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전사

쿤가 삼텐 테와창 지음 / 홍성녕 옮김 / 310쪽 / 값 12,000원 / 2004


이번 책은 연구소가 '책으로 만나는 풀꽃평화'라는 그릇에 담아 그물코에서 펴낸 첫책, 『티벳전사』입니다.
돌베개에서 발간한 『새만금,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가 조금 먼저 발간되었기에 그 책부터 소개부터 하느라, 『티벳전사』 발간소식이 다소 늦어졌습니다.
『티벳전사』는 2002년, 제가 북인도를 여행할 때 구입한 책으로서 원제는 "The Flight at the Cuckoo's Behest"(뻐꾸기의 요청에 의한 비행)로서, 티벳전사들이 인간이면서 동시에 생불이기도 한, 달라이라마를 다람살라로 무사히 모시기 위한 암호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책을 구한 것은 그 훨씬 전으로서, 한때 제가 수년에 걸쳐 티벳전사들만 찾아다니던 2000년 초였습니다. 마날리, 다람살라, 뉴델리, 올드델리, 카트만두 타멜, 포카라 등지에서 수년에 걸쳐 티벳전사들을 20여명 만났는데, 그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최고의 티벳전사 책이다"라고 이 책을 추천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달라이 라마를 사지에서 무사히 망명지로 모신 지은이(아들이 받아적었지만) 쿤가 삼텐 테와창이 그토록 존경받고 있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풀꽃세상의 재정확보를 위해 출판사업도 벌일 생각이었으므로, 저는 이 책을 구입한 후, 출판계약은 인도에 살고 있는 후배 주종원에게 부탁했습니다. 주종원은 후에 제 제자 채미정과 결혼을 했고, 제가 주례를 서게 되었지요. 풀꽃세상 시절에 출판을 하지 못한 저는 연구소에서 출판을 하려고 애썼습니다만, 자금부족 영업력 부족으로 결국 앞서 말씀드린 대로, 도서출판 그물코에 이 책과 『인디언추장 연설문』을 넘기게 되었습니다. 『인디언추장 연설문』이 먼저 간행될 줄로 알았는데, 그물코는 인디언 책이 다소 범람하는 분위기에서 『티벳전사』를 먼저 출간했습니다.
이 책들은 '책으로 만나는 풀꽃평화'라는 그릇(다른 출판사의 총서, 신서와 같은 시리즈명)에 담아 앞으로도 계속 환경책의 개념을 확장한 여러 기획물들을 담을 생각입니다.
「'책으로 만나는 풀꽃평화'를 펴내며」라는 글을 통해 풀꽃평화연구소의 생각을 소개해 드립니다.

번역은 제가 중앙대에 출강하던 시절, 제게 3학기 가량 강의를 들었던 제 제자, 홍성녕군이 수고해 주었습니다. 티벳전사에 대한 제 개인적 공부를 위해 장난처럼 시작한 번역이 마침내 세월이 흘러, 이렇듯 아름답고 감동적인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당시 얼마 되지 않았던 번역료 중, 절반을 풀꽃세상 후원금으로 내놓았던 홍성녕군에게 다시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가 제자에게 주었던 번역료 수준이 하도 한심한 액수였기에 그물코 장은성사장에게 재판을 찍을 때부터는 얼마간의 인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장사장 또한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해서 다소 마음이 놓입니다. 홍성녕군으로서는 이 책이 첫번역인데, 출간 직후인데도 듣기로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하니까, 흔한 말로 '시작'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지망인 홍성녕군이 창작작업과 함께 좋은 번역자로 성공하기를 비는 마음, 깊습니다.
역자 홍성녕군은 현재 필리핀에 있는데, 책 출간과 함께 저와 급하게 메일과 전화통화를 하며 아래와 같은 '보도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아울러, 표지작업을 할 때만 해도 연구소에서 펴내려고 했을 때인데, 연구소의 재정사정을 감안해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디자인 작업을 해주신 민진기선생님에게도 이 기회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표지도 쥑여준다!"는 소리를 적잖게 듣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그물코출판사의 복이 아니겠는가, 싶습니다. 아무쪼록 '책으로 만나는 풀꽃평화'의 첫책인 『티벳전사』가 좋은 반응을 얻어 그물코와 연구소의 인연이 아름답고 귀하게 전개되기를 빕니다.--풀꽃평화연구소 최성각


