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평화의 책들 :::

지은이: 조홍섭
출판사: 지오북
2018/7/30(월)
조회: 145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
조홍섭 / 지오북 / 256쪽 / 18,000원 / 2018년.

천국에서 지옥으로 :
평화로운 풍경 뒤에 감춰진 갈라파고스의 숙명

생물다양성만큼이나 갈라파고스의 지질학, 기상학적 특성은 주목할 만하다. 갈라파고스는 남아메리카 에콰도르에서 1,000㎞ 떨어져 있다. 황량한 화산섬이었던 갈라파고스가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된 데에는, 본토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갈라파고스는 태평양의 주요 해류 4개가 만나는 덕분에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한다. 갈라파고스펭귄이 적도인 갈라파고스에 서식할 수 있는 것도 한류가 흐르는 기상학적 배경 때문이다.

갈라파고스의 지질학, 기상학적 환경조건은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들에 최적화된 듯 보인다. 그러나 5~7년 주기로 찾아오는 엘니뇨와 라니냐의 기상이변은, 갈라파고스의 바다 환경을 천국에서 지옥으로 급변시킨다. 엘니뇨가 나타나 영양분이 풍부한 찬 바닷물이 차단되면 해양 생태계는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갈라파고스바다사자와 바다이구아나는 굶주림을 겪고, 그로 인해 떼죽음을 당한다.

저자는 이러한 기상이변이 갈라파고스의 숙명과 같은 조건임을 이야기한다. 관광객과 생물들이 어울려 지내는 평화로운 풍경이 전부가 아니라, 그 속을 관통하는 자연의 엄혹함과 생물의 필사적인 적응이야말로 ‘살아있는 진화 실험실’이라 불리는 갈라파고스의 진정한 이면이다.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동물들 :
생물 제로’에서 생태계 빈자리 채워 진화

갈라파고스 시내를 걷다보면 평상에 누워 휴식을 즐기는 갈라파고스바다사자를 만날 수 있다. 바다사자뿐만 아니라 갈라파고스의 수많은 동물들은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저자는 갈라파고스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고유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진화론의 예로 교과서에 종종 등장하는 다윈핀치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칙칙한 갈색이나 검은색 깃털을 가진 참새 크기로 모두 16종이나 되는 다윈핀치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갈라파고스 고유종이며 먹이에 따라 부리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게 분화했다. 갈라파고스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생물인 바다 속을 헤엄치며 해조류를 뜯어먹고 사는 파충류인 바다이구아나와 적도에 사는 유일한 펭귄 갈라파고스펭귄도 이 섬의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이다.

다윈핀치, 바다이구아나, 육지거북 그리고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 등은 모두 지구에서 갈라파고스에만 서식하는 고유동물이다. 이렇게 특별한 생물이 살게 된 것은 뜨거운 용암이 굳어 ‘생물 제로’ 상태에서 진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육지거북과 이구아나는 대형 초식동물을 대신했고, 선인장 가시를 물고 딱따구리처럼 사냥하는 핀치처럼 생태계 빈자리를 유연한 진화로 채워나갔다. 국화과 식물인 스칼레시아가 나무가 없는 숲에서 거대한 나무로 진화한 것도 그런 예이다. 갈라파고스에서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
갈라파고스 슬픈 역사의 증거, 갈라파고스땅거북

한때는 죄수의 수용지이자 해적의 천국으로 갈라파고스는 혹독한 역사를 겪어왔다. 그 역사 속에서도 가장 슬픈 역사를 겪은 생물은 갈라파고스땅거북이다. 지구상의 거북 가운데 가장 큰 갈라파고스땅거북은 그 크기로 인해 오히려 인간의 표적이 되었다. 해적들은 땅거북을 식량으로 이용하고, 채취한 기름으로 밤길을 밝혔다. 찰스 다윈의 방문으로 유명해진 이후에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멸종에 이르기까지 거북을 잡아들였다. 갈라파고스땅거북 가운데 핀타거북의 마지막 개체였던 ‘외로운 조지’의 죽음으로 인해, 사람들은 한 종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광경을 직접 목격하게 했다. 다행히도 이후 핀타거북의 유전자가 섞인 잡종을 발견하여 그 유전자는 계속해서 이어져오고 있지만, 여전히 갈라파고스 생태계에서 중요한 구실을 하는 땅거북의 수는 많지 않다.

갈라파고스는 유네스코 자연유산이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전되고 있다. 그러나 갈라파고스가 겪은 슬픈 역사는 여전히 잔상으로 남아 있다. 생태계를 망치는 것은 너무도 쉽지만, 이를 복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면서, 갈라파고스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생태계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앞으로의 보전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보전의 딜레마 :
꿈의 여행지 갈라파고스의 긍정과 부정의 간극

갈라파고스에서만 만날 수 있고, 사람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갈라파고스의 생물들은 관광지로서 매혹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유행하는 ‘생태관광’과 그 과정에서 유입되는 ‘외래종’의 문제는, 오히려 갈라파고스의 생물들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래종 구아버나무에 점령당한 시에라네그라 화산은, 외래종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구아버나무는 사실상 제거가 불가능하며, 이 나무에 둥지를 트는 고유종 워블러핀치 때문에 무작정 없앨 수도 없다. 맹그로브핀치는 새끼의 피를 빠는 외래종 기생파리 애벌레로 인해 멸종 위기에 놓여 있으며, 스칼레시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외래종 블랙베리를 제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외래종은 생태관광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 생물종의 보호를 위해서는 생태관광의 규모를 축소해야 하지만, 외래종 퇴치와 관리에 많은 비용이 필요해 오히려 관광비용과 관광객을 더욱 늘려하는 것도 현실이다. 저자는 이러한 갈라파고스의 딜레마를 지적하며, 독자들의 문제의식을 일깨운다. 이러한 사회현상은 비단 갈라파고스에만 한정되는 문제는 아니다. 찰스 다윈이 이야기한 것처럼, ‘세계 속의 작은 세계’인 갈라파고스가 처한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저자는 우리에게 전반적인 생태와 환경 보전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줄 것을 제안한다.

저 : 조홍섭
환경과 과학 분야에서 30년 넘게 기사를 써 온 우리나라 전문기자 1세대이다. 『과학동아』를 거쳐 『한겨레』에서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일했으며, 깊이 있는 시각과 생명에 대한 따뜻한 감성으로 생태보전, 공해피해, 에너지 등 난해한 환경 문제들을 취재하고 해석하여 소개해 왔다. 교육방송(EBS)에서 ‘하나뿐인 지구’ 진행자로 일했고, 네이버캐스트에 ‘한반도자연사’, ‘한국의 식물원’을 연재했으며, 한겨레TV의 ‘이야기가 있는 한국의 숲’을 기획하는 등 다방면으로 환경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으며, 지금까지도 『한겨레』의 기자로서 환경생태전문웹진 「물바람숲」을 운영하면서 자연사, 전통생태, 생태학 등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글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 『지구를 구하는 정치책』,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반도 자연사 기행』, 『다름의 아름다움』, 『생명과 환경의 수수께끼』, 『프랑켄슈타인인가 멋진 신세계인가』 등이 있고,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 『생물다양성,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가』, 『현대 과학기술과 인간해방』 등을 번역했다.

* 지오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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