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40쪽 / 값 9,000원 / 2003년.





사라진 늑대의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

팔리 모왓이 이 책에서 그려낸 늑대는 우리가 그동안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쌓아온 야수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존재다. 한때 인간과 공존했던 늑대는 인간 문명의 탐욕에 희생된 대표적인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믿고 있는 늑대에 대한 신화는 인간 자신의 죄와 비겁의 투영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늑대와의 만남에서 매번 그릇된 짐작을 하고, 그때마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눈을 뜨는 과정을 겪는다. 문명에 근거한 그의 추측이 매번 자연의 진실 앞에 고개를 숙이고 새로운 각성을 얻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짐승과 인간의 위치가 바뀜을 느낀다. 여기 나오는 늑대의 도덕성은 인간의 그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가정생활, 성 문제, 공동체적 유대, 식습관 등 늑대의 생활상을 목격하면서 인간이라는 짐승의 부끄러움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화자가 스스로를 바보스럽게 만들어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은 곧 문명 맹신자이자 자연 파괴자인 우리 스스로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 옮긴이의 글에서

늑대, 지구상에서 멸종해가는 또 하나의 생명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늑대에 대한 이미지는 동화책이나 영화 속에서 가축과 인간을 해치는 잔인한 맹수이거나 폭력적 남성에 비유되는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늑대의 이미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책의 작가 팔리 모왓은 늑대와 함께 보낸 1년여의 체험과 관찰로써 생생하게 증명해 보인다.
늑대는 대략 400년 전까지 북미에서 인간 다음으로 가장 번성하고 널리 퍼진 포유류였다. 전 세계적으로 늑대와 수렵 인간은 접목 가능한 공생 관계를 즐겼다. 그러나 유럽과 아시아의 인간들이 수렵 전통을 포기해버린 후 인간은 늑대의 고질적인 적이 되었으며, 결국 문명인은 ‘집단 의식’ 속에서 ‘진짜’ 늑대를 완전히 멸절시키고, 대신에 병적인 공포와 증오로 사악하게 조작된 늑대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실제로 늑대는 일생동안 하나의 배우자와 짝짓기하여 가족을 형성하고 헌신적으로 부양하는 평화로운 존재이며, 필요 이상으로 살생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다른 생물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아는 지혜로운 동물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체험으로 이야기한다.

피에 굶주린 늑대가 북극권역에서 매년 사람을 수백 명씩 해치고, 순록 수천 마리를 도살하고 있다는 소식에 캐나다 정부의 야생생물보호국은 늑대와 순록을 연구하는 자연학자 팔리 모왓을 툰드라 지대에 파견한다. 얼어붙은 툰드라 지대에 홀로 남겨진 모왓은 그곳에서 만난 에스키모 마이크의 도움으로 늑대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마침내 모왓은 어른 늑대 세 마리와 꼬마 늑대 네 마리로 구성된 늑대 가족들을 만나게 되고, 늑대 굴 가까이에 텐트를 설치하고 기거하면서 끈질기고 치열한 관찰을 시작한다.
이러한 관찰 과정을 통해 알게 된 늑대의 삶에 관한 모왓의 조사 결과는 초기에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허구라는 비웃음을 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팔리 모왓이 책 속에서 묘사한 늑대의 모든 행동 양상은 다시금 전문가들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인정되었다. 뜻있는 학자들은 늑대가 “먹이가 되는 생물종의 장기적인 안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인류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며, 가축에게 입히는 손해는 아주 적은 정도이며, 대개의 경우 인간의 거주지나 농업 시설 가까이에는 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모왓이 말하는 ‘늑대의 진실’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포상금과 장려금에 자극받고, 독약·덫·함정·총으로 무장하여, 늑대와 끝장을 보려는 전쟁을 했다. 그리고 최근에도 인간들은 야생종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북쪽 지방의 숲과 산, 툰드라 지대의 늑대들을 없애버리려고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늑대들을 멸종시키려는 인간의 음모에 대한 결연하고 타협 없는 저항만이 지구상의 생명에 대한 또 하나의 중대한 잔학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쪽 어디선가 늑대가 울었다. 가볍게, 궁금하다는 듯이. 나는 그 목소리를 알았다. 전에 많이 들어본 소리였기 때문이다. 조지였다. 없어진 가족의 대답을 듣기 위해 황야에 울려 퍼뜨리는 소리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소리가 잃어버린 세계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조화롭지 못한 역할을 선택하기 전, 한때는 우리의 것이었던 세계. 내가 얼핏 알아보고 거의 들어가기까지 했지만, 결국 내 스스로가 외면하고 만 세계에 대한 노래였다.
―본문 중에서

