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평화의 책들 :::

지은이: 리 골드먼
출판사: 부키
2019/2/25(월)
조회: 199
진화의 배신  


진화의 배신
리 골드먼 / 김희정 옮김 / 부키 / 560쪽 / 22,000원 / 2019년.

인류의 생존은 뛰어난 뇌보다 위대한 유전자에 달려 있었다
호모 속 출현 후 230만 년, 호모 사피엔스 출현 후 20만 년이라는 아득한 세월을 견디고 인류는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 단순히 살아남는 데 그친 것만이 아니다. 4만 년 전부터는 유일하게 생존한 호모 종이 되어 찬란한 문명을 건설하고 말 그대로 지구를 정복했다.
지구상에 출현했던 생물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비율은 500종당 1종, 0.2퍼센트에 불과하다. 우리 인간은 포식자, 환경 재난, 전염병 등 온갖 재앙 속에서 어떻게 이 극한의 확률을 뚫고 지금과 같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을까? 가장 손쉽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아마 우리의 커다란 뇌, 그러니까 뛰어난 지능 덕분이라는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심장병 전문의 리 골드먼 박사는 뇌를 넘어서 더 근원적인 요인에 주목한다. “우리가 오늘날 여기 있는 것은 우리 뇌력의 궁극적인 승리 덕분이지만 우리의 생존은 언제나 우리 몸에 달려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생존하고 심지어 번성했던 것은 근육의 힘보다 생존을 가능케 한 타고난 형질들 덕분이라는 의미다. 예술, 과학, 철학, 테크놀로지 등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뇌의 힘은 우리 몸이 힘든 환경, 때로는 적대적인 환경을 버텨낼 만큼 강하지 않았으면 갖추지 못했을 것이다.”(28쪽)
진화는 자연 선택과 적자 생존의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관건은 누가 ‘가장 적합한 유전 형질’을 가졌느냐다. 그런 특성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아남아 자손을 번식하고, 그 자손들이 다시 더 많은 후손들을 낳는 일이 반복된다. “이처럼 자연 선택은 느리지만 꾸준하고 거침없이 어떤 유전자가?그리고 거기에 따라 어떤 사람들이?지구상에 살아남을지를 결정해 왔다.”(35~36쪽)

우리 조상들은 굶주림과 탈수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지구상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류를 위협한 가장 큰 문제는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이었다.(10~12쪽) 이 위험을 극복하고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나아가 우리 유전자들은 어떤 방어 체계를 마련해야 했을까?
먼저 굶주림에는 어떻게 대비했을까? 음식이 생길 때마다 지나칠 정도로 배불리 먹어 두는 보호 전략을 취했다. 이를 위해 우리 몸은 20개가 넘는 분자와 호르몬이 허기와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고,(90쪽) 3가지 유전자가 좋아하는 단맛과 감칠맛을 감지하는 한편 25가지가 넘는 유전자가 위험한 쓴맛을 감지한다.(94쪽) 또 배, 허리, 둔부에 집중된 350억 개의 지방 세포는 약 13만 칼로리(비만일 경우 1400억 개, 100만 칼로리)의 열량 비축 능력을 자랑한다.(136쪽)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우리 조상들은 늘 아사의 위협에 직면해야만 했다. “굶주림은 개인뿐 아니라 생물 종 전체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의 본능과 인체 내 조절 장치는 전부 과식을 해서라도 당장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하는 쪽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울어”(72쪽) 있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탈수를 피하는 것 역시 생존에 대단히 중요했다. 작고 약한 인간은 사냥감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뒤쫓는 방법으로 먹이를 구했는데, 이때 갖추어야 할 필수 요건이 끈기 또는 지구력이었다.(168~169쪽) 사냥 시에는 엄청난 활동량으로 엄청난 열량을 소비하는 동시에 엄청난 땀을 흘렸다. 땀을 흘려 몸의 과열을 방지해야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땀 흘리는 능력, 인체의 냉각 능력은 너무나 탁월해 에어컨에 맞먹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174쪽) “땀을 흘리는 것이 인간에게 이토록 중요하므로 우리는 다른 포유류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마셔야 한다. … 호르몬들은 갈증을 일으켜 필요한 만큼 물을 섭취하게 유도하고, 짠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켜 소금을 섭취하게 한다. 또 신장을 제어해 소금과 물이 부족할 때는 보존하고 너무 많으면 배출하도록 한다.”(175쪽) 그리하여 우리 유전자는 심지어 “소금이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입맛과 생존을 위한 과잉 보호 본능 때문에 짠 음식을 먹고 싶”(178쪽)게 하는 강력한 탈수 방어 기제를 만들어 냈다.

