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언 공부 :::

이름: 원충연
2004/5/18(화)
조회: 6145
원시인의 북미모둠살이 7- 원충연  

트윈 옥스 공동체 1

“여기에 살면 이 곳이 당신의 집입니다”


사진 1. 지붕 고치기
트윈 옥스 멤버 두 명이 생태 뒷간으로 바꿀 헛간 지붕을 손보고 있다. 트윈 옥스가 있는 지역은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물을 낭비하는 수세식 화장실 대신에 생태 뒷간을 만들면 물 부족을 해소할 수 있고 농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11월 15일, 트윈 옥스 공동체의 3주 방문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이다. 에이콘 공동체를 떠나 시골 목장들 사이로 난 길을 자동차로 15분 정도 달려서 트윈 옥스에 닿았다. 공동체 입구에서 제일 먼저 우리를 맞아 준 것은 낡은 헛간 벽에 적혀 있는 글귀였다. “여기에 살면 이 곳이 당신의 집입니다.”
트윈 옥스는 미국의 행태주의 심리학자인 스키너(B. F. Skinner, 1904~1990)의 소설 『월든Ⅱ(WALDEN TWO)』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작품에 나오는 공동체를 실험하기 위해 1967년 시작한 곳이다. “정치는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고, 자급자족적인 공동체 생활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 사람들이 버지니아 주 루이자(Louisa)의 숲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을 포함해서 100여 명의 사람들이 해먹(Hammock), 두부, 책 색인 사업 등의 경제 활동과 밭일을 포함한 공동체 노동을 함께 나누고 있다.

히피, 평화적 모둠살이를 실험하다
1960년대는 전통적 이념 대립에 반기를 든 젊은이들이 활발히 새로운 사회운동을 벌이던 때이다. 유럽에서는 1968세대가, 미국에서는 히피(Hippie)들이 주류(Main Stream) 사회 질서에 반대하는 실천운동에 참여했고 요즘 세계의 젊은이들이 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베트남전쟁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들의 운동은 많은 결실을 맺었지만 그만큼 자신들이 속한 사회의 체제와 문화에 대한 실망과 상실감도 컸다.
이후 미국에서는 거리반전시위대에 섰던 많은 히피들이 세상에 염증을 느끼고 숲으로 떠났다. 어떤 이들은 그냥 숲에 은둔하며 자유롭게 사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트윈 옥스를 시작한 이들처럼 평등과 평화를 위한 의도적 모둠살이(Intentional Community Living), 또는 이상적 사회(Utopia)를 실현해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 트윈 옥스의 첫인상은 ‘자유로움’이었다. 마을 안의 길과 건물 주변은 반듯이 정리되어 있는 대신, 마치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집 주변에는 내게는 어지러울 정도로 원래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두었고, 길은 포장을 하지 않았으며, 높은 가로등 대신에 무릎 높이의 미등으로 밤길을 안내해 주고 있었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은 유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자유스러운 ‘다른 세계’의 차림을 하고 있었다.
브루더호프 사람들이 아침, 저녁으로 정성스럽게 잔디를 다듬고 마을 주변을 정리했던 것을 자주 보았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곳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곧 이것이 주변 환경에 대한 또 하나의 정성스러운 태도임을 깨달았다. 주류 사람들이 추구하는 사치와 유행에 관심이 없고, 자신이 스스로 가꾸는 아름다움이나 자연스러움에 마음을 쓰는 것은 브루더호프와 트윈 옥스의 닮은 점이다. 트윈 옥스의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는 내게 이질감과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사진 2. 자전거 세워두는 곳
트윈 옥스 안에서 먼 거리를 움직일 때는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자전거의 주인은 따로 없다. 필요한 사람이 쓰고 건물 앞마다 있는 자전거 보관소에 다시 세워놓으면 된다. 자전거를 타기 힘든 노인들은 조그마한 전기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진정한 집’을 찾아 나선 젊은이들
공동식당인 ZK(Zhankoye)에서 첫 저녁식사를 마친 방문자 여섯은 숙소인 오로라(Aurora)에서 공동체 생활 안내 모임에 참여했다. 진행을 맡은 트윈 옥스 멤버 팩서스(Paxus)는 먼저 서로를 아는 시간을 갖자며 지금 자기가 지니고 있는 물건이 자기와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각자 얘기하자고 했다. 한 명씩 이야기를 해 나갔다. 우리는 돌아가며 남편이 선물해 준 점퍼 이야기, 티셔츠에 적힌 문구의 의미, 십자가 목걸이에 담긴 사연, 지금 신고 있는 신발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어느새 분위기는 편안해졌다.
이어 팩서스는 “그러면 이제 자기 자신이 왜 여기에 와 있는지에 대해 나누어 볼까요?”라고 말했다. E는 도시에서 모델 활동을 했는데 주류 문화의 독선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Y는 대안적인 삶을 찾기 위해 뉴욕 주의 한 공동체에서 1년 넘게 살다가 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찾아서 이 곳에 왔다. K는 대학에 다닐 때 동성애 등 소수자들의 인권에 관심이 많았는데 트윈 옥스가 동성애, 성전환자 등 소수자에 대해 열려 있다고 해서 왔다고 한다. H는 이혼 후에 어떤 작은 공동체에서 살았는데 트윈 옥스에서는 좀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역동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왔다. 러시아 출신의 S는 임신을 했는데 육식이 사람의 몸에 많이 해롭다는 것을 알게 되어 채식 식탁을 경험하고 배우기 위해 왔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이 연재 글의 처음에 밝힌 것처럼 너무나 외롭고 목말라서 왔다. 아무튼 우리 모두에게 닮은 점이 있다면 자신들이 속해 있는 사회의 획일적인 관계 안에서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고 참평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진정한 집을 찾기 위해 집을 나왔다고나 할까? 그래서 대부분은 트윈 옥스의 멤버가 되어 보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팩서스는 “트윈 옥스는 생태마을(Eco-village)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우리는 구성원들이 사회 정치적으로 서로 동등한 관계를 맺는 평등주의 공동체(Egalitarian Community)를 추구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는 미국 사회의 주류인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하나의 종교를 공유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가 다른 종교나 신념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배척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인종이나 문화가 다르거나 서로 다른 성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차별하지도 않아요.”라고 말했다.