인간 문명의 탐욕에 희생된 야생 늑대의 숨겨진 진실

늑대는 가족의 솜씨 좋은 부양자이다. 늑대는 포악하며 무자비한 킬러가 아니다. 오히려 늑대는 자기의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일 밤 멀리까지 사냥을 나가고, 사냥한 음식물을 몸속에 저장한 채 굴에 돌아와서 게워내 새끼들을 먹이는 자상한 부양자이다. 또한 엄마 늑대(앤젤린)는 자신을 물어뜯는 꼬마 늑대들의 심한 장난에도 끝까지 헌신적으로 새끼들을 보살피고,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멀리까지 사냥을 나가지 않는 등 감동적인 모성을 보여준다.
늑대는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 늑대 무리가 수백 명씩 사람을 살상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다. 처음 모왓이 늑대 굴을 찾기 위해 바위 둔덕에 숨어서 망원경 조사를 했을 때 늑대들은 바로 그의 뒤, 점프하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루 종일 느긋하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모왓을 지켜보았을 뿐이었다. 모왓이 조사를 위해 설치한 쥐덫에 지나가던 어른 늑대(조지)가 발가락이 물리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조지는 충격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모왓을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유유히 갔다. 모왓이 늑대 굴 속으로 기어 들어갔을 때 느닷없이 마주친 두 마리의 늑대 역시 자기 굴이 침범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르릉 소리 한 번 내지 않은 채 오히려 굴의 뒷벽으로 바짝 물러나 꼼짝도 하지 않았다.

늑대는 꼭 필요할 때만 순록을 사냥한다. 늑대가 순록 수천 마리를 단지 피에 굶주려서 죽인다는 소문은 거짓이다. 심지어 3주된 아기 순록도 가장 빠른 늑대보다 더 빨리 달리기 때문에 늑대를 따돌릴 수 있다. 늑대는 순록 사냥을 할 때 먼저 여러 방식으로 순록들을 테스트한 후 아프거나 상처를 입었거나 열등한 순록만을 사냥한다. 큰 동물 한 마리를 사냥하는 일은 늑대에게 힘든 작업이다. 이 작업을 위해 늑대는 밤새 사냥을 하며, 일대를 50∼60마일씩 답파하기도 한다. 마침내 사냥에 성공하면 늑대들은 마지막 고기 한 점을 다 떼낼 때까지 먹으며, 잉여분이 있으면 보관용으로 저장하고, 먹이 공급이 완전히 끊어져 배고픈 경우가 아니라면 더 이상 살생하지 않는다.

늑대는 또한 땅다람쥐와 쥐, 작은 설치동물을 많이 잡아먹는다. 쥐는 순록처럼 사냥하기 어렵지 않고, 적은 힘으로도 많이 장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늑대는 때론 오리를 유인하기도 하고, 북극 스컬핀이나 창꼬치류 물고기들을 잡아먹기도 한다.
늑대는 순록을 튼튼하게 한다. 마이크의 친구 우텍은 아모락(늑대의 정령)을 숭배하는 주술사로, 약하고 아픈 순록을 늑대가 먹어줌으로 인해 튼튼한 순록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래서 결국 늑대가 순록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내용의 민속 설화를 모왓에게 들려준다. 또한 늑대의 언어를 알아듣는 능력이 있는 우텍은 늑대가 아주 먼 거리까지 의사소통할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그 자신이 늑대 언어를 해독하고 그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늑대의 소통 능력이 사실임을 증명해 보인다.