우리 조상들은 폭력과 출혈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폭력과 그로 인한 비명횡사는 우리 조상들에게 다반사였다. 한때 우리 조상들이 ‘온화한 야만인’이었다는 신화가 존재했지만 금방 허구로 판명 났다. 일례로 5000년 전 사람 ‘아이스맨 외치’와 9400년 전 사람 ‘케너윅맨’의 사체를 정밀 조사해 보니 폭력의 흔적이 역력했다.(227~228쪽) “이러한 사례를 놓고 볼 때, 선사 시대의 비명횡사는 거의 대부분이 동물의 공격이나 절벽에서 떨어지는 등의 사고보다 살인에 의한 것이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230쪽) 그렇다면 왜 인간은 1만 세대 동안 강한 살해 욕구를 가지고 살아왔을까? 그것이 진화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답한다. “살인을 통해 식량과 물, 그리고 원하는 여성과 그녀의 자손 번식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230쪽) “살인자가 희생자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은 명백하다.”(232쪽)
그런데 이 살인 능력만큼이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이 살해당하지 않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비명횡사를 피하기 위해 우리 조상들은 어떤 형질을 발달시켰을까? 한 가지는 극도로 경계하고 두려워하면서 불안해하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싸우거나 도망칠 수 없을 때 순종적인 태도를 취하고 슬퍼하면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힘센 다른 인간들로부터 끊임없이 위협받는 환경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는 과잉 경계심, 심지어 가끔 일으키는 공황조차 생존에 중요한 기능일 수 있다.”(249쪽) 아울러 “해결 불가능한 상황이나 이길 수 없는 도전에 부닥쳤을 경우 순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생존에 가장 유리한 전략일 수 있다.”(250쪽) 불필요한 또는 필요 이상의 두려움인 불안, 그리고 지나치고 끈질긴 슬픔인 우울은 진화가 낳은 탁월한 자기 방어법이었다.
원시 지구를 누비고 다닌 선사 시대 사람들에게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로 인한 출혈은 심각한 문제였다. 한편 종족 보존이라는 목적에서 볼 때 출산 시 출혈은 더 중대한 문제였다고 할 수 있다. 구석기 시대 사람의 12퍼센트, 초기 농업 정착민의 25퍼센트가 살인과 치명적 부상으로 사망했다고 추정되며(299쪽) 구석기 시대 여성이 출산 출혈로 사망할 확률은 30분의 1로 추산된다.(300쪽) “현대적인 산과 의료 서비스, 수혈, 외과 수술, 봉합 같은 치료의 도움 없이 수천 세대에 걸쳐 출산을 하고 폭력 상황을 헤쳐 나가야 했던 우리 조상들은 피가 응고되어야만, 그것도 재빨리 응고되어야만 했다.”(300쪽) 이처럼 출혈로 목숨을 잃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은 두 가지 혈액 응고 신속 대응 경로를 갖추었다. 첫 번째는 혈소판에 기초한 체계다. 혈소판은 혈액 속을 떠돌다가 혈관 안쪽 세포 방어벽에 손상이 생기면 재빨리 가서 구멍을 막는다. 그리고 유인 물질을 분비해 다른 혈소판들에게 전투에 신속하게 참가하도록 독려한다. 두 번째는 열 가지가 넘는 혈액 응고 단백질이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켜 일종의 섬유 그물망을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이 그물망은 혈관 벽의 더 큰 상처를 때우는 동시에 혈소판들이 와서 쌓일 수 있는 기본 구조물 역할을 한다.(306~307쪽)
이처럼 훌륭한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1만 세대, 20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환경에 적응하고 번창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순조롭던 진화의 여정에 갑자기 제동이 걸렸다. 인류를 굶주림과 탈수, 폭력과 출혈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던 유전자들이 단 10세대, 200년 만에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20만 년간 우리를 지켜 주던 유전자가 죽음의 원흉으로 돌변했다
1988년 오프라 윈프리는 비만과 건강 문제를 염려해 체중 감량 작전에 들어가 95킬로그램에서 65킬로그램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들어 줄었던 체중이 금방 다시 불어나자 또 한 번 38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몸무게는 계속 늘어만 갔고 2005년 4개월간 거의 굶다시피 해서 72.5킬로그램으로 줄였다. 그렇지만 2008년 또다시 18킬로그램이 쪄 있었고, 그 뒤로 그녀의 체중은 요요처럼 오르내리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398쪽)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1921년 39세의 나이로 소아마비에 걸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고혈압을 앓았다는 것은 덜 알려져 있다.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지 약 25년 후인 63세에 그가 사망한 것은 소아마비와는 상관없는 질병, 뇌졸중 때문이었다. 극도로 높은 혈압이 뇌 속 작은 동맥을 터뜨리면서 머리 속에 엄청난 출혈을 야기해 불과 몇 시간 만에 그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쓰러진 직후 그의 혈압은 300/190이었다.(162~163, 215쪽)
2012년 미육군 82공수사단의 일원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후 전역한 제이슨 펨버턴 하사는 자기 아파트에서 1년여 전 결혼한 아내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평범한 병사가 아니었다. 최전방 정찰병 임무를 맡았고 필요할 때는 저격수 역할까지 해내며 세 차례나 훈장을 받은 뛰어난 군인이었다.(222쪽)
오늘날 위와 같은 사례들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한 동시에 더 병들어 가고 있다. 살찌기는 쉬운 반면 살빼기는 너무나 어렵다. 세계적으로 고혈압과 뇌졸중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살인 사망보다 자살사망이 두 배나 높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리 골드먼 박사는 정곡을 찌르는 진단을 내놓는다. 수십만 년간 인류를 존속하고 번성하게 해 준 생존 형질, 우리를 더욱더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 준 유전자에 그 답이 있다고.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주던 과식 본능은 이제 비만과 당뇨병의 원흉이다. 치명적인 탈수를 예방해 주던 물과 소금 보존 본능은 고혈압이라는 직격탄을 날린다. 비명횡사당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며 두려워하고 순종하며 슬퍼하는 전략이 불안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을 부추긴다.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는 신속한 혈액 응고 장치는 혈전을 형성해 혈관을 막거나 터뜨려 뇌졸중과 심장 질환을 부른다.
지난날 인류에게 그토록 유익했던 것들이 오늘날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2세기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반면,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우울증과 정신 질환, 심장 질환과 뇌졸중의 비율 역시 급등했다. 현재 미국 내 주요 사망 원인 중에서 심장 마비는 1위, 뇌졸중은 4위에 올라 있으며 당뇨병은 9위, 자살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286, 366~367쪽)

