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 행복한 마음 / 344쪽 / 9,000원 / 2008년.



세상에 단 한 권의 책을 남기고 떠난 사람
낯선 이름의 '전시륜'은 그저 평범한 인물이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세상에 내놓고 떠난 이 책은 단편적인 생활의 편린으로부터 자연에 관한 놀라운 사색에서 보여주는 해박한 논리들에 이르기까지 글을 대하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은 한마디로 유쾌하고 즐거운 책이다. 우리의 일상, 우리의 이웃, 우리의 일 속에서 평범하고 아름다운 지혜와 행복이 가득함을 말하고 있는 그의 유쾌한 글에 빠져보자.

전시륜
1932년 충청도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 공대 재학중 군에 입대하여 마산 군의학교 복무중 『마산일보』에 '구혼광고'를 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제대 후 미국 켄터키 주 베리아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다.
평생 모국어로 된 한 권의 수필집을 세상에 남기는 게 가장 큰 소원이었으며 마침내 그 뜻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출간을 앞두고 그만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1998년의 일이다.

차례

프롤로그 ? 독자에게 올리는 사과문

1부 어느 무명 철학자의 시시한 이야기
유언/ 여성 창조론/ 여성 찬양론/ 미인이 되는 길/ 브라의 매력/미국의 섹스 스캔들과 위선/ 데이트하는 요령/ 보험 이야기/ 부자가 되는 길/돌 이야기/ 앉아서 돈 받기/ 어머니 장사/ 시시한 이야기/ 황금의 위력/ 이름

2부 어느 무명 철학자의 구혼 광고
평화조약/ 공모/ 딸애의 결혼식/ 구혼 광고/ 전처 이야기/ 현처 이야기/추신/ 알리는 말씀

3부 어느 무명 철학자가 말하는 ‘허영’과 ‘감사’
22G/ 살기 좋은 나라/ 헝가리 쇼프론의 미친놈/ 루마니아의 효녀 심청이/ ‘허영’과 ‘감사’/ 빨랫줄과 아파트 호텔/ 음악/ 나무/ 박테리아 ? 이 ? 쥐 ? 사람/코/ 빨강머리 처녀/ 글쓰기와 화장술/ 두 통의 편지/ FDS

4부 어느 무명 철학자가 말하는 ‘진리보다 더 높은 진리’
이란혁명과 장 칼뱅/ 신신新神과 구신舊神/ 민주주의와 선거/진리보다 더 높은 진리/ 4월 바보와 춘열春熱/ 미국 가정 편력 후기/미국 사람과 열쇠/ 용기/ 신입생에게 보내는 환영사/ 대학교육의 혜택

에필로그 ? 촌놈의 행복론

책속으로

사람들은 남의 글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읽는 것 같다. 두 창부는 내가 자신들처럼 불우한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간호사는 내 글속에서 천주교인을 보았다. 진숙은 나를 인생의 먼 길을 뉘우침 없이 함께 걸을 수 있는 동행인으로 여겼다. 그녀는 인생은 산보요, 도시락과 물 이외에 필요한 것은 마음에 맞는 동행인이라고 믿었다. …원하는 여자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나의 구혼 광고는 실패였다. 그러나 더 넓게 바라볼 때, 나의 구혼 광고는 큰 성공이었다. 나는 두 창부를 통해서 자비심의 아름다운을 깨달았고, 간호사를 통해 신앙의 중요함을 이해했으며, 진숙의 아버지를 통해서 중용의 미덕을 터득했다. 진숙을 통해서는 평범이 비범이라는 진리를 배웠다. 그녀는 행복의 비결이 검정 셔츠, 검정 치마를 입고 구멍 난 고무신을 신고서 쉽고 편하게 사는 데 있다는 거룩한 진리를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p.173

미는 무엇일까? '미는 외부의 물건이 눈을 통해서 우리 뇌에게 주는 즐거움'이라고 나는 정의를 내린다. …‘착함’으로써 미인이 되는 길은 쉽고 경제적이어서 좋다. 화장품을 살 필요도 없고 성형수술을 할 필요도 없다. 목마른 나그네에게 물을 한 그릇 떠다주고 노인에게 전철 좌석을 양보해주면 된다.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고 한다. 눈은 마음이요, 마음은 즐거움을 바라고, 즐거움은 선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미인이 되는 첩경이다.
-p.45~52

