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별

골드스타인 외, 이광일 옮김 / 실천문학사 / 590쪽 / 23,900원 / 2009


20세기 세계사의 한가운데에서 역사와 인간 존재의 심연을 성찰하게 하는 숨은 인물들을 찾아 소개하며 한국 평전 출판의 전범으로 자리잡아온 실천문학사의 ‘역사인물찾기’ 시리즈에 『티베트의 별_푼왕 자서전』이 스물여덟 번째 권으로 올려졌다.
티베트의 근대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티베트인 푼왕의 삶은, 고스란히 티베트 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하며 티베트인들의 고뇌와 역사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건국 60주년 기념 국경절을 맞아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의 티베트 여행을 전면 금지시켰다. 민중 봉기 유혈 진압 50주년이 되는 티베트 현지에서의 시위와 진압 소식은 일제 식민치하를 벗어나 해방이 된 후에도 민족분단이라는 비극적 역사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티베트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이 책에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티베트를 알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우선 이 책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티베트사의 내밀한 속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서구사회를 비롯, 동서양을 통틀어 티베트에 대해 알려진 모습은 승려와 라마, 귀족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를테면 티베트인은 선하고 중국인은 악하다, 티베트는 현대화에 반대하고 신앙에 의해서만 사고하는 민족이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티베트의 진짜 모습일까?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티베트를 알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로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만큼, 티베트의 살아 있는 모습을 생생한 육성으로 전해주고 있다.
1922년 동티베트의 오지 마을에서 태어난 푼왕은, 어려서부터 티베트 민족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뜨거웠다. 1930년대에 이미 신식 교육을 받으면서 캄과 암도 그리고 티베트 본토까지를 망라하여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평생을 바치기로 마음먹는다. 열일곱의 나이에 티베트공산당을 창건하고 청년들을 규합하는 동시에, 맨몸으로 길을 떠나 차례로 봉건체제에 안주해 있던 귀족과 승려를 한 명씩 만나면서 개혁의 길로 나설 것을 설득한다. 푼왕은 ‘사회주의’라는 당시의 ‘선진사상’을 받아들였으나 티베트 민족의 정체성과 특이성을 지키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노선이었다. 이와 동시에 인도, 중국, 소련 등의 사회주의 세력과의 연대를 위해 각국을 누빈 여정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티베트 지배층으로부터 추방당한 청년 푼왕은, 중국공산당과 손을 잡고 ‘티베트인민정부’를 세우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국민당 군벌세력이 중국공산당에 패한 후 물러나자, 국민당 지배하에 있었던 티베트는 신흥세력(중국공산당)과 전쟁이냐 평화적 공존이냐를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 선다. 이미 중국공산당의 핵심인물이었던 푼왕은, 마오쩌둥?저우언라이 등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함께 달라이 라마와의 회담에 깊이 관여하며 1951년 5월 ‘중국-티베트 간의 17개조 협정’을 성사시키기에 이른다. 이 ‘17개조 협정’은 중국이란 사회주의 대가정大家庭 안에서 티베트의 자치를 규정한 협약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역사적 대사건이며, 티베트가 오늘날과 같은 사회 정치 체제를 갖게 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중국은 티베트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무력 진압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푼왕은 이 협정으로 인해 티베트가 중국에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회담을 체결시키기는 데 최선을 다했다(12장 참조). 이후 푼왕은 달라이 라마를 수반으로 하는 ‘티베트 자치구 주비위원회’를 꾸리며 티베트 개혁에 박차를 가한다. ‘티베트에서 가장 바쁜 인물’로 불리면서 새로운 조국을 건설하는 일에 열중했지만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중국공산당 내에서도 티베트 개혁을 서두르는 쪽과 점진적으로 추진하자는 쪽으로 파가 갈려 정책에 혼선을 가져왔고, 티베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개혁은 유혈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티베트는 티베트 본토, 캄, 암도 지역으로 나뉘어 분포되어 있으나 세 지역은 한민족이다. 17개조 협정은 우선 티베트 본토에만 적용하고 나머지 지역은 충분히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으나 중국공산당의 일부 한족 간부들이 무리하게 ‘공산당식 개혁’을 집행한 결과 1959년 티베트 대봉기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푼왕은 민족 간의 평등을 옹호하고 일체의 억압과 착취에 반대하는 사회주의의 이상이 ‘17개조 협정’ 안에서, 사회주의 중국 대가정 안에서 실현될 것이란 믿음을 놓지 않았다. 허나 중국공산당은, 강렬한 민족주의자이기도 했던 푼왕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린다. 20세기 중국의 바스티유 감옥으로 일컬어지는 베이징 북서부 친청제1교도소(거물급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다) 독방에 만 18년을 가두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푼왕이 믿었던 사회주의 국가 내에서의 ‘민족 간의 진정한 자치와 평등’은 현실에서 결국 실현되지 않는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임을 자처하며 그 안에서 모든 집단이 똑같은 권리와 권력을 누릴 것을 공포했으나, 실제로는 강대민족인 한족의 나라로 운영되며 약소민족인 티베트인의 예속과 저항을 불러오게 된다.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티베트의 목소리!
자신이 믿었던 그 체제에 의해 가해진 끔찍한 배신, 함께한 동지들과 가족들이 겪은 혹독한 수난…… 인간으로서 더할 나위 없는 나락에 떨어졌지만 이러한 고통도 푼왕을 꺾지는 못했다. 1978년, 56세의 나이에 석방된 푼왕은 다시금 티베트인의 목소리를 내고자 나선다. 장쩌민 국가주석, 후야오방 총서기 등과 만나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에 대해 회담을 가졌고, 티베트 민족에 대한 헌신으로 각종 강연, 회담 자리를 주선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푼왕과 자신의 이런저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미래를 깊이 걱정하는 한 사람의 티베트인”으로서 푼왕을 존중했고 그의 의견에 귀 기울였다. 달라이 라마는 “푼왕이 마오 주석의 신임을 얻고 있는 한 티베트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573쪽)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푼왕의 구금으로 달라이 라마가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지게 되었지만, 달라이 라마는 바깥에서, 푼왕은 중국 안에서 티베트를 위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덩샤오핑은 “티베트의 독립만 빼고는 무슨 문제든 허심탄회하게 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 역시 “우리는 독립을 원하는 게 아니다. 진정한 자치를 원한다”고 여러 차례 선언한 바 있다. 푼왕은 이 두 입장이 상충되는 것이 아니며, 중국과 티베트 간의 평화와 공존은 가능한 것임을, 그리고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 문제 해결의 열쇠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티베트를 비롯한 소수민족 자치를 위한 헌법 개정 투쟁, 중국의 민족 정책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으로 이어지며(부록 B, C 참조) 여든일곱이 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푼왕의 역정歷程은, 이데올로기와 민족의 문제, 개인과 국가의 관계와 같은 본질적인 주제들을 함축하고 있다. 이는 지금, 우리가 선 자리에서 행해야 하는 선택과 실천의 소중함을 조용히 응시하도록 만들고 있다.

