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언 공부 :::

2004/4/20(화) 17:13 (MSIE6.0,Windows98,i-NavFourF) 211.218.19.144 1024x768
조회: 2998
(2)우주를 잇는 작은 평화의 행성-원충연  
원시인의 북미모둠살이 2

집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
OCAP이 지난 해 7월 25일부터 무단점거한 토론토의 정부 소유의 한 집. 그들은 서민 주택 확보와 최저 임금 인상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지만, 주 정부는 단전단수로 맞서고 있다.


2002년 8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주택가.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가톨릭 워커(Catholic Worker) 공동체를 찾는다. 그쪽 담당자가 일러준 클로즈 가(Close Avenue)의 이정표까지 찾았는데, 도무지 공동체 같은 곳은 보이지 않는다. 차창 사이로 보니 낡은 집들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제3세계 이주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고, 빈곤계층이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곳도 적지 않다.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어느새 같은 자리. 차를 세워놓고 찾기로 한다. 그런데 저쪽 평범한 집 앞 작은 나무기둥에 뭐라고 적힌 것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토론토 가톨릭 워커의 ‘희망의 방(Room For Hope), 삭개오의 집(Zacchaeus House)’이라고 적혀 있다. 한 건물의 왼쪽이 희망의 방, 오른쪽이 내가 찾던 삭개오의 집이다.
“뭐야, 여기였어?” 나도 모르게 실망의 빛을 밖으로 내보였다. 2층짜리 낡은 건물이 토론토의 가톨릭 워커 운동의 본부 격이라니…. 제법 규모를 갖춘 건물들에 자연이 어우러진 여유 공간을 기대했었다. 나같이 외형을 따지는 사람이 이렇게 작은 곳들이 세계에 흩어져 평화와 행복을 위한 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던 거다.
가톨릭 워커 공동체는 천주교인이며 좌파언론인이었던 도로시 데이(Dorothy Day)와 피터 모린(Peter Maurin)에 의해 1933년부터 시작됐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가난하게 살면서 경제적 착취와 전쟁, 그리고 인종·성·종교에 의한 차별에 반대하며, 가난한 사람을 돕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운동을 벌였다. 이것이 점점 성장해, 지금은 전 세계에 약 183개의 공동체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면서 홈리스(homeless)와 외국인 이주자 등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삭개오의 집에는 약 1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가족, 개인 단위로 살고 있다. 공동체원 중에 많은 이들이 외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다. 공동의 경제활동은 없고 각자 직업을 갖고 있다. 집은 공동체의 소유이고 집세는 따로 없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생활비를 내는 것이 전부이다. 주말을 제외한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 나누고, 아침과 저녁에 예배 또는 공동 모임을 갖고,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문 『겨자씨(The Mustard Seed)』 발간을 포함한 공동의 사회 참여 활동을 진행해나간다.

작은 집에서 시작된 지역 공동체 네트워크
저녁을 먹는데 공동체의 책임자인 로브(Rob)가 오늘 저녁에 근사한 모임이 있다고 귀띔을 해준다. 그와 공동체원 몇 명은 외국인 이주자의 정착을 지원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비정부기구인 ‘컬처 링크(Culture Link)’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데, 오늘 저녁 이주자들이 함께 모여 춤·노래·연극을 발표하는 ‘컬처 링크의 밤’이라는 행사를 갖는단다.
저녁을 먹고 삭개오의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컬처 링크에 갔다. 공연장에는 벌써 사람들로 가득 찼는데, 아프리카·남미·중동·아시아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좁은 공간에 땀냄새가 진동했지만 누구 하나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없는 듯했고, 진지하고 즐거운 분위기다.
드디어 오늘의 본 행사인 영어연극 순서. 동성애(Homosexuality)를 주제로 한 연극이 시작됐다. 어느 날, 자신 안의 동성애를 발견한 주인공은 그것을 숨긴다. 드러나면 비난과 따돌림을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와 가정에서 그가 동성애자라는 징후가 조금씩 드러나고, 그에 대한 위기감으로 괴로워한다. 가족과 친구를 속이며 고심하던 그는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고, 이윽고 떳떳하게 동성애자임을 선언하고 만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주위 사람들은 너무나 놀라지만 정작 주인공은 마음이 편해진다. 현실의 장애를 피한다는 심리적 패배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용기를 내어 고백하고 친구들도 결국 그를 받아들이는 순간, 좌중이 떠들썩하다. 주인공의 심정이 되어 가슴을 졸이던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연극은 동성애를 겉소재로 삼았지만, 사실은 이주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인종주의(Racism)를 꼬집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관객들은 항상 자신들에게 부담을 주었던 인종주의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던 거다.
고백하건데, 나는 서투른 영어로 연극을 하는 다른 이방인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을 은근히 깔보는 마음을 품고 있던 터였다. 나 역시 이방인이지만 그들보다는 낫다는, 근거 없는 우월주의에 취해 딴 생각을 하고 있던 거다. 그러니 그 시원한 해방감을 느끼는 일에 동참하지 못했을 수밖에….