'티벳의 김좌진장군' 쿤가 삼텐 데와창(1914∼1985)

이 책의 저자 쿤가 삼텐 데와창은 1914년 티벳의 캄 지역의 리탕에서 태어났다. 리탕은 티벳 불교의 큰 줄기 가운데 하나인 게룩파 전통의 중심지로서 티벳의 여느 곳처럼 사원이 곧 생활·문화의 중심인 곳이다. 일찍 어머니를 여윈 그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티벳의 가장 좋은 전통적 교육 방식의 하나인 승려 수업을 받게된다. 형 셋이 이미 승려가 된 다음이었다. 그가 출가한 곳은 리탕 곤첸. 그러던 중 사원 생활과 함께 집안 경영을 맡고 있던 둘째 형 보보 켄랍의 미숙함으로 집에 빚이 쌓여갔고 결국 대대로 살아오던 집안을 넘기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를 계기로 소년 쿤가는 승려생활을 접고 큰돈을 벌 수 있는 무역 사업에 투신하기로 결심한다. 1931년, 17세의 쿤가 삼텐은 쿤게 출트림이라는 무역인의 라사 행에 참여하는 것으로써 무역에 입문한다. 그는 당시 대중국 물물교역의 중심지였던 다르체도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한편 집을 되찾기 위해 틈틈이 갸토 집안에 제안을 했다. 결국 집안 우두머리가 사업자본을 대는 조건으로 집을 포기하라는 갸토 씨의 협상조건에 동의한 그는 고향에서 몇 안 되는 성공적인 무역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승려생활을 완전히 접고 환속하게 된 쿤가 삼텐은 고와창 집안의 딸과 혼인하고 가문을 위해 새로운 집을 짓는다. 그후로 약10년간 쿤가 삼텐은 무역인으로서 충실한 경력을 쌓는다.

1949년 중국 본토에서 자유당이 공산당에게 패배한 뒤, 중국의 티벳 침략은 서서히 가시화된다. 예상은 현실화되어 1950년 10월 7일 인민해방군은 캄 지역을 침공했다. 달라이 라마와 내각기구 카삭이 UN에 호소문을 보내지만 냉혹한 국제정세 속에서 티벳의 권리는 묵살되고 만다. 1956년, 중국군에게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캄과 암도 지역에서 중국군 주둔지를 포위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후 리탕으로 중국군 추가병력이 파견되고 전투가 벌어졌지만 티벳 무장집단은 사살 당하고 만다. 중국의 압제가 심해지자 쿤가 삼텐은 라사에서 상인들과 회합을 갖고 방안을 강구한다. 1957년 캄과 암도 지역의 지도자들의 대회합이 있은 뒤, '추시 강드룩'이라는 유명한 게릴라 운동 단체가 탄생한다. 이후 1959년 3월 달라이 라마와 정부 주요요인들이 인도로 무사히 탈출하기까지 쿤가 삼텐은 게릴라 전사들의 지휘자로서 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쿤가 삼텐은 1985년 이 책의 초고가 완성되기 직전에 충실한 가장, 성공적인 상인, 충성스럽고 용맹한 전사로서의 삶을 뒤로하고 영면에 들었다. 조국을 떠난 지 26년 뒤, 향년 71세였다.