우리 유전자가 현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못 따라잡고 있다
살찌기보다 살빼기가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체중이 감소할 경우 우리 몸에서는 입맛을 돋우는 최소 일곱 가지의 호르몬과 분자의 분비가 상승한다. 게다가 이 물질들의 분비 수준은 한번 높아지면 몇 년간 지속된다.(133쪽) 여기에 비만증의 ‘허용’ 인자라고 불리는 육체 활동량 감소와 고열량의 값싼 음식이 넘쳐나는 상황이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한다. 또 “현대인이 먹는 고기에는 수렵?채집인들이 먹었던 고기에 비해 지방이?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포화 지방산을 함유한 지방이?훨씬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우리 몸은 지방 저장 능력까지 탁월하다. “오늘날 우리 대부분은 조상들이 겪었던 식량 부족을 평생 겪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유전 형질은 마치 그런 일이 벌어질 것처럼 우리 몸을 작동시킨다.”(135~137쪽)
상황은 달라졌는데 여전히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 몸을 작동시키는 것은 다른 유전 형질들도 매한가지다.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0.7그램의 나트륨만 섭취하고도 잘 살았다.(196쪽) 반면에 현대 미국 성인은 일일 평균 3.6그램, 세계적으로는 평균 5그램을 섭취한다.(179쪽) 사실 우리는 하루에 1.5그램 이상의 나트륨은 필요치 않다.(219쪽)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 몸의 탈수 방지를 위한 과잉 보호 조절 장치는 어김없이 작동하고, 나트륨 보존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고혈압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본태성 고혈압’이 발생한다.(204~205쪽)
현대 사회에서도 경쟁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목숨을 건 폭력 투쟁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우리는 이제 육체적 폭력을 동원한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라 스포츠나 비즈니스에서 경쟁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위상을 확보한다.”(231쪽) 그럼에도 폭력과 비명횡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의 생존 본능은 두려움, 불안, 공포, 순종적인 태도, 슬픔, 우울함이라는 보호 전략을 변함없이 작동시킨다. 그리하여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가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해 원래 피하려 했던 폭력 자체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내고 있다.”(288~289쪽)
우리는 이제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과다 출혈로 죽을 위험이 낮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 봉합술, 수혈, 줄어든 폭력, 그리고 향상된 산과 의료 기술 덕분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혈액 응고에 아주 능했던 사람들의 자손인 탓에 그 유전적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고, 이는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과 직결된다. “오늘날 미국에서 혈전으로 인한 질병?심장 마비, 혈전성 뇌졸중, 폐색전 등?은 모든 사망 원인의 25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는 외상, 살인, 자살, 출혈성 뇌졸중, 궤양 등 출혈 증상으로 인한 사망을 모두 합친 것보다 네 배 이상 많다.”(339쪽)
이 모든 역설적 상황이 빚어진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다시 한 번 예리한 진단을 내놓는다. “우리는 뇌를 사용해 환경에 대단한 변화를, 그것도 이전에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던 속도와 방향의 변화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반면에 세대가 흘러도 이전 세대의 DNA를 ‘복사기로 복사하듯’ 완벽하게 반복하도록 만들어진 우리 신체는 계속해서 느린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의 유전자가 현대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65쪽) 요컨대 우리는 “인류 생존이라는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적응이라는 전투에서는 지고 있다.”(67쪽) 인류는 진화 역사상 처음으로 맞이한 이 사태를 극복하고 또다시 생존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대병을 해결할 방법과 대안은 무엇인가
2030년에 이르면 고소득 국가의 평균 수명은 여성 85세, 남성 80세로 높아질 전망이지만, 주요 현대병은 더 한층 위세를 떨치며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리라 전망된다.(366~367쪽)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 골드먼 박사는 의지력에서부터 최첨단 기술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해법을 살피고 대안과 가능성을 모색한다.
먼저 과잉 보호 형질을 확산시키는 유전자가 문제라면 원인이 되는 그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로 그것을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또는 유전자라는 본성이 아니라 양육(후천적 학습)이라는 환경 적응 과정에서 타개책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몸 자체에서 해결책을 찾지 않고 의지력(정신력)으로 우리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도 길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 운동, 소금 섭취 줄이기, 심리 치료, 공공 프로그램 등에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고 때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와 노력이 완전히 가망 없는 일은 아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한계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부디 오해 없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는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죄책감과 가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는 대신 우리는 뇌를 써서 우리의 체질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꿔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451쪽)
그러므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현대 과학과 의학, 즉 약과 수술이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제로 공식 승인된 약이 다섯 가지 있으며,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또 빛으로 미각 세포를 속이거나 지방 세포를 조작하는 방법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장 속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조작 기술 같은 것도 있다. 그리고 ‘비만 대사 수술’은 병적 비만과 비만 관련 당뇨병에 가장 좋은 치료법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다.(463~475쪽) 나아가 최첨단 기술들의 성공 가능성도 존재한다. 자연 선택보다 더 빨리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유전자 치료법, 불리한 DNA와 RNA를 직접 수정?수선하는 방법, 유전자를 후성유전학적으로 변화시켜 기능을 바꾸는 방법 등이 그런 예다.(502~504쪽)
저자는 정밀 의학 시대의 도래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엿본다. 현대 생물학과 의학의 발달로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으며, 태어나기 전부터 건강을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508~510쪽) 물론 맹신과 남용은 금물이다. “목표는 우리 모두가 약에 취한 좀비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나와 있거나 미래에 개발될 치료법을 신중하게 활용해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가 가진 뛰어난 뇌를 십분 활용해 타고난 체질과 시대의 요구를 일치시켜야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도 우리 뇌의 힘 때문이다. 그러니 “20만 년에 걸쳐 살아남은 인류가 성공적으로 헤쳐 온 모든 어려움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512~513쪽)