저는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탓에 결혼이 거액의 배당금을 가져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결혼생활이란 항상 즐거움이요, 언제나 로맨스라고도 믿지 않습니다. 사실상 결혼했다고 해서 행복이 정장을 입고 우리 집을 찾아와 큰절을 올릴 것이라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행복은 문자 그대로 요행이며 복입니다. 행복은 삶이 의당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우연히 얻게 되는 선물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삶은 공정합니다. 만족스러운 생활이 요구하는 것은 겸손입니다. 따뜻한 화로 옆에서 마음에 드는 아가씨와 커피를 마시고 좋아라고 떠들어 대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바로 행복의 그림이 아니겠습니까. -p.202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산다는 것이다 나는 옷을 고르는데 편안한 것에 기준을 둔다. 나의 와이셔츠와 바지는 공기 소통을 위주로 골라서 헐렁헐렁하다. 친구들이 나를 '핫바지'라고 부른다. 신발도 마찬가지로 편한 신을 택한다. 편한 신발을 한 켤레 사면 나는 그것을 깁고 수선하며 몇 해씩 신는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옷과 신은 몸에 편해야 되고 몸에 편해야 마음이 편하다. -p.342

물을 알고, 고기를 알고, 낚싯줄을 알고, 미끼를 알아라. 그러면 누구나 고기를 잡을 수 있다.

개정판 앞글>

거저 얻은 이 삶을 어떤 자세로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2000년 여름 이 책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첫 번째 앞글’을 쓰게 될 기회를 얻은 나는 도서출판 명상 이영기사장을 ‘눈이 밝은 이’라고 표현하면서 책을 출간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아무도 이 책의 가치를 바로 보지 못하고 외면할 때 명상출판사가 선택한 안목에 대해서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출판사는 여러 사정상 이 특별한 책을 더 이상 지키지 못하게 된 모양이다. 자세한 사정이야 깊이 모르지만, 참으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책들이 세상에 나타났다가 부질없이 사라지곤 하는 게 세상 이치이긴 하지만, 이 책마저 출판사의 명운과 함께 수명을 다한다는 게 여간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새 출판사에 의해 새롭게 이 책이 살아나게 된 일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의 재출간을 다행스럽다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의 내용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전시륜’이라는 인물을 나는 생전에 한 차례도 만나 본 적도, 육성을 들은 적도 없다. 하지만, 그분 의사와 관계없이 그분이 남긴 이 책으로 인해 내 삶의 어느 부분인가 아주 좋고 유쾌한 기운으로 채워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일이 참으로 중요하고, 어떤 일이 진정 감사할 일이고, 어떤 일이 급하지 않은 일인지 이 책은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읽는 이를 억압하지 않으면서 이 책은 우리가 만약 늘 분수를 지키고, 삶을 잘 즐긴다면 하루 하루가 벅찬 선물이라는 것을 들려주고 있다. 일찍 한국을 떠난 그는 평생 읽기와 쓰기, 여행, 그리고 낮잠을 좋아하는 단독자였고, 자유인이었고, 무엇보다 자기 삶의 주인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손에 쥐게 된 이들은 한결같이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참으로 유쾌한 여행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원고를 처음 접한 것이 벌써 10여 년이 되어간다. 기연이라면 기연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거저 얻은 이 삶은 어떤 자세로 무엇으로 가득 채워야 할 것인가? 전시륜의 삶과 글은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비극적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이 삶을 그럼에도 매순간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나는 무명철학자 전시륜과 그가 생전에 단 한 권 모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기를 바랐던 이 책이 다시 우리 곁에 가까이 있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이 책을 접하게 된 이들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작은 복을 받은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2007. 겨울
최성각

출판사 리뷰

거저 얻은 이 삶을 어떤 자세로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소설가 최성각 선생님은 이 책의 초판 앞글에 이어 개정판 앞글도 기꺼이 써 주시면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느낌을 전하고 있다.

“이 원고를 처음 접한 것이 벌써 10여 년이 되어 간다. 기연이라면 기연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거저 얻은 이 삶은 어떤 자세로 무엇으로 가득 채워야 할 것인가? 전시륜의 삶과 글은 제대로 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비극적이라고 인식 할 수밖에 없는 이 삶을 그럼에도 매순간 유쾌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나는 무명 철학자 전시륜과 그가 생전에 단 한 권 모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기를 바랐던 이 책이 다시 우리 곁에 가까이 있게 된 것을 참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은 어떤 일이 참으로 중요하고, 어떤 일이 진정 감사할 일이고, 어떤 일이 급하지 않은 일인지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과장되지 않고 순수한 삶이란 이 시대의 우리에게 얼마나 그립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런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왜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있을까. 정말 이런 사람만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즐거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