이 책의 원제

이 책의 원제는 "The Flight at the Cuckoo's Behest"로서 직역하자면 "뻐꾸기의 요청에 의한 비행"이다. 1959년 달라이 라마를 인도를 피신시키는 작전 중에 저자 쿤가 삼텐 데와창이 뻐꾸기를 보고 상서로운 징조로 생각하는 장면에서 따온 제목이지만, 달라이 라마 성하의 피신을 새의 '비행'에 빗대어 표현한 게릴라 작전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중심 테마 세 가지

쿤가 삼텐 데와창이라는 티벳 망명사(亡命史)에 지워지지 않을 자취를 남긴 인물의 자서전인 이 책은 세 가지 큰 흐름으로 구성되어 진다.
첫째는 20세기 티벳의 역사. 둘째는 티벳의 자연환경과 수많은 성지·유적지들. 셋째는 티벳의 전통 생활 양식·풍습이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와 정부요인을 무사히 탈출시킨 업적과 관련된 무장투쟁의 기록으로 완성될 수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이 전통, 문화의 전달에 충실하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한국에 알려져 있던 환상적이고, 뉴에이지적인 티벳의 모습이 아니라 문화, 역사, 생활방식의 일반적인 면모가 잘 서술되어 있다. 지금껏 한국인은 라마, 도르제 등의 지도층의 눈과 목소리로 티벳의 모습을 피상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일반인의 생활에 기반을 두고 집필되어 있어 더욱 진솔하고 구체적이다. 장래 평화로운 티벳과의 공존을 모색해야할 우리의 청소년들과 교양인들에게 이 책은 최고의 '티벳 개론서'이다.

이 책의 집필 배경

이 책의 집필자는 쿤가 삼텐 데와창의 아들인 도르지 왕디 데와창으로서 아버지의 기술을 받아 적었다. 처음에 쿤가 삼텐 데와창은 아들이 어려서부터 듣던 이야기를 받아적겠다고 할 때, "그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란다. 성하(달라이 라마)의 티벳탈출에 동행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티벳 역사에 작은 공헌을 했다. 이미 티벳탈출기는 성하의 『나의 조국, 나의 백성』에 다 기술해 놓지 않았느냐?"며 거절했다. 그렇지만 아들의 거듭된 부탁에 의해 티벳인이 중국인들과 어떻게 싸웠는가를 말하기 시작했으며, 아버지의 말에서 보충하고 확인할 일은 아버지의 동료 전사들의 회상에 의존해 이 책을 받아 적었다.
티벳 망명 제1세대인 도르지 왕디 데와창은 인도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티벳 문화의 전파에 힘쓰고 있는 젊은 일꾼이다.
이 책의 주인공 쿤가 삼텐 데와창의 인생은 가족 뿐 아니라 티벳 국민 전체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대세계의 폭력적이고 음침한 면면들과 투쟁을 벌이고 있는 티벳인들에게 지난 역사와 문화적 자산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정신적 보루가 아닐 수 없다. 지난 40여년간의 세월 동안 학살 당한 티벳 인명은 100만 명대에 이르지만 이와 동시에 진행된 중국측의 조직적인 티벳문화 파괴도 그 비극성에 있어 결코 가볍지 않다. 지금 티벳 국토는 핵의 쓰레기장, 중국인구의 대량 이주지로 더렵혀지고 있다. 이 책은 그 이전의 티벳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인류사적인 가치마저 지닌다.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가치를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중국의 티벳 점령과 그 여파로 밀려온 방자한 파괴행위는 티벳인들의 삶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이제 평화로운 티벳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점점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쿤가 삼텐과 같이 자유 티벳에서 여러가지를 체험하신 분들의 회고록은 커다란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그분들은 자유 티벳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눈으로 덮인 나라' 티벳에서 이루어졌던 생생한 생활상을 말해 줍니다.

이 책은 사라져 가는 역사를 '살아있는 역사'로 보존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며, 보통 사람에 관해 보통 사람에 의해 쓰여진 보통사람을 위한 작품이다.

