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이케다 미노루
출판사: 두번째테제
2019/4/15(월)
조회: 48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이케다 미노루 / 정세경 옮김 / 두번째테제 / 268쪽 / 16,000원 / 2019년.

“복구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현실에서도 봄이 되면 들꽃은 말없이 피어났다.”

위험의 외주화, 중간 착취, 주먹구구식 운영……
하청 노동자가 기록한 후쿠시마 하청노동 실태 보고서

최근 그린피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8년이 지난 현재에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인근에서 계속 진행되어 온 제염 작업이 그다지 큰 효과가 없다고 한다. 사고 복구 작업에 수십, 수백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은 우리를 짓누른다. 그린피스는 이러한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언론 보도와 함께 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후쿠시마 원전 재앙의 최전선-노동자와 아이들의 방사선 위험 및 인권 침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그린피스는 여러 가지 문제점 중 특히 후쿠시마 제염 하청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후쿠시마 어린이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고발했다. 이번에 두번째테제에서 펴내는 책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 》의 저자 이케다 미노루는 이 보고서에서 인터뷰이로 나와 후쿠시마 하청노동의 실태를 강력하게 고발한다. “우리는 인간이 아닌 것처럼 취급되었다. 어떤 사람은 우리를 노예에 비유했다.” 아직 속속들이 알려지지 않은 후쿠시마 제염 현장의 실태를 저자가 실제로 겪은 하청노동 경험으로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은 후쿠시마에서 하청으로 일한 한 노동자의 개인적인 일지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닥친 엄청난 재앙에 맞서 하루하루 모순투성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현장의 기록이다.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중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폭발 사고를 지켜본 저자는 후쿠시마 복구에 작은 힘을 보태기로 마음먹고 후쿠시마행을 결심한다. 정년퇴직한 후라 나이 제한 등에 걸려 쉽지 않은 시도였지만, 저자는 우선 후쿠시마 원전 인근 나미에정에서 제염 작업원으로 하청 노동자 일하기 시작했다. 오염된 흙, 풀, 돌 등을 제거하고, 내려앉은 방사능 물질을 닦아 내는 작업에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투입되었다. 하청 노동자로 일하면서 점차 현장의 부조리함을 느끼게 된 저자는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 현장에서 텃세가 횡행하고, 노동자에 대한 제대로 된 방호도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이는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 비용으로 전락한 노동자들의 처지 때문이었다. 방사능은 냄새도 나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계측기로만 측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하나같이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입은 주변 마을을 제염하는 데 투입된 노동자들은 이렇게 이중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후 사고가 난 원전 현장에서 일하고 싶었던 저자는 후쿠시마 제1원전(이치에프로 통칭)에서 작업원으로 일하게 된다. 이전에 일하던 마을 주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선량에 노출되며, 실제 작업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보호복을 입고 벗고 수치를 재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 버리는 노동 현장은 그 자체로 고역이었다. 더군다나 밑바닥 하청 노동자 처지에서 제대로 된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이루어지는 현장 지시와 작업 배정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도 없이 그저 몇 푼 일당에 자신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행한 작업으로 인한 동료 작업원의 사망 사고를 여러 차례 겪기까지 한다. 이렇게 저자는 원전 사무본관에서 서비스 건물, 집중 라도(집중 폐로물 처리 건물) 등 여러 작업 공간을 옮겨 다니며 오염된 물건들을 치우는 작업을 수행하고 1년여가 넘는 하청 노동자 생활을 그만두었다. 저자는 생생한 노동 기록과 함께 그간의 하청노동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모순을 이렇게 정리한다.

첫 번째로 사공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이치에프 폐로 작업만 해도 공정표상 40년 후가 목표이지만, 그것은 수치상일 뿐 현장에서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었다.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일을 진행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원청과 2차, 3차 하청으로 각각 따로 떨어져 있어, 효율적인 작업은커녕 일을 두세 번 겹쳐서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부속처럼 소모되고 있을 뿐이다. 원청과 하청 사이의 수직구조와 각 회사마다 보이는 텃세와 부조리한 작업 지시 등이 폐로 작업에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저자는 정부가 직접 이 사업을 주관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노동조건, 복리후생 등 절실한 문제에도 일본 정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고려는 어디에도 없었으며, 최대한 이윤을 남기려는 속셈만 있었을 뿐이다.