저 : 리 골드먼 (Lee Goldman)
세계적으로 저명한 심장병 전문의로, 현재 컬럼비아대학교 의학건강과학대학원 학장, 컬럼비아대학병원 원장 겸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일대학교에서 의학 및 철학 박사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대학교샌프란시스코병원,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예일뉴헤이븐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았다. 하버드의학대학원 의학 교수와 하버드공중보건대학원 전염병학 교수를 거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 의학대학원 의학부 부학장과 임상학 학장을 지냈다. 미국의학원 회원이며 미국일반내과의사협회, 미국의사회, 미국의대교수협회가 수여하는 최고상을 수상했다. 흉부 통증 환자의 입원 여부 결정 기준으로 높이 평가받는 골드먼 표준(Goldman Criteria), 골드먼 지수(Goldman Index)로 대표되는 비심장 수술이 심장에 미치는 위험 예측에 관한 연구로 유명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 교과서인 《골드먼-세실 의학 교과서(Goldman-Cecil Medicine)》의 수석 편집인이며, 지금까지 45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역 : 김희정
서울대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 가족과 함께 영국에 살면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채식의 배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견인 도시 연대기』(전 4권) 『코드북』 『두 얼굴의 과학』 『우주에 남은 마지막 책』 『영장류의 평화 만들기』 『아인슈타인과 떠나는 블랙홀 여행』 『내가 사는 이유』 등이 있다.

* 부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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