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래나무 아래에서 ▒  


이름: 가래나무
2014/1/13(월)
북한강에서 - 정태춘  

북한강에서


정태춘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리를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리를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리를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강으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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