달라이 라마는 쿤가 삼텐을 기리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쿤가 삼텐의 인생 역정은 전형적인 캄과 가족의 삶, 그 가족이 공동체 안에서 누린 평화와 지역 사원과의 관계 등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쿤가 삼텐의 이야기가 전하고 있는 메시지의 핵심은 바로 용기, 유쾌한 생활력, 티벳인의 건강한 인성입니다. 그는 자신감과 자기확신이라는 성공의 기본 조건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빼앗긴 땅을 되찾으려는 우리 티벳인들의 결심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쿤가 삼텐에게 빚이 있습니다. 그는 거대한 적들과 맞서면서 저와 제 일행을 안전한 이곳, 인도까지 호위해 준 용감무쌍한 티벳 게릴라 조직의 지도자였기 때문입니다."

■ 이 책의 배경

이 책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시기는 티벳의 20세기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1959년 중국의 티벳 침략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티벳에 일어난 일은 조선이 근대에 겪었던 외세침략의 비극과 일치하는 데가 많다. 19세기부터 티벳을 대중국 루트로 파악한 영국의 힘에 영향을 받았던 역사의 소용돌이와 그 가운데 휩쓸린 달라이 라마가 중국으로 피신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사정은 우리의 불행했던 20세기 진입과정을 연상시킨다. 두 나라 모두 뿌리깊은 불교 전통을 가진 국가이며 중국 본토를 사이에 두고 양쪽 끝에 자리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생각할 수 있다.
쿤가 삼텐 데와창이 살고 일하고 투쟁한 곳은 그의 고향인 캄 지역, 수도 라사 그리고 뒤에는 인도였다. 그러나 그들의 직계자손인 이민 1세대의 삶은 전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티벳이 지난 20세기까지의 역사를 뒤로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역사로 진입하기 바로 직전의 정황과 티벳인의 정서를 소상하게 서술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한 세대의 사명과 그 성취를 그린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 지은이의 아들(기록자), 도르지 왕디 데와창을 2002년 델리에서 만나 한국어판 번역을 허락받은, 이 책의 기획자 풀꽃평화연구소 소장 최성각(소설가)씨의 말.

최성각 : "분단된 우리 한국인들은 고토를 잃어버리고 망명중인 당신들(티베탄들)의 운명에 대해 남다른 우정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지니게 된다. 수년 동안 내가 북인도와 네팔 등 히말라야 산군(山群)을 돌아다니며 생존한 티벳전사들을 집중적으로 만날 때, 모든 티벳전사들과 티벳인들은 한결같이 이 책을 '최고의 티벳전사 책'으로 권했다."
도르지 왕디 데와창 : "모든 티베탄들이 내 아버지의 회고록을 극찬했다니 감사의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폭력을 미워했던 아버지가 중국인들과 싸우면서 지키려고 한 것은 오로지 우리의 신앙이었다. 아버지는 만년에 아버지와 싸웠던 모든 중국인들의 영혼을 위해 돌아가실 때까지 기도하셨다."

