탄소세를 부과해 사회적 피해 유발 비용을 부과해 알아서 짓지 않게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캐나다를 포함한 34개 국가들은 10년 내 온실가스 50% 감축, 30년 내 100% 감축을 통한 인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2030년까지 모두 폐쇄하는 목표를 정하고 추진하고 있다.

다시 우리나라가 왜 '기후 악당'이라 불리는지를 설명해줄 한국전력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이렇듯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세를 부과하고 석탄발전소의 폐쇄를 추진하는 와중에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 발전소와 베트남 붕앙 2호 발전소까지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서 지어지고 있는 7기의 발전소와 최근에 한전이 해외에 짓기로 한 발전소 3개를 합치면 총 10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한국 정부의 허가와 지원을 받고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이 발전소들이 25년 간 가동한다고 가정해 보면 매년 약 5천956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고 25년 간 총 14억 8천92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반올림해서 15억 톤이다. 대한민국 전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7억 톤이다. 줄여도 시원찮을 마당에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시설을 짓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니 '기후 얌체' 정도가 아니라 '기후 악당'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도의 국력과 국제적 위상을 가진 나라 중에서 이렇게 의욕적으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나라는 현재 없다.

● 경제성은 있나? 석탄과 까워질수록 멀어지는 투자자들

여기서 한 가지 더 따져볼 게 있다. 이렇게 인류 생존 가능성을 악화시키는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이 과연 한전과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베트남 붕앙 2호 발전소의 경우 중국 중화전력공사(China Light & Power)가 소유하고 있던 40%의 지분을 한전이 2천200억 원의 비용을 내고 넘겨받으면서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중화전력공사는 왜 사업 지분을 넘기며 빠져나갔을까? 사업 지분 소유자만 빠져나간 게 아니다. 붕앙 2호 발전소의 석탄화력발전 기기를 공급하기로 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도 빠져나갔다.

심지어 제너럴 일렉트릭은 지난 9월 21일, 신규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을 완전히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러셀 스토크스 수석부사장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사업 중단을 선언하며 제너럴 일렉트릭은 좀 더 경제성이 높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발전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신규석탄화력은 경제성 면에서도 성장 가능성 면에서도 불리하다는 얘기다.

제너럴 일렉트릭이 빠져나간 자리는 두산중공업과 삼성물산이 들어오기로 했다. 홍콩 및 일본 회사들이 미국 기업과 추진하다 포기한 사업을 한국 국영기업과 간판 대기업들이 맡게 된 것이다. 논란이 있는 해외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승인하면서 정부 관계자는 개발도상국의 처지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한다. 베트남이 경제 개발을 해야 하니 온실가스 배출이 좀 되더라도 싼 석탄발전소를 지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얼핏 들으면 온정적인 것 같지만 위험 요소가 많은 얘기다. 세계적인 흐름은 이미 석탄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도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유럽⋅중국⋅미국의 공조가 시작될 것이고, 이를 역행하기는 불가능해진다.

현실은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니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미사일로 폭파시키지는 않겠지만, 석탄발전소를 돌려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물건을 만드는 회사나 국가와는 거래를 끊거나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제재를 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3년에는 탄소 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하고 추진 중이다. 미국 바이든 후보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감축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결국 석탄화력발전소를 완공한다고 해도 25년간 제대로 가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런 판단으로 많은 투자기관들이 석탄화력발전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사실 한전이 해외는 물론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를 만들거나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인 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만류하고 나선 투자기관들이 이미 여럿 있었다. 하지만 한전은 친환경적으로 만들겠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한전이 이런 기조를 바꾸지 않자 2017년도에는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한전을 투자금지 기업으로 지정했다. 같은 시기에 담배를 제조 판매하는 KT&G도 투자금지 기업으로 지정되었다. 2020년 2월에는 네덜란드 연기금 회사가 한전 지분 790억 원어치를 전량 매도한 바 있다. 지금도 여러 투자기관들이 한전의 행보를 보고 투자 철회를 결정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 한전의 베트남 붕앙 2호 발전소 투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한전이 지난 10월 5일에 임시이사회를 열어 붕앙 2호 발전소 투자를 승인하자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 주최국인 영국의 고위 담당자인 존 머튼은 "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만들며 돈까지 손해 보려 하나?"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COP26 관련 책임자인 니겔 토핑도 이번 (한전의) 결정은 "기후에도 나쁘며 (발전소가) 완공되어도 곧 좌초 자산이 될 것이고 한국 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고 관련된 모든 기관들의 평판에 먹칠을 할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외교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특정 국가기관의 결정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오랫동안 일해본 나로서도 이 정도의 돌직구 반응을 보고 좀 놀랐다.

하지만 이해는 간다. 우수한 제품을 만들고, 문화적으로도 영향력을 넓히고 있으며, 코로나도 유능하게 잘 대처하는 한국.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한국이 왜 국제사회로부터 '기후 악당'이라 불리는지, 이제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 SBS 뉴스, 20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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