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평화의 책들 :::

지은이: 문선희
출판사: 책공장더불어
2019/3/4(월)
조회: 225
묻다  


묻다
문선희 글, 사진 / 책공장더불어 / 192쪽 / 13,000원 / 2019년.

동물의 대량 살처분 이후를 말하다
2000년 이후 가축 전염병으로 살처분 당한 동물 9,800만 마리
대량 살처분 방식은 합당한가?
 
2010년 겨울,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천만 마리가 넘는 생명이 속절없이 땅에 묻혔다. 돼지는 공중에서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고, 오리는 뒤뚱뒤뚱 쫓기다가 구덩이 속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영문을 모른 채 두리번대던 동물들 위로 흙더미가 쏟아졌다. 그렇게 전국 4,799곳에 살처분 매몰지가 생겼다.
3년 후인 2014년, 매몰지의 법정 발굴 금지 기간이 해제되었다. 천만 이상의 생명을 삼킨 땅이 고스란히 사용가능하게 된 것이다. 과연 땅은 3년 만에 온전한 곳이 되었을까?
사람들은 죄 없는 동물이 산채로 땅에 파묻히는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분노했지만 동물이 묻힌 땅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2년 동안 4,799곳의 매몰지 중 100곳을 찾아다니며 땅 속 깊숙이 봉인되었던 동물의 목소리를 끌어올린다. 저자는 생매장 당한 생명을 삼킨 땅의 변화를 기록한 유일한 사람으로 생명이 처참히 파묻힌 땅에 대한 목격자이가 증언자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처음 시작된 2000년 이후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한 동물이 9,800만 마리를 넘었다. 2010년 이후 구제역과 조류독감은 거의 매년 발생하고, 2016년 겨울에 시작된 조류독감으로 가금류 3,300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사상 최악의 사태도 겪었다. 2019년에도 구제역으로 8년 만에 가장 많은 2천 마리가 넘는 소가 살처분 되었다.
이 책은 묻는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생명을 계속 묻는 현재의 가축 전염병에 대한 대처법은 과연 합당한지.    

2. 주요내용
살처분 매몰지를 2년 이상 추적하고 기록한 유일한 사람
사진과 이야기를 통해 살처분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와 치유를 전한다    
살처분 현장을 보며 사람들은 생명을 함부로 하는 불경함, 생명의 가치보다 경제성이나 합리성이 우선시 되는 냉혹함을 목격하고 가슴 아파하고 두려워했다. 과연 지금의 대량 살처분 방식이 합당한지 의문도 가졌다. 이 책은 가축 전염병의 예방과 대처법, 살처분 방식에 대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던 작가가 살처분 매몰지를 기록한 경험을 사진과 함께 이야기 방식으로 풀어낸다.
책은 매몰지를 찍은 사진을 사진전과 같은 형식으로 보여주고, 저자가 매몰지 촬영을 하면서 품었던 살처분 방식에 대한 의문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공유하고, 사진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살처분이 남긴 상처와 치유를 전한다. 작가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비슷한 것을 묻고, 함께 안타까워하고, 화내고, 고마워했다.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동물 매몰지를 기록한 작가 덕분에 그간 우리가 먹는 동물을 대하는 방식과 그들이 아플 때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는 첫 전시회 후 죽은 동물들을 위한 제의의 의미로 사진을 다 태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전시회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이 또한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3년째 작품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전시장에서 사진만 볼 수 있었다면 책에서는 사진과 함께 모든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덕분에 독자는 더 쉽고 아프지 않게 살처분이라는 힘든 주제에 비로소 다가갈 것이다. 살처분 매몰지에 관한 이야기지만 단지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묻다> 전시장을 찾았던 유치원생들이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찌하면 되는지 알게 된 후 깔깔깔 웃고 나갔던 것처럼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3. 저자 소개
문선희
현대사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탐구하며 지낸다. 이성적으로는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고, 감성적으로는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묻다> 외에 5·18 당시 아이들의 기억을 엮은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 고공농성에 관한 작업인 <거기서 뭐 하세요> 등을 발표했다.

