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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가래나무
2014/10/20(월)
사물들 - 루이스 보르헤스  

사물들

루이스 보르헤스


내 지팡이, 주머니 속의 잔돈, 열쇠고리들,
고분고분한 자물쇠, 때늦은 메모
내게 남은 날은 얼마 되지 않으니
한 벌의 카드, 테이블, 한 권의 책,
그리고 책장 사이에 끼워 말린 제비꽃,
결코 잊지 못하리라 의심치 않았으나,
어느새 잊어버린 어느 오후의 유물,
붉게 떠오르는 태양이 비쳐 불꽃처럼
타오르는 서편의 거울을 읽지 못하리.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파일과 문지방과 지도와 와인 잔과 못들이,
말대꾸 한 마디 않는 노예처럼,
눈을 감은 채 신기할 정도로 묵묵히
우리에게 봉사했던가.
우리가 자취를 감춘 후에도 이것들은 남겠지
그리고 우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끝내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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