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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가래나무
2014/9/29(월)
소년아 봄은 오리니 - 심련수  

소년아 봄은 오리니

심련수(1918~1945)


봄은 가까이 왔다
말랐던 풀에 새 움이 돋으리니
너의 조상은 농부였다
너의 아버지도 농부였다
전지(田地)는 나의 것이 되었으나
씨앗은 너의 집에 있을 게다
가산(家山)은 팔렸으나
나무는 그대로 자라더라.
재 밑의 대장간집 멀리 떠나갔지만
끌 풍구는 그대로 놓여 있더구나
화덕에 숯 놓고 불씨 붙여
예소리를 다시 내어봐라
너의 집이 가난해도
그만한 불은 있을 게다
서투른 대장장이의 땀방울이
무딘 연장을 들게 한다더라
너는 농부의 아들
대장의 아들은 아니래도....
겨울은 가고야 만다
계절은 순차(順次)를 명심한다
봄이 오면 해마다 생명의 환희가
생기로운 신비의 씨앗을 받더라.


* 시인 심련수는 1918년 강릉시 난곡동에서 출생했으며, 일제 치하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1924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했다. 이후 1931년 중국 용정에서 용정 동홍중학교를 마치고 일본대학 예술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 후 연변에서 교원생활을 했다. 광복을 앞둔 1945년 8월 8일 일본군에 피살되었다. 소개해 드린 시 '겨울은 가고야 만다'는 일본은 곧 물러간다며 광명의 조국 해방이 오리라는 굳센 믿음을 깔고 있다. 일제 때에는 친일시와 해방 후에도 전두환예찬시를 읋어댄 미당 서정주가 '일본이 쉽게 항복할 줄 몰랐고, 적어도 몇백 년은 갈 줄 알았다'고 술회한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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