4. 책 속의 문장
★ 2010년 겨울이었다. 매일 산채로 파묻히는 동물에 관한 뉴스가 보도되었다. 트럭에 가득 실려 온 돼지들이 구덩이 속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돼지는 공중에서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수천마리의 오리가 뒤뚱뒤뚱 쫓기다가 구덩이 속으로 후드득 굴러 떨어졌다. 영문을 모른 채 두리번대던 동물들 위로 흙더미가 쏟아졌다.
★ 전국 4,799 곳에 매몰지가 조성되었다. 매몰지 오염에 관한 뉴스가 쏟아졌다. 피로 물든 지하수가 논과 하천으로 흘러나오고, 땅 속에 가득 찬 가스로 인해 썩다 만 사체들이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는 엽기적인 뉴스였다. 3년 후, 이렇다 할 뉴스 없이 전국 4,799 곳의 매몰지가 고스란히 사용 가능한 땅이 되었다. 정말 사용가능한 땅이 되었을까?
★ 어떤 매몰지는 물컹거렸고 어떤 매몰지는 단단했다. 어떤 매몰지는 잔뜩 부풀어 올라 있었고, 또 어떤 매몰지는 푹 꺼져있었다. 어떤 매몰지는 플라스틱 관이 몇 개 쯤 꽂혀 있었고, 어떤 매몰지는 그조차도 없었다. 그나마 설치된 플라스틱 관들은 터지거나 막혀 있기 일쑤였고, 지독한 악취를 뿜어댔다.
★ 한 번은 매몰지에 갔는데 구석기 유적지 표지판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매몰 부지를 찾지 못해 곤란을 겪다가 근처 공유지에 파묻는다는 것이 엉뚱하게도 구석기 유적지에 오리를 파묻어버린 것이었다.
★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은 고열이 발생하지만 이틀에서 사흘이 지나면 열이 가라앉는다. 입술, 혀, 잇몸, 코 또는 발굽 등에는 물집이 생긴다. 입속에 생기는 물집으로 인해 거품이 많고 끈적끈적한 침을 심하게 흘린다. 발굽에 생긴 물집으로 걸음을 절뚝거리기도 한다. 갓 태어난 동물의 경우 치사율이 50퍼센트에 달하지만 다 자란 동물의 치사율은 1~5퍼센트로 경미한 편이며 대부분 2주 안에 자연치유 된다.  
★ 인류역사에 구제역이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16세기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당시 세계 무역의 중심지였다. 구제역이 돌기 시작하면 농장 입구에 죽은 양이나 소의 머리를 걸어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짚을 깔아주고 쇠죽과 부드러운 건초를 먹이면서 돌보면 구제역은 완치되었다.
★ 구제역은 사람에게 옮기지도 않으며 식품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20세기 초만 해도 구제역에 걸렸다 회복된 소 중에서 고품질의 고기와 우유를 생산해 상을 받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 모든 생명체는 태양과 땅, 물 그 외에 다른 생물들에게 빚을 진다. 자기가 쓸 에너지를 직접 만드는 건 식물뿐이다. 사슴을 잡아먹는다고 사자의 도덕성을 비난할 수는 없다. 육식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육식이 범죄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 매몰지에서 불에 탄 것처럼 새까맣게 변해 죽은 풀을 처음 보았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음 번 매몰지에서 끈적이는 액체를 토해내며 기이하게 죽은 풀을 보았다. 전문가에게 다급히 물으니 땅 속의 유독 물질에 풀의 뿌리가 닿았거나, 땅 밑에서 피어오른 유독 가스로 인한 변고 같다고 했다. 독을 내뿜는 땅,
★ 매몰지 옆의 깨밭은 트럭이 밀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밭 가운데의 깨들이 양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벼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눈에 띄게 웃자랐다. 논에서는 벼와 잡초가 마구잡이로 섞여 자랐다. 물이 찬 논에는 날벌레가 들끓었다. 겁이 날 정도로 엄청난 밀도였다.
★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땅에 파묻었다. 동물들은 고통 속에 죽어갔고, 땅은 심각하게 오염되었다. 그리고 오염된 땅에서는 공공연히 농사가 시작되었다.
★ 근접 촬영을 위해서는 몸을 잔뜩 낮추어야 했다. 사체 썩는 악취가 진동했다. 설상가상으로 온갖 벌레들이 들끓었다. 물컹거리는 매몰지에 삼각대를 세우는 일도 여의치가 않았다. 간혹 삼각대가 미끄러져 자칫 비닐이 뚫리기라도 하면 이러다 죽지 싶을 만치 독한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마침내 100곳의 매몰지를 다 살폈다.
★ 매몰한 지 4년이 지났으니 대지가 회복 중일까?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해버린 마리 앙투아네트처럼 며칠 사이에 비닐 아래의 풀들은 새하얗고 투명하게 말라죽어버렸다. 아직 여기 동물이 있다. 대지는 삼킨 죽음을 토해내고 싶어 한다.
★ 2014년 강력한 고병원성 조류 독감으로 1,396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했다. 2016년에는 두 배에 달하는 3,781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 됐다. 이는 전체 사육 조류의 30퍼센트를 웃도는 숫자였다. 동일한 시기에 같은 바이러스로 조류독감이 발생한 독일, 프랑스, 덴마크는 100만 마리 이하의 동물을 살처분 했다.
★ 햇빛이 차단되어 자외선 살균의 우려도 없고, 환기가 되지 않아 오랜 시간 안전하게 머무를 수 있으며, 감염시키기 용이한 숙주들이 옮겨 다니기 좋게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 밀집사육 시설은 바이러스가 치명적으로 진화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인큐베이터였다.
★ 누군가는 갓 태어난 새끼들까지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을 해야만 했다. 누군가는 살아 있는 동물들 위로 흙을 쏟아 붓고 땅을 다지는 일에 투입되었다. 동물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을 직접 담당해야 했던 사람들. 무겁고도 무서운 기억에 짓눌려 잠 못 이루는 밤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지독한 형벌을 받고 있을까?
★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자 2015년부터 정부는 용역업체에 살처분을 떠맡겼다. 이제 공무원을 대신해 가난한 청년과 외국인 근로자가 살처분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5. 차례
그 해 겨울 ∥ 물컹한 땅 ∥ 비밀  ∥ 수익  ∥ 3년 후  ∥ 내일의 문제  ∥ 악몽  ∥ 299  ∥ 자연치유 ∥ 예방적 차원  ∥ 청정국  ∥ 죽음 없는 무덤  ∥ 공범  ∥ 동물의 사정 ∥ 다시, 구제역 ∥  비닐 아래 ∥  근면한 작물재배 ∥ 부메랑  ∥ 환삼덩굴  ∥ 투고  ∥ 묵묵부답  ∥  구토  ∥ 메르스  ∥ 묻다  ∥ 그녀의 아버지 ∥ 가격 ∥ 제의 ∥ 아이들 ∥ 인큐베이터  ∥ 행복의 조건  ∥ 형벌  ∥ 국가의 명령  ∥ 마음들

* 책공장더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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