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평화의 책들 :::

지은이: 황경택
출판사: 뜨인돌
2019/6/17(월)
조회: 6
만화로 떠나는 우리 동네 식물여행  


만화로 떠나는 우리 동네 식물여행
황경택 글, 그림 / 뜨인돌 / 248쪽 / 15,000원 / 2019년.

“자연을 만나러 꼭 멀리 갈 필요는 없어.
네가 얼마나 멋진 동네에 살고 있는지 보여줄게.”

작은 풀꽃에서 아름드리나무까지,
한동네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식물들.
일 년 열두 달 흥미롭게 펼쳐지는
우리 동네 식물들의 다양한 생존 전략!

자연을 만나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고 흔히들 생각한다. 산이나 바다, 또는 식물원이나 공원 등등. 그런 생각 속에는 하나의 전제가 깔려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라는 공간은 자연과 동떨어진 삭막한 장소라는 것.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대도시의 주택가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글쓴이의 생각은 다르다. 생태 만화가인 그의 눈에 비친 ‘동네’는 다양한 생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어엿한 자연 공간이다. 어떤 동네에서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나무와 풀꽃들을 만날 수 있고, 나무 한 그루마다 밑동에 최소한 네댓 종류의 들꽃들을 거느리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식물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동네에서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는, 그러나 무심히 지나쳤던 꽃과 나무들. 흔하지만 사소하지 않고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식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편의 만화에 담겨 있다. 주인공(어른아이 같은 삼촌과 애어른 같은 조카)들이 안내하는 즐거운 식물여행을 마치고 나면, 늘 오가던 동네 어귀의 풍경이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쓰였지만 어른들이 보기에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책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

목련은 왜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울까? 벚꽃은 왜 다른 꽃들처럼 오래 피지 않고 일제히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걸까? 제비꽃의 뒤통수는 왜 튀어나와 있고, 애기똥풀 줄기에서는 왜 노란 액이 나올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글쓴이가 활용하는 건 딱딱한 식물학 용어가 아니다. 여느 학습만화처럼 교과서 스타일의 개념도를 동원하지도 않는다. 실제 산책길에서 삼촌이 조카에게 설명하듯, 쉽고 간결한 어투로 식물들의 삶과 생존 전략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준다.

가령 목련이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한다.

조카: “근데 왜 그래? 잎과 꽃이 같이 나오면 좋을 텐데.”
삼촌: “잎이 돋아 있으면 곤충들이 꽃과 꽃 사이를 돌아다니기가 어렵겠지? 그러니 잎이 없을 때 얼른 꽃을 피우고 꽃가루받이를 해서 열매를 만들려는 목련나무의 전략이지.”

제비꽃의 툭 튀어나온 뒷부분에 꿀이 있다는 걸 설명하는 대목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조카: “뒤에 꿀을 놓다니. 치사하게. 곤충들이 꿀 먹기 불편하잖아.”
삼촌: “뭐가 치사해? 너무 쉬우면 꽃가루 안 묻히고 꿀만 먹을 수도 있잖아.”
조카: “아하!”

아이들이 식물에 대해 뭘 궁금해하고 어떤 걸 신기해하는지, 어떻게 설명해야 곧바로 이해하는지 충분히 경험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표현들이다. 베테랑 숲 해설사이자 생태놀이 기획자로서 오랫동안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글쓴이의 내공이 책 곳곳에 깊게 스며 있다.

식물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들

글쓴이의 설명은 식물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아이들이 그 나이에 가질 법한 이런저런 고민들(신체적 고민, 진로, 친구관계, 부모와의 관계 등)을 대화의 소재로 삼고, 산책길에 만난 식물에 빗대어 자연스럽게 생각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장래 희망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는 조카에게 삼촌은 그걸 꼭 지금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고는 식물마다 꽃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르다는 걸 강조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말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될 거야. 그게 네 친구들보다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어. 중요한 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았느냐 하는 거야.”

꽃가루받이를 위해 서로 돕는 식물과 곤충들을 본 조카는 말다툼했던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용기를 발휘한다. 낙엽이 다시 거름이 되는 나무의 순환을 보며 제 삶의 밑거름이 되어준 부모님을 떠올리고, 키 큰 느티나무와 키 작은 회양목의 공생을 보며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법을 생각한다. 뽀리뱅이처럼 추운 겨울을 버티는 로제트 식물을 보며 힘든 시간을 견디는 끈기를 배우기도 한다.

이런 식의 연상과 깨달음이 전혀 어색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상황 설정과 동선,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대사가 그만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글쓴이의 오랜 현장 경험에서 비롯된 이 같은 자연스러움은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일 터이다.

만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재미와 정보

삼촌과 조카의 동네 산책을 통해서 식물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책은 등장인물의 수가 많지 않고 딱히 긴장감 있는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칫 단조롭게 느낄 수도 있는 구성이다. 글쓴이는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통해, 그리고 만화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깨알 같은 유머를 통해 이런 단점을 효과적으로 상쇄시킨다.

초등학생 조카는 키 작은 노총각 삼촌을 매번 짓궂게 놀려대며 삼촌의 말문을 막는다. 그럴 때마다 삼촌은 붉으락푸르락하면서 말머리를 돌리려 애쓴다.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을법한 이런 대화들은 캐릭터의 성격이 뚜렷한 개그 코너처럼 확실한 웃음 코드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마치 명랑만화처럼 말풍선 바깥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유머러스한 독백 또한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에 걸맞는 효과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매회 끝부분에는 앞에 나왔던 주요 동식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정보들을 펼침면으로 실었다. ‘제비꽃은 왜 제비꽃일까?’ ‘아까시나무는 억울하다!’ ‘알콩달콩 참나무 6형제’ ‘새들은 왜 빨간 열매를 좋아할까?’ 등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독자들이 알아 두면 좋을 내용들을 멋진 세밀화와 함께 실어놓았다. 그 부분만 따로 읽어도 총 24가지의 식물 상식을 갖출 수 있는 알찬 부록인 셈이다.

글, 그림 : 황경택
자연을 그리는 생태 만화가. 밖에 나갈 때면 늘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면서 주위를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렇게 해서 보고 느끼고 알게 된 것들을 만화에 담는다. 숲 해설과 생태놀이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고, 부지런히 책을 쓰고, 틈틈이 강의도 하고 있다. 2009년 ‘부천 만화대상 어린이만화상’ 을 받았고 현재 〈황경택 생태놀이 연구소〉 소장 및 (사)우리만화연대 이사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자연을 그리다』 『꼬마애벌레 말캉이』 『식물탐정 완두, 우리 동네 범인을 찾아라』 『숲 읽어주는 남자』 『꽃을 기다리다』 『내 안의 자연인을 깨우는 법』 『우리 마음속에는 저마다 숲이 있다』 『주머니 속 자연놀이 100』 등이 있다.

* 뜨인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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