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Journey of the Pink Dolphins. -An Amazon Quest)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사이 몽고메리 지음 / 승영조 옮김 / 돌베개 / 360쪽 / 값 12,000원 / 2003년.


원시 자연과 인간 간의 황홀한 교감이 펼쳐지는 아름다운 아마존 자연탐사서

이 책은 대담한 여성 탐험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사이 몽고메리가 아마존의 분홍돌고래라는 신비로운 동물을 탐사해가면서, 고대의 신화와 전설, 현대의 자연과학을 교직하여 유려하게 완성시킨 자연탐사서이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희귀동물 분홍돌고래의 생태와 아마존 강 유역 토착민들의 삶, 인간과 분홍돌고래 사이에서 탄생한 마법 같은 설화 등을 토대로 지구와 생명의 자연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한 멸종 위기에 놓인 야생동물들의 포획 실태, 다채로운 생태 보존의 노력, 원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자연스러운 교감 등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서술되어 있다.
그녀가 아마존을 모험하고 관찰한 것을 토대로 서술한 이 책에는 과학자의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정확성 위에 시인의 서정성과 통찰력이 조화롭게 담겨 있다. 동물학과 신화, 민담과 자연사, 인류학과 초자연 존재를 솜씨 좋게 한데 엮어낸 『아마존의 신비, 분홍돌고래를 만나다』(원제: Journey of the Pink Dolphins. -An Amazon Quest)는 그녀의 대표작이다.

아마존에 뛰어들고 싶은 강렬한 열망에 부대끼게 하는 책】

이 책은 아마존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집이면서 동시에 참신한 자연과학서적이다. 저자는 아마존 강과 우림의 생태를 시적으로 음미하며 동시에 과학적으로 관조한다. 이 책은 아련한 시와 신화와 진지한 과학이 만나는 책, 서정과 정보가 어우러진 책, 정서적 울림과 지적 쾌감을 아우르고 있는 아주 희귀한 책이다. 저자는 아마존을 탐사하며, 아마존 사람들이 지금도 여전히 믿고 있는 분홍돌고래 신화를 탐사한다. 동시에 돌고래와 관련된 고생물학 등의 현대 과학을 탐사한다. 나아가서 지구와 생명의 자연사를 흥미롭게 전개하며, 다채로운 생태 보존의 노력들을 짚어보고, 아마존의 서정을 아름답게 때로는 애틋하게 노래한다.

…(중략)…
이 책을 번역하며 나는 줄곧 아마존에 뛰어들고 싶은 강렬한 열망에 부대꼈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불가능한 일들이 실현되는 곳, 그 어떤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곳, 원하는 것은 뭐든지 얻을 수 있고, 원하는 어떤 존재라도 될 수 있는 곳, ……아름다움과 잔혹함, 열망과 절망, 삶과 죽음이 합류하는 곳, 그곳에 가서 몸과 마음을 맡기고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고즈넉이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직접 아마존에 찾아가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적인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독자 또한 그러시리라 믿는다. 나에게 이 체험은 아름답고, 아리고, 아련하고, 아뜩했다. - 옮긴이의 글에서

【분홍돌고래를 찾아 떠나는 네 번의 아마존 여행】


사람들은 더러는 카약을 타러, 새를 찾아, 더러는 인디오를 만나러, 원숭이를 관찰하러 아마존에 간다. 더러는 입으로 불어서 쏘는 독침 대롱과 원숭이 이빨 목걸이를 구하러 가고, 더러는 정글의 밤이 부르는 소리에 못 이겨, 더러는 자신의 영혼을 원시의 숲에서 찾기 위해 정글에 몸을 맡긴다. 사이 몽고메리는 방글라데시에서 호랑이를 찾다가 흙탕물 사이로 흐린 연분홍빛을 띤 둥그런 형체가 떠올라 너울처럼 굽이치며 나아가는 모습을 처음 본 후부터 분홍돌고래가 자신의 잃어버린 쌍둥이 같다고 느낀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꿈속을 유영하며 다니는 분홍돌고래를 찾아 아마존으로 간다.
그녀는 분홍돌고래를 찾아 마나우스로, ‘물들의 만남’으로, 탐시야쿠-타후아요로, 마미라우아로, 네 차례에 걸쳐 아마존 강을 여행한다. 정글의 도시 마나우스와 두 강(술리몽스 강과 네그루 강)이 만나 기묘한 풍경을 자아내는 ‘물들의 만남’, 놀랍도록 풍부한 야생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탐시야쿠-타후아요 보호구역를 지나 세계에서 가장 큰 홍수림 보호구역이자 풍요로운 수중 생태계를 지닌 마미라우아 보호구역까지. 분홍돌고래는 나무 꼭대기의 세계로, 검은 물속의 세계로, 우림의 마법 세계로, 강물 아래 있다고 믿는 세계의 경계선으로 그녀를 이끈다. 그녀는 돌고래에 대한 전설과 신화를 듣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원주민들을 이해하며, 분홍돌고래의 편린을 쫓아 여러 곳을 헤맨다. 그녀는 주술사로부터 환상을 볼 수 있다는 환각제를 받아먹기도 하고, 야생동물을 살리기 위해 불법 협상을 벌이기도 한다. 온갖 동물들이 살고 있는 사무실이나 수상가옥에 머물면서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들, 뱃사공과 원주민들을 만난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오랜 갈구 끝에 꾸루꾸 곶에서 분홍돌고래와 함께 강물 속을 헤엄치는 황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합류하는 아마존】


