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평화의 책들 :::

지은이: 마크 샤피로
출판사: 알마
2019/2/11(월)
조회: 221
정상성의 종말  


정상성의 종말
마크 샤피로 / 김부민 옮김 / 알마 / 356쪽 / 18,000원 / 2019년.

탄소 배출이 초래한 전 세계의 참혹한 현장 보고
우리가 몰랐던 온실가스 배출 문제의 숨은 메커니즘

기후변화, 정상성의 종말, 기후변화회의, 탄소 시장, 상쇄배출권,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화폐, 탄소권리, 탄소경제, 탄소격리, 탄소발자국, 탄소세, 파리기후협정…. 이런 용어들을 우리는 얼마나 들어보았고, 또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환경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 또한 대부분 티브이 화면으로 본 몇몇 상징적인 장면들에 그치기 일쑤다. 자연의 일각에 현상으로 나타난 이미지를 감성으로 소화하는 것이 우리가 ‘환경’에 대해 가진 문제의식의 흔한 양태인 것이다. 2015년 국내에 도입된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높지 않은 현실에서, 해결 방안을 강구하는 구체적인 단계로의 진입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성의 종말―기후 대재앙 시나리오》는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기후 문제에 대한 최근의 관심을 지적인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에 최적인 세밀한 안내서라 할 만한 책이다. 먼저 저자는 ‘정상성의 종말’이 도래하면서 더 이상 미래가 예측 불가해진 시대에 우리 환경이 처한 엄청난 위기를 보여준다. 1장에서는 농업을, 2장에서는 항공 산업을, 3장에서는 산림 벌채를, 4장에서는 석유 산업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어떤 위험한 상황에 들어서 있는지를 알리고 이대로는 기후 대재앙이 올지도 모른다는 학자들의 말로써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재앙을 타개하고자 나타난, 그동안 장점과 필요성만이 부각되고 강조되었던 탄소 시장의 명암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제도인 탄소배출권 거래제이지만, 배출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국의 암투와 다국적 기업의 꼼수로 인해 이제는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문제와 그것이 전 세계의 정치와 경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서술로 보여주는 것은 물론, 환경 보호라는 명목 아래 생업의 현장에서 내쳐져 구걸을 하게 된 원주민들이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이 탄소배출권을 놓고 싸우는 동안 정작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탄소와 관련 없는 작은 섬나라들이라는 등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환경과 관련된 문제가 어느 하나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논증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쉬이 연결시켜 생각하지 못하는 수많은 분야의 무수한 요소들이 실은 이면에서 서로 맞물리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동하고 있다는 온실가스 문제의 숨은 메커니즘을, 독자들로 하여금 넓은 시각으로 조망케 해준다.

경제적·환경적 수탈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
포스트 탄소경제와 ‘탄소 없는 세상’의 청사진

하지만 저자가 《정상성의 종말》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탄소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한 숱한 시도들의 실패만은 아니다. 저자는 5장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들의 사례를 보여주고, 이어지는 6장에서 탄소에 가격표를 붙이려는 각국의 시도를 묘사한다. 그리고 8장에서 드디어 포스트 탄소경제의 몇 가지 예시를 통해 그 청사진을 제시하여 스스로 제기했던 문제들의 해결 방안과 뜻밖의 희망이 자리한 지점을 보여준다. 7장에서는 해킹에 의한 탄소배출권 도난 사건 등을 설명하며 탄소 시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첨단 범죄에 대해 우려를 표함으로써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그렇다면 저자가 탄소 시장의 문제점을 피하고 기존의 한계를 넘어설, ‘포스트 탄소경제’의 핵심과 같은 것으로 제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탄소세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의 많은 사업체는 탄소 시장이 아닌 탄소세가 탄소에 대한 예측 가능한 가격을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탄소세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며, 새로이 공평한 경쟁의 장을 열고, 에너지 비용을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게 할 거”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파리 기후회담은 세계가 확실히 변하고 있다는 신호”였지만 “아직 확실한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기후변화가 정상성의 종말을 불러온 것처럼, “유해한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것이 정상”이었던 비즈니스 세계 또한 이제 스스로 정상성의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바라건대 이 책을 통해, 화석연료가 오랫동안 지배해온 세상에서 일어난 일은 근본적으로, 경제를 화석연료업계에 우호적이게끔 만드는 심각한 왜곡 행위였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또한 화석연료를 오늘날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던 모든 요소들이 드디어 지구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대체되고, 변형되고, 방향을 틀고 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_‘후기: 균형을 찾아서’에서

물론 아직도 갈 길이 멀기에 《정상성의 종말―기후 대재앙 시나리오》는 더 의미를 발하는 것일 테다. 기존의 전문 서적이나 학술 서적과 달리, 베테랑 기자 출신의 저자는 각각의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어 취재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하여 얻어낸 자료를 통해 논지를 펴나가는 르포의 형식으로 생생한 현장감을 담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유려한 문체를 사용해 그것들을 하나의 주제로 훌륭히 엮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이 책은 탄소에 대해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든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사람이든, 독자들을 새로운 깨달음과 ‘행동’의 영역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내 지적인 관심은 어째서 적극적인 행동이나 참여로 이어지지 않은 것일까? (…) 나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내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던 것은 윤리적 의무에 더할 경제적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스스로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우리 모두 장기적으로는 샤피로 씨의 전망처럼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거라고 확신한다.”
_‘옮긴이의 말’에서

저 : 마크 샤피로 Mark Schapiro
기자로서 환경과 경제 그리고 정치의 권력이 교차하는 지점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탐사보도센터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 선임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Califonia 버클리캠퍼스 언론학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PBS 뉴스쇼 〈프론트라인/월드FRONTLINE/World〉와 〈빌 모이어의 나우Bill Moyer’s NOW〉, 공영 라디오 프로그램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에서 여러 사연을 보도했고, 〈하퍼스Harper’s〉 〈애틀랜틱The Atlantic〉 〈예일환경360Yale Environment 360〉 〈네이션The Nation〉 〈마더 존스Mother Jones〉 등의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전문기자협회 시그마델타카이상, 듀퐁상, 환경기자협회 보도상, 전미잡지상, 커트쇼르크상 국제보도 부문 등 탐사보도 분야에서 다수의 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Exposed: The Toxic Chemistry of Everyday Products and What’s at Stake for American Power》가 있다.

역 : 김부민
과학서와 역사서를 즐겨 읽는 번역가다. 경영학으로 학사 학위를, 재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좋은 책을 번역하여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요즘은 논리가 살아 있는 책을 아름답게 번역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알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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