새로운 이름, 새로운 관계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 지 5일째 되던 날, ZK의 게시판에는 ‘오늘 메리의 이름 짓기 파티(Mary? Naming Party)가 있다’는 안내 쪽지가 걸려 있었다. 이 곳에서는 여러 형태의 모임이 파티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고 들었지만 이번 것은 좀 생소했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이름을 짓는 파티라고?” 하고 물으니, 트윈 옥스의 멤버가 되면 새롭게 태어나는 의미에서 다른 구성원들이 이름을 지어 주는 파티를 연다고 대답했다. 은둔 생활을 하면서 외부로부터 자신을 숨기는 수단이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상투적인 이름보다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름을 함께 지어 주고 부름으로써 공동체로 사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의식이라는 거다.
저녁을 먹고 파티가 열리는 해먹 작업장으로 갔다. 그 곳에는 사람들이 과자와 마실거리를 나누고 있었고, 진행을 맡은 고든(Gordon)이 벽에 붙인 큰 종이에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이름들을 적고 있었다. Sibyl, Heart, Venus, Faith, Gaea, Verity를 포함해서 60여 개나 되는 이름이 나왔다. 고든은 여러 번의 투표를 통해 후보 이름을 10개 정도로 줄인 다음 추천한 사람들에게 그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녀는 마음이 참 포근해요.”
“그 이름은 어느 소설에 나오는 여자의 이름인데, 두 사람이 닮은 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냥 좋은 거 같아요.”
새 이름을 받게 될 메리에게도 추천된 이름들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할 기회가 주어졌다. 곧 있을 새로운 탄생이 감격스러운 듯 조금은 들뜬 목소리였다.
“의미가 깊은 이름도 좋지만 시빌(Sibyl)이라는 이름이 왠지 느낌이 좋네요. 모르겠어요.”
세 번을 더 투표한 끝에 결국 메리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땅의 여신 가이아(Gaea)를 새 이름으로 받게 됐다. 트윈 옥스가 생태 환경의 보전과 세상의 평화를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데 메리의 성품이 그것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지를 받은 것 같다.
다음 날 점심식사 시간, ZK. 메리, 아니 가이아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 존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가이아, 가이아!”
상기된 얼굴의 가이아는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사진 3. 이름 짓기 파티
손님을 포함한 트윈 옥스 사람들이 해먹 작업장에 모여 한 멤버의 이름을 새로 지어주고 있다. 멤버들은 대부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새로운 이름을 갖고 있다.


*글과 사진을 제공하여 주신 원충연님께 감사 드립니다.-연구소





정상명: 원시인님이 경험하신 트윈옥스를 읽다보니 여러 모로 연구소 사람들이 생각했던 내용들이랑 겹쳐 떠오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도 '풀꽃나라'를 꿈꾸었고, 회원들에게 풀씨이름을 지어드리면서 서로간에 그 이름으로 부르는 일을 시작했었지요. 세상이 아무리 넓고 서로간에 단 한번도 만나적이 없다고 해도, 같은 내용을 고민을 하다보면 그 방법적 해결책들이 서로 닮아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됩니다.월든Ⅱ(WALDEN TWO)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트윈옥스를 만들었듯이 소장님이 고민하시는 풀꽃나라에 관한 소설이 만약에 세상에 나온다면 아마 누군가도 소장님 소설의 영향을 받아 풀꽃나라를 건설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이뤄지려면 감상적 접근이 아니고 냉정하고 뜨겁고 지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반듯한 접근이 밑받침이 되어야겠지요. 그 외에도 수많은 준비들이 필요할텐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겠지요. 트윈옥스를 만든 사람들과 원래의 뜻을 변질시키지 않고 이어오는 사람들은, 그러기에 대단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05/24-16:05]-
원시인: 선배 공동체들이 생겨나고 정착하는 모습들을 살펴보면 “참 역사적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온 이야기라는 뜻의 역사가 아니라 참 절묘하고 역동적인 순간이었다는 뜻에서 그렇습니다. 트윈옥스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월든 Ⅱ의 아이디어에만 충실한 분들도 있었고, 당시의 급전적인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었답니다. 그리고 그냥 자유로운 삶이 좋아서 트윈옥스에 온 사람들도 있었고 매우 낭만적인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신나게 실험도 하고 원 없이 다투기도 하니까 어느덧 안정된 틀이 잡혀 나갔고 좀더 가니까 공동체 문화의 전성기도 맞았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시간이 무르익어 ‘때’가 되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 ‘때’도 애정을 갖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작하는 공동체적 실험이 성공을 거둘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인가 걱정하기 보다는 그냥 사랑하고, 재미있게 놀고, 싸우면 될 거 같습니다.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는 정말 별들에게 물어 볼 밖에요. ^^ -[05/27-12:10]-
게릴라풀: 일단 두루 인사부터 드리고...너무 재미있는데... 다음 글은 언제 연재되나요? -[07/05-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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