남아메리카 최대의 강 아마존은 광대한 내륙의 바다이자 지구 역사상 최대의 호수다. 아마존 강물은 전 세계 강물의 반을 차지하며, 아마존 우림은 지구 산소의 10분의 1을 공급한다. 또한 아마존은 2,500종 이상의 어류, 곤충, 파충류, 새, 원숭이, 바다소, 거북 등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숨쉬고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외지인들에게 엘도라도, 최후의 미개척지, 초록 지옥, 지상의 낙원 등을 연상시키는 아마존은, 원주민들에게는 재생과 파괴, 힘과 영감의 원천이자 삶의 근거지이다. 아마존은 2개의 큰 강, 즉 ‘아마존의 위대한 어머니 강’이라는 뜻의 마라뇬 강과 고대 잉카의 유적지인 마추픽추에서 발원한 우카얄리 강이 합류하여 형성된다. 이러한 아마존에서는 단절된 여러 역사가 합류하며, 상반되는 정체성이 합류하고, 아름다움과 잔혹함, 열망과 절망, 삶과 죽음이 합류한다.
이 책에는 과거 진화사의 ‘잃어버린 고리’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1989년 이집트 주글로돈 골짜기에서 다리를 가진 고래 화석이 발견되었고, 1993년에는 발굽을 가진 고래 화석이 발견되었다. 과학적인 근거가 되는 고래의 두개골이나 화석(유골)을 통해 살펴보면 다리가 달린 고래가 살았던 것은 4,000만 년 전이다. 그런데 아마존 사람들은 분홍돌고래가 물 밖으로 나와서 걸어다닐 수 있다고 믿는다. 진화사적 사실과 신화가 묘하게 서로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아마존 인디오들의 과거와 현재의 비극에도 주목한다. 고무 유액을 수집, 가공하기 위해 고무 부호들이 아마존 인디오들에게 행한 과거의 잔혹사는 상상을 넘어선다. 아마존 인디오들을 쇠사슬에 묶어 채찍질을 해대고, 600명의 인디오 소녀들을 미래의 노동자로 만들기 위해 가축처럼 길렀으며, 생산량을 채우지 못한 인디오들을 벌주기 위해 자녀들을 학살해서 경비견들의 먹이로 던졌고, 부활절을 축하한다며 이유 없이 인디오 부족 150명을 사살했다. 즉, 이곳 도시들은 인디오의 뼈와 피로 지어졌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외래에서 밀려든 병균과 탐욕과 종교와 알코올 때문에 90개 이상의 인디오 부족이 멸종했으며,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있다. 1980년대에 아마존 강 전역에서 몸살을 일으켰던 골드러시와 사금 채취에 따른 수은 오염은 현재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현재에도 수력발전 댐으로 인한 물고기의 멸종, 석유 채굴량으로 인한 아마존 자연의 파괴, 서구 개발 계획으로 인한 토양의 파괴와 생물자원 고갈 등은 아마존의 새로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밤에는 하늘의 별보다 물속의 별이 더 밝게 빛난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이 그대로 수면에 비치고, 나무에 도사린 늑대거미, 나무보아뱀, 나무개구리의 반짝이는 눈빛이 수면에 비친다. 카누를 타고 가다보면 마치 무한한 우주의 별들 사이로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밤이 엥깡찌에서 마법처럼 피어오르듯, 강에서 어둠이 피어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안드레아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서는 뭐든지 커요. 우리 인간은 한낱 모기 같다는 느낌이 들죠. 도시에서는 우리가 아주 중요한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여기서는 달라요. 여기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닫게 돼요.” ―본문 중에서