포상금을 위해 늑대를 죽이는 것은 인간이다. 모왓이 늑대 연구를 시작하던 첫해, 늑대와 끝장을 보려는 사람들은 모든 지역에서 늑대 한 마리당 10∼30달러를 포상금으로 걸었다. 어느 사냥꾼은 늑대 118마리에 대한 포상금을 긁어모았는데, 그 중 107마리가 봄에 태어난 어린것들이었다. 잔인한 사냥꾼들은 덫과 총 대신 스트리크린이라는 유독한 물질을 살포해 다수의 늑대를 살상했고, 이 유독 물질로 인해 주변 지역의 여우, 울버린 등을 비롯한 수많은 작은 육식동물들이 모조리 죽었다. 사냥꾼들은 돈을 위해 혹은 재미로 덫과 독약, 총, 비행기를 이용해 계속 늑대를 마구 죽이고 있다. 북극 순록을 도살한 것은 늑대들이라고 거짓 주장을 했던 사냥꾼들과 모피 상인들은 사실상 포상금과 금전적 이익을 위해 무자비하게 수천의 순록을 죽였으며, 자신들의 사냥감인 순록을 핑계로 늑대까지 멸종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태초에 여자와 남자가 있었어. 세상에 걷거나 헤엄치거나 날아다니는 것은 하나도 없었어. 그러던 어느 날 여자가 땅에 커다란 구멍을 파서 낚아 올리기 시작했지. 하나씩 온갖 동물을 끄집어냈는데, 구멍에서 마지막으로 꺼낸 게 순록이었어. 하늘의 신인 카일라가 여자에게 가라사대, ‘순록은 가장 큰 선물이니 곧 사람의 양식이기 때문이라’ 하였지. …(중략)…‘당신께서 하신 일은 잘못된 일입니다. 순록은 자꾸 약하고 아파만 갑니다. 우리가 그걸 먹으면 우리도 약하고 아파질 겁니다.’카일라 신이 듣고 가라사대‘내가 한 일은 옳도다. 내가 아모락(늑대의 정령)에게 이르리니, 그는 자기 자손에게 일러 아프고 약하고 작은 순록을 먹게 할지니라. 그리하여 땅에는 살지고 건강한 것들이 남으리라.’이것이 자초지종이지. 그래서 순록과 늑대는 하나라는 거야. 순록이 늑대를 먹여주면, 늑대는 순록을 튼튼하게 해주니까.” -본문 중에서

얼어붙은 툰드라, 늑대 무리 속에 홀로 남은 자연학자 모왓

자연학자 모왓은 어렸을 적부터 동물들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살아 있는 자연 공부에 심취했다. 죽은 동물 재료보다 살아 있는 것들을 연구하기를 원했던 모왓은 툰드라 지대에 파견된 후, 자연 속에서 그 자신이 하나의 동물이 되어 늑대와 함께 야생의 생활을 하게 된다. 모왓은 시간이 흐를수록 늑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여겼던 기존의 통념들이 하나둘씩 깨져 나가는 것을 느끼고, 결국은 겸허하고 열린 자세로 새로운 그 ‘존재’를 받아들이게 된다. 모왓이 늑대와 함께 생활하며 겪은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자신의 땅을 요구하다. 늑대들은 정착형 동물로서 아주 분명한 경계가 있는 영구 사유지의 주인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일족들은 가족의 사유지를 둘러보면서 개처럼 오줌으로 경계 표식을 한다. 모왓은 늑대의 영역 안에 텐트를 치고 늑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나가고, 나중에는 주변의 땅(영역)까지 요구한다. 엄청난 양의 차를 계속 마셔가면서 늑대처럼 오줌으로 돌, 이끼 덩어리, 덤불 조각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했던 것이다. 늑대는 모왓이 한 경계 표시마다 한두 번 냄새를 맡더니 정성스레 ‘자기’ 표시를 풀이나 돌덩어리 바깥에다 했고, 그후부터는 인간 동물인 모왓의 영역을 인정하고 침범하지 않았다.

쥐 요리법을 개발하다. 늑대의 주식이 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모왓은 영양학 분야의 연구를 위해 쥐를 먹는 실험을 한다. 기간을 정해 한 번은 쥐만 섭취하고 또 한 번은 고기와 직접 잡은 생선만을 먹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매일 쥐를 먹게 되자, 먹는 재미도 없어지고 지방분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서 모왓은 크림소스 마우스 등 다양한 쥐 요리법을 개발했다. 물론 나중에는 이 요리법을 포기하고, 쥐의 껍질을 벗겨 늑대처럼 쥐를 통째로 먹어버린다. (크림소스 마우스 요리법은 이 책 113p에 있음)
늑대와 허스키를 짝지어주다. 늑대의 성생활에 대해 지식이 없었던 모왓은 마이크와 우텍의 도움으로 늑대(앨버트)와 허스키(쿠아)의 짝짓기를 제안한다. 처음 단계는 쿠아라는 허스키 암컷을 데려다가 늑대들에게 그녀의 존재와 자태를 알리기 위해 관측 텐트 옆에 산책을 시켰고, 그것은 성공이었다. 어른 늑대(앨버트)가 쿠아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구애를 펼쳤고, 둘은 바로 사랑에 빠졌다. 헤어지지 않으려는 그 둘을 결국 총을 쏘면서까지 갈라놓으려 하다가 포기하고는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월든』의 작가 소로우에 비견되는 캐나다 최고의 작가, 팔리 모왓

캐나다 최고의 작가이자 자연학자인 팔리 모왓(Farley Mowat)은 거의 50년 