“티베트를 알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놀라운 필독서” _『뉴욕 리뷰 오브 북스』
“현대 티베트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 _『뉴 레프트 리뷰』
“티베트인의 삶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한 책은 없다. 한 티베트 혁명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통해 티베트 현대사의 속살을 파헤친다.” _『북 리스트』
“끔찍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뚫고 펼쳐지는 이상주의와 용기를 그린 감동적인 이야기.”_『파이낸셜 타임스』
“잘 알려지지 않았던 티베트 현대사의 이면을 파헤친 책.”_ 샴발라 순(『붓다다르마』)


■ 책 속으로
“국기를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가요? 그 사람들은 그걸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한다던데, 맞지요?” (중략) 마오가 느닷없이 질문을 했기 때문에 달라이 라마는 그냥 “우리 군기입니다”라고 답했다. 노련한 답변이었다. 티베트가 국기가 있는지 없는지는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오는 달라이 라마가 자신의 질문에 불안한 기색을 보이는 것을 알고는 곧바로 “그건 문제가 안 됩니다. 국기를 갖고 계셔도 됩니다”라고 말했다. 마오는 분명히 “국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또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신장(新疆)위구르도, 내몽골도 자신의 깃발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그 깃발에다가 중화인민공화국 국기를 갖고 다니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되는 것 아닌가요?” 달라이 라마가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는 표시를 했다. 이것이 마오가 달라이 라마한테 한 가장 중요한 말이었다. 나도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322쪽)

다들 아시다시피 새 중국 헌법과 중국공산당의 기본 정책은 소수민족을 억압하기 위해 고안된 옛날 중국의 시스템은 모두 폐기돼야 하며, 모든 민족은 크든 작든 평등하며 함께 번영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는 오늘의 역사적 조건하에서 티베트족과 기타 소수민족들이 상호 이익을 위해서 다수 한족과 (분리가 아닌) 단결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새 중국 수립 이후 나의 기본 관점이었습니다. ―(푼왕의 에필로그, 510쪽)

나는 종종 티베트 민족(과 다른 형제 소수민족들)의 미래와 운명에 대해 우려의 마음이 듭니다. 20년 전 후야오방 총서기와 만났을 때 나는 많은 제안을 한 바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라싸는 절대 변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라싸는 수백 년 동안 눈의 나라 티베트족의 신성한 도시였습니다. 무슬림에게 메카가 그러하듯이 티베트족에게는 라싸가 성지입니다. 포탈라 궁이 새로 짓는 고층 아파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중국어를 쓰는 주민들로 가득 차게 된다면 중국 정부는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는 것이고,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것입니다. 당 중앙은 현재의 티베트 인민과 그들 역사에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서 그런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정책은 모두 철회하기를 바랍니다. ―(푼왕의 에필로그, 515쪽)

멜빈 골드스타인Melvin C. Goldstein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티베트 연구가로 1938년 뉴욕에서 출생했다. 티베트 자치구, 중국 내륙, 인도, 네팔, 몽골 등에서 티베트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했다. 지금도 티베트 현대사 정리를 위해 노구를 이끌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 현재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인류학과 석좌교수 겸 티베트연구소 공동소장으로 있다. 저서에 『티베트 현대사 1913~1951: 라마 국가의 몰락』(1991), 『눈사자와 용: 중국, 티베트, 달라이 라마』(1997), 『티베트 현대화를 위한 투쟁: 타시 체링 자서전』(1997, 지벤슈 교수와 공저), 『현대 티베트 불교: 종교의 부활과 문화적 정체성』(1998, 공동편찬), 『현대 티베트어 사전』(2001), 『티베트 현대사 2권: 폭풍전야의 고요 1951~1955』(2007) 등이 있다.

■ 저자 소개
다웨이 셰랍Dawei Sherap
티베트 출신 지식인으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푼왕 평전』을 썼다.

윌리엄 R 지벤슈William R. Siebenschuh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영문학과장으로 골드스타인과 함께 『티베트 현대화를 위한 투쟁: 타시 체링 자서전』을 썼다.

역자 이광일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독문과 강사로 일했다.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기획취재부장을 지냈으며, 저서에 팔레스타인 분쟁과 이라크 전쟁을 다룬 『끝나지 않은 전쟁』이, 역서에 『세상의 모든 역사―고대편』,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 『성취하는 사람들의 작지만 특별한 습관』 등이 있다.

* 실천문학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