식탁은 단순하게, 마음 씀씀이는 넉넉하게
이렇게 이중적인 이방인의 인식이 바뀌는 극적인 경험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공동체 근처에 살면서 토론토 대학에서 정치학을 배우는 루크(Luke)가 오늘 저녁 ‘강제적으로 점거된 집’에서 열리는 바비큐 파티가 있는데 함께 가겠느냐고 묻는다. 파티에 갖고 갈 야채샐러드를 그릇에 담아들고 있는 걸 보니, 농담은 아닌가 보다. 그런데 점거된 집에 간다는 건 무슨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렇게 물어도 웃기만 할 뿐 알려주지 않던 루크가 문제의 집에 다다라서야 그 말의 비밀을 알려준다. 빈민들의 주택확보 문제를 위해 활동하는 ‘온타리오 빈곤 반대 연합(Ontario Coalition Against Poverty)’에서 정부의 무책임한 서민주택 정책에 항의해, 지난 7월 25일부터 정부 소유의 한 집을 무단점거(Squat)해 농성을 벌이고 있단다.
캐나다의 큰 도시인 온타리오 주의 토론토는 서민들의 주택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무주택자들에게 공급할 공공주택이 부족하고, 집세가 매우 높지만 정작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주 정부는 지나치게 높은 집세를 바로잡는 데 무관심하고, 서민 주택지로 써야 할 지역을 대자본에 팔아버리는 일이나 일삼고 있다는 것이 OCAP의 주장이다.
점거된 집에는 턱없이 비싼 주택임대료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시간당 최저임금 10 캐나다 달러 유지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집 한쪽에서는 한 자원 활동가가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주 정부에서 전기를 끊었기 때문에 건물은 어두웠고, 사람들은 집 뒤뜰에 천막을 치고 지내고 있었다. 물도 끊겨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놓은 상태였다.
오랜만에 모인 지역 활동가들은 소시지를 구워 빵과 함께 먹고 맥주를 나누면서 점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해주었다. 군데군데 토론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한쪽에서는 작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이들도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모인 사람들 중에는 대학생을 포함해 20대의 젊은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회 운동 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활동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고 있었다. 한 여성은 전쟁 반대를 위한 거리행진에서 사용할 상징물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고, 어떤 이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세상에서의 성공을 한참 걱정할 나이에 이웃과 정의를 걱정하는 마음 씀씀이가 어쩐지 따뜻하게 느껴졌다. 낯선 소통이라고 할까? 빈민들을 위해,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던 고국의 앳된 얼굴들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그냥 마음이 푸근해졌다. 말은 편하게 안 통했지만,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조금은 거북스러웠지만, 그 넉넉한 마음이 전해져오는 것 같았다.
문득 조금 전의 저녁 공동식사 때가 떠올랐다. 상에는 콩을 끓인 스튜, 딱딱한 빵, 그리고 상추 샐러드가 전부였다. 3일째 이 곳에서 식사를 하는데, 식사다운 식사를 못 한다는 불만이 생겼다. 고기는 구경도 못 했고, 국적 불명의 콩요리가 많다. 속으로 ‘혹시 자기들은 방에서 따로 좋은 것을 먹지 않을까?’라는 모함을 하기까지 했다. 그들이 그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했다.
자신의 식탁은 가난하고 단순하지만, 지역사회와 세계를 공동체로 품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에는 반성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공동체여행 처음부터 반성할 일투성이다.

*글과 사진을 원충연 님께서 제공하여 주셨습니다. 감사 드립니다.--연구소 심현숙



최성각: 원선생님, 좋은 자료를 보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언제 서교동 언저리를 지나치시게 되면 연구소에 들러주십시오. 인사 나눕시다. -[04/23-12:46]-
원시인: 와, 신기하게도 제가 오늘 낮에 산풀님께 전화드려서 다음 주 월요일 낮 3-4시쯤에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교감이 있었나 봅니다. ^^ 그때 뵙겠습니다. -[04/23-20:52]-
금연못각: 삭개오의 집의 외양에 놀랬던 원선생님, 보잘것없는 음식 때문에 다른 음식이 각자의 방에 꼬불쳐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등, 원선생님의 글은 매우 솔직하고, 그래서 감동이 있습니다. 가톨릭 워커 공동체 같은 곳은 그 창립자들의 정의감과 실천이 예수라는 반성적 모델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그래서 그런 모델이 없는 저는 '친구들'이라면, 같이 나눈 소금의 양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총각 때에는 가능할 것 같았던 친구들이 결혼을 하자 마음을 모으기 쉽지 않아졌지요. 누구나 해봤음직한 경험이리라 생각합니다. 월요일에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04/25-14:50]-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임
  내용 입력창 크게
  자동등록방지 31.64 를 숫자부분만 입력해 주세요
                    답변/관련 쓰기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번호제 목짧은댓글작성일조회
67   예진수 님이 선물하신 인디언 영화비디오들   04/07-11:35  4800
66   원시인의 북미모둠살이 1-원충연  5 03/30-16:21  5323
65       (2)우주를 잇는 작은 평화의 행성-원충연  3 04/20-17:13  2998
64           (3)평화가 애국이다!-원충연  3 04/20-17:18  2992
63               (4)경계를 허물기 : 가족, 학교 그리고 일터...  1 04/26-10:45  2738
62                   (5)규칙은 없다, 사랑만이 있을 뿐- 원충연  1 04/26-10:52  2623
61   신화>어떻게 남자와 여자가 같이 살게 되었는...  3 03/26-12:35  2694
60   예진수 님이 선물하신 석고타일 한 점   03/25-18:07  2948
59   최후의 인디언 '웅크린 황소'- 유종선   03/25-15:28  4932
58   장재현 님이 보내주신 북미 인디언 그림카드   03/10-13:53  5725

 
처음 이전 다음       목록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