두 번째로 현장이 치외법권이라는 점이다. 제대로 된 사회보장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하청 회사는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도 하청이라는 것을 빌미로 제대로 들어 주지 않았다. 유급휴가 역시 막상 현장에서는 제대로 쓸 수도 없는 명목상의 것이었다. 제대로 된 사회보험도 없고, 휴가도 없으며, 노동기준법이 정한 취업규칙도 소용없는 곳, 바로 후쿠시마 하청노동 현장이었다. 또한 제대로 된 숙소도 없이 합숙소에서 생활하며 그저 하루하루 보낼 수밖에 없는 곳, 작업 현장 이외에 어떤 사회적 활동도 할 수 없는 곳이 후쿠시마 제염 현장이다. 이러한 곳에서 노동자들은 하루살이처럼 파친코에 빠지거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하고 버려진 사람 취급을 받았을 뿐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노동자들을 그저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하지 말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이야기한다. 더불어 이러한 수직적 하청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발전소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사고가 보도되었고, 노동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많은 분노를 일으켰다. 자본의 이해만을 추구하는 이러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고, 인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드는 데 이러한 현장 보고가 쓸모가 있을 것이다. 도쿄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후쿠시마의 열악한 현장을 비교하며 저자는 이러한 사태를 일으킨 인간의 죄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인간 일반의 죄로 일반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복구를 위해 열심히 노동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시각에서 제대로 된 복구가 이루어지기 위해 노동자들의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최종 책임을 일본 정부가 확실하게 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를 통해 독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단순히 환경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동문제와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이 모든 문제들이 결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일본 독자 서평 중에서 -

뽐내지 않고 담담하게 - 2016 년 3 월 15 일
땀냄새가 전해지는 귀중한 체험기.
저자는 도쿄 도내 우체국에서 정년까지 우편배달에 종사한 근면한 샐러리맨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시 그 불행을 나의 일로 받아들인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일단 후쿠시마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하로워크(직업소개소)의 소개로 처음에는 오염 제거 작업에 종사했다. 그 후로는 약 1년 동안 원전에서 폐기물 분리 작업에 종사했다. 이 책에서 작업자의 일상생활, 원전의 작업 환경, 고용과 임금 조건, 작업 관리 및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의 행동과 감정 등 자신의 경험과 동료들과의 생활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적고 있다.
현장에서 매일 7천 명이 일하고 있는데, 그중 1천 명이 도쿄 전력 직원이며, 협력 업체 근무자는 6천 명이다. 6천 명의 노동 시간은 여름에는 하루 1시간, 기후가 좋은 때는 하루 2시간. 게다가 동시에 일하는 사람은 2천 명 이하인 것을 알 수 있다. 저자가 소각용 쓰레기 정리는 물론 주변 업무에 끝없이 종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래적인 시설 구축 및 처리 작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그 일부이고, 대다수가 지원 업무 및 제염 작업에 종사함을 알 수 있다. 원전 사고 뒤처리는 것은 엄청난 낭비의 집적임을 실감한다.
이 저자 같이 선의를 가진 사람도 불안정하고 열악한 대우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노동 관리가 이전 시대처럼 무법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저자가 그때그때 읊은 단가가 [아사히가단]에 게재된 것으로 삽입되어 있는 것이 흐뭇했다.

일본인 모두에게 읽히고 싶다 - 2017 년 11 월 14 일
이케다 씨는 책을 처음 집필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은 생각보다 읽기 쉽고, 후쿠시마 원전에서의 경험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한 내용에 새삼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진심으로 여러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정으로 제염과 폐로 작업에 종사하는 사람, 인생을 걸고 후쿠시마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참가한 분, 이유는 각각이지만 일하는 노동자 분들(제염 작업에 참여한 분들을 포함하면 하루에 2천 명 이상)에게 인사하고 싶습니다.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후쿠시마는커녕 일본이 어떻게 되어 버릴까요. 여기 책에는 없지만 이전에 라디오로 직접 근로자를 인터뷰한 음성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원래 원청 업체와 직접 계약한 근로자라면 2만 엔 이상 일당을 받는 것입니다만, 실상은 원청과 노동자 사이에 중개자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심한 경우라면 여러 회사가 중간에 들어가 마진을 가져가서, 같은 작업을 일해도 하루 7~8천 엔 정도밖에 받을 수 없는 분들도 상당히 계실 것 같네요.
일본인은 오키나와의 문제에 관해서도, 일본만이 아니라 세계가 오염되어도 후쿠시마 원전 문제에 대해 너무 무관심합니다. 지진 따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노동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저 : 이케다 미노루
전 후쿠시마 원전 하청 노동자.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나 1970년 우체국에 취직했다. 2013년 우체국에서 정년퇴직한 후 2014년부터 후쿠시마현 나미에정에서 제염 작업원으로 종사하기 시작했다. 2014~2015년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폐로 및 수습 작업에 종사했다. 현재는 후쿠시마 하청노동의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역 : 정세경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석사 논문을 썼다. 환경과 안전,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 두번째테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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