【고대의 유물, 분홍돌고래】

돌고래는 수천 년 동안 인간을 이끌어준 훌륭한 아마존 가이드였다. 오랜 전설에 따르면 돌고래가 고대인들을 세계의 중심으로 데려다주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아리따운 신부 암피트리테를 데려다준 것도 돌고래였고, 사망한 에트루리아인의 영혼을 축복의 섬으로 안내했다는 동물도 돌고래이다. 또한 돌고래는 그리스도교인의 영적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브라질 사람들은 분홍돌고래를 보뚜(boto)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희귀동물인 분홍돌고래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띠지 않고, 연구하기도 어려운 신비로운 동물이다. 이빨고래의 후예인 분홍돌고래는 1,500만 년 전쯤 처음 출현했는데, 아마존 사람들은 보뚜가 아름다운 여자나 멋진 남자로 둔갑해서 사람의 넋을 앗아가며, 황홀한 수중도시인 엥깡찌로 유괴해간다고 믿는다. 돌고래의 구애를 받은 소녀의 이야기, 보뚜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은 여성의 이야기, 카누에 알몸으로 올라앉아 남자들을 유혹했던 보뚜의 이야기까지 아마존의 다양한 전설 속에는 언제나 분홍돌고래가 있다.
강돌고래과의 돌고래 5종 가운데 하나로 분류되어왔던 분홍돌고래는 덩치가 우람하고, 길이가 2.4m, 무게가 180kg에 이른다. 얕은 호수와 범람한 숲을 좋아하는 분홍돌고래는 등지느러미가 뚜렷이 돌출해 있지 않고 등마루가 살짝 솟아 있으며, 가슴지느러미는 날개처럼 큼직하다. 원뿔꼴의 이빨과 강한 턱이 있어 거북의 등딱지도 으스러뜨릴 수 있고, 거의 모든 물고기를 먹을 수 있으며, 수중음파탐지 기능으로 혼탁한 물속에서도 잘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분홍돌고래의 얼굴이다. 이마는 구근 같고, 눈은 작고, 주둥이는 한쪽으로 살짝 휘어진 대롱 모양이다. ‘구슬 같은 눈, 곱사등, 긴 주둥이, 느슨한 피부를 지닌 고대의 유물’인 분홍돌고래는 나이 지긋한 노인의 아름다움과 태아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보뚜가 물 밖에 나오면, 흰옷을 입고 모자를 써요. 모자를 벗으면 다시 돌고래가 된답니다.”
그는 그게 사실이라며, 보뚜의 아기를 낳은 여자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 아기는 너무 하얘서 해가 비칠 때는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한다.

“물속에 혼자 있을 때 보뚜가 다가오면 조심하세요.”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보뚜는 물속에 엥깡찌로 통하는 구멍을 내요. 그래서 그곳으로 당신을 끌어들여요. 당신을 유혹해요. 조심해야 해요.” -본문 중에서

“예리한 감수성을 지니고 살면서도 지적인 글을 쓰는 몽고메리는 불가사의한 현대 작가이다. 지구를 사랑할 때에는 막무가내이고, 거침이 없고, 용감하며, 창의적이고, 예언자 같다. …… 그녀는 아마존 세계의 작렬하는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망연자실케 한 후, 이어서 우리 인간의 탐욕의 증거를 들이대서 우리를 다시 망연자실케 한다.”

―베스 케파트, 『북』지 서평

【지은이와 옮긴이】

지은이―사이 몽고메리(Sy Montgomery) 『보스턴 글로브』지 자연 칼럼 집필자이며, 미국 내셔널 퍼블릭 라디오의 <지상의 삶> 시사 해설자이고, 지구 생태에 관한 책을 집필했다. 저서로는 『호랑이의 마력』(Spell of the Tiger), 『대자연의 나날의 신비』(Nature's Everyday Mysteries), 『야생의 계절』(Seasons of the Wild), 『뱀 과학자』(The Snake Scientist)가 있다. 앞서 국내에는 『유인원과의 산책』(Walking with the Great Apes)이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미국 뉴햄프셔 주에 살고 있다.

옮긴이―승영조 199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했다. 번역한 책으로는 『전쟁의 역사』, 『뷰티풀 마인드』, 『발견하는 즐거움』, 『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 『무한의 신비』 등 30여 종이 있고, 『창의력 느끼기』를 지었다.

*돌베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