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의 은빛 영혼
연어를 찾아서


프리먼 하우스 / 천샘 옮김 / 돌베개 / 270쪽 / 12,000원 / 2009


연어사냥꾼에서 생명운동가로…
이 책의 저자 프리먼 하우스는 ‘연어사냥꾼’이었다. 젊은 시절 그는 거대한 원양어선을 타고 다니며 대량으로 연어를 잡아들이는 선원이었다. 그것은 잔인하고 위험한 직업이었다. 선원 생활을 통해 그는 연어 남획이 생물의 세계는 물론 인간의 정신까지 황폐화시킨다는 것을 깨달았다. 단시간에 벌어들인 돈은 대부분 술값으로 탕진했고 그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발밑에서 펄떡거리며 죽어가는 연어의 몸부림을 견디지 못하고 살아 있는 연어 한 마리의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 꿀꺽 삼켜버렸다. 그리고 그 길로 연어사냥꾼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는 배를 타지 않았다. 그 후로 그가 시작한 일은 야생 왕연어의 번식과 회귀를 돕는 ‘생명운동’이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매톨 강 유역에서 ‘매톨유역언어보호그룹’Mattole Salmon Support Group과 ‘매톨복구협의회’Mattole Restoration Council라는 단체를 세우고 연어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생명을 잡아 죽이는 일에서 생명을 되살리는 일로 돌아선 것이었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로서 작은 시골 마을인 매톨로 해마다 찾아오는 양생 왕연어를 통해 현대 산업사회의 자연 착취와 인간성 파괴의 실상을 보여주며 인간의 본성과 자연 생태계의 회복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를 말한다.

연어 살리기는 인간 회복의 의지
저자가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언어를 살려내는 일에 뛰어든 것은 연어잡이 원양어선 생활을 하며 보고 느낀 산업사회의 폐해 때문이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명은 자연이 아니라 한낱 자원일 뿐이며 인간은 존엄성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기계의 부속품과 같은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 속에서 자연은 복구할 수 없을 만큼 파괴되고 인간은 황폐화되다 못해 회복의 가능성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저자가 야생 왕연어의 번식과 회귀를 돕는 일에 뛰어든 데는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언어를 살려내는 일이 곧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한 시스템 속에서 파괴되어 가고 있는 자신을 회복하는 의지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책의 전편에 흐르는 겸손하면서도 뜨거운 진정성이 흐르는 저자의 고백을 읽으며 우리는 내면이 메말랐던 ‘연어사냥꾼’이 어떻게 생명을 살려내는 ‘생명운동가’로 변모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는 분투로 내적 혁명을 이루어낸 한 인간의 감동적인 내면 기록으로도 읽힌다.

인간과 자연의 ‘올바르고 마땅한 관계’
이 책의 장점은 높은 문학성이다. 저자가 매톨 유역에 살며 연어와 교감하는 과정이 그의 섬세하고 유려한 시적 표현들을 통해 그려지고 우리는 자연스레 그의 내면으로 빠져 들어가게 된다. 야생 왕연어를 잡아 번식시키는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들을 설명하는 그의 언어는 절실하고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겸손하다. 인간이 자연계의 다른 생명체들보다 특별히 우월하거나 뛰어나지 않다는 깨달음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연어 살리기 운동을 하면서도 그는 인간이 그저 연어를 도와주는 존재라고 생각할 뿐이다. 저자는 연어를 살리기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노력해온 시간들이 결실을 맺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매톨 유역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매너리즘에 빠진 관료주의와 당당히 맞서고, 동료들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를 조직한다. 그러한 노력이 야생 왕연어의 실질적 회귀 비율 증가로 이어졌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자와 함께 발 벗고 일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실천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올바르고 마땅한 관계’를 깨달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집 근처 시내로 돌아오는 연어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실에 안타까워하고,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목장주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힘든 과정을 기꺼이 감수한다. 또한 과거의 무분별한 벌목 작업으로 붕괴한 산천을 살리기 위한 복구 작업을 하며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키워나간다. 저자의 연어 회복 프로젝트가 매톨 전 지역의 생명운동으로 승화·발전한 것이다.

연어는 희망의 이름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희망이다. 자연환경은 절망스러운 상태이고 생물 종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존재한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저자와 그의 동료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생명운동으로 다시 풍부해진 연어는 결국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회복시키고, 되살아난 강을 통해 그들을 골고루 먹여 살릴 것이다. 그리고 연어는 사람들이 서로 좀 더 연대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그와 동시에 자연과도 보다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가 연어를 구하는 것쳀 아니라, 연어가 우리를 구하는 것이다. 비록 다른 나라의 사례이지만 이 책은 우리의 생태주의나 환경운동에도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자연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생명 하나하나가 중요한 까닭은 그것이 결국 우리의 생명,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 책은 한 사나이의 투박한 손과 야무진 눈매를 통해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그려 보인다.

■ 차 례
감사와 사과의 말

1 연어의 물속에서
2 환영과 실존
3 움직이는 산
4 절제의 예식
5 과학의 고객들
6 창조의 중심에서
7 장소
8 주(州)의 행복
9 유역
10 본질적이고 진정한 가치
11 인간이 되는 능력

옮긴이의 말

■ 추천의 말
삶의 토대인 자연과 관련된 원초적인 공동체 경험과 토템을 잃어버린 우리 시대는 더 이상 자연에 공손하지도 않고, 인간으로서 끝없이 깊어져야 하고 성장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마저도 송두리째 잃었다. 그러나 섬세하기가 연어 지느러미 같고, 고집스럽기가 연어의 회귀본능을 닮은 한 사내는 연어를 땅의 혈맥으로 느끼는 장엄한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힘써 회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감동적으로 묻고 있다. 사내가 보여주는 자연에 대한 인식은 정교하면서도 깊고, 그 표현은 예민함과 진저리칠 정도의 충실로 일관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살갗에 연어의 지느러미가 스치는 듯한 황홀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한다. 이 책은 연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산과 대양에 대한 이야기이고, 무엇보다도 인간이 걸어왔고, 걸어갈 마땅한 길에 대한 서사시다. 이토록 아름답고 섬세하면서 울림이 큰 매력적인 기록은 단언컨대 참으로 흔치 않다.
- 최성각(작가, 풀꽃평화연구소장)


저 : 프리먼 하우스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매톨 강 유역에서 활동하는 ‘매톨유역언어보호그룹’과 ‘매톨복구협의회’의 공동 창립자이다. 젊은 시절 어부, 예인선 운항 등의 일을 했으며, 오리건 주립대학Oregon State University과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UC Berkley에서 공부하기도 했다. 20년 이상 매톨 강 유역에 살면서 생태 환경 복원 작업에 힘을 쏟았고, 생태 지역 연구와 글쓰기, 행동주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다.

역 : 천샘
1977년생. 미시간 대학교 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 서양고전어문학부 및 미술학부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환경단체 ‘풀꽃세상’에서 활동가로 근무했으며, 현재 풀꽃평화연구소www.naturepeace.net의 연구원으로 웹진 ‘풀꽃평화목소리’의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 무용실기과에 재학 중이다.

돌베개는 풀꽃평화연구소와 함께 인간과 자연,
생명과 평화를 생각하는 책들을 기획, 출간하고 있습니다.


* 돌베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