번역의 동기 / 한국출판의 의미

'티벳'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티벳을 입에 올릴 때 우리는 쉽게 오류를 범한다. 티벳을 '국가'로 생각하는 것이다. 티벳은 우리가 '대한민국' '일본'이라고 부를 때 성립하는 의미에서의 국가가 아니다. 티벳은 1959년 무력을 앞세운 중국의 침공에 강제 합병 당한 이후로 시주앙(西欌) 지구일 따름이었다. 엄혹한 국제정세 아래서 주권을 빼앗긴 나라가 그것을 다시 찾기란 이제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어떻게 일제로부터 독립을 얻었던가를 생각해보면 쉽게 상상이 가는 문제이다. 일본은 패망했지만, 중국은 망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역사를 통해 수없이 반복되어온 패권주의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티벳이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지상의 낙원 샹그리라일까? 관음보살이 다스리는 불국일까? 자연친화적인 삶의 방식으로 평화를 누리고 있는 환경국가일까?
만약 티벳에 관한 역사적·정치적 사전 지식을 지니고 있지 않는 독자가 한국출판계에 이미 나와 있는 티벳관련 서적들을 탐독한다면 부지불식간에 위와 같이 생각하게 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티벳 사람들의 순박한 성품과 달라이 라마의 영적인 존재감은 충분히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방식이다. 지금 우리에게 티벳은 명상·요가 수련, 뉴에이지, 웰비잉을 환기하는 하나의 기호이다. 그러니까 티벳은 정확히 말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이 제3세계에 보여 온 무지를 비춰주는 좋은 단서이다.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티벳이라는 유령
그것은 이 분야가 단지 비교적 판매성적이 좋은 '노다지'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달라이 라마의 강연집, 문답집, 자서전 류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더니 이제는 더이상 번역할 책이 거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금광이 폐광이 된 것이다. 티벳은 신비스러운 나라여만 했다. 티벳 사람들이 겪은 역사의 질곡과 학살의 비극은 잘 감추어져야했다. 그렇게 해서 티벳은 하나의 브랜드네임이 되었다. 티벳은 출판계의 블루칩이었으며 배낭여행 카달로그의 좋은 항목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역사와 구체적인 생활을 잃은 샹그리라의 유령이었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러나 알아야 할 티벳의 진실
티벳은 한국과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열강의 파워 게임의 틈바구니에서 자주성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 중국을 좌우 양쪽 끝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정학적 사실, 외세의 침략에 의해 강제적으로 나라를 빼앗긴 경험, 뿌리 깊은 불교 전통 등등. 그러나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은 해외토픽, 백과사전, TV 뉴스의 종합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제3자로서 지켜보기만 할 수 있었다. 그것은 한국이 제3세계 국가에 보여온 냉소와 오만의 일단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20세기 티벳 사회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살아낸 철저한 인사이더이다. 사원에서 승려수업을 받는 전형적인 교육제도로부터 시작하여, 티벳 경제의 한 축이었던 대상 무역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가, 예기치 않은 민족의 환란으로 인해 게릴라 대장으로 변신하여 달라이 라마를 모시고 인도로 탈출한 사나이인 것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티벳이라는 나라의 생김새를 총괄적으로 묘사한 주단(紬緞)으로서도 읽힐 수 있다. 지금껏 티벳의 역사와 전통적인 생활상, 풍습, 동식물 생태, 교통, 주요 지명, 전설, 화폐단위, 문자 등에 관해 설명을 시도한 책이 얼마나 있었을까? 적어도 이 책은 지금은 파괴되었거나 손상 당한 수많은 사원과 명소들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로서도 제몫을 해낸다. 이만큼 티벳에 관해 이만큼 포괄적인 저작은 한국에 일찍이 출판된 적이 없다.

■ 티벳에 대한 새롭고 올바른 관심을 불러일으킬 책!

체 게바라의 인생이 감동적이고 멋있을 수 있다면 쿤가 삼텐 데와창의 인생 또한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될 가격을 충분히 지닌다. 이 책이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은 티벳 국민들의 독립에 대한 굳은 의지와 그것을 알리려는 의지를 반증한다. 오랜 식민지 통치를 받아 문화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국가들이 강대국의 경제적·문화적 식민지로 남는 현상을 보면 자립의 의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다. 한국은 객관적인 난관을 극복하고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그 뒤에는 문화적인 자부심과 도전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중국과 일본와 영토 분쟁을 시작했다. 고구려 영토 분쟁과 독도의 영유권 문제는 새로운 통일 시대에 당장 발등의 불처럼 불거질 것이다. 강제 침략을 전후한 티벳인들의 근심어린 시각에서 우리는 강대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민족의 얼굴을 느낄 수 있다.
세계에는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 말고도 우리의 관심을 받아야 많은 나라들이 있다. 가까운 몽골은 물론이거니와 같은 어족에 속할 뿐만 아니라 6·25때 기꺼이 세계평화를 위해 대규모 군사력을 파견해준 우방국 터어키, 지난 시절 피로 맺은 관계를 우호로 풀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베트남 등. 티벳도 그 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세상에는 미국, 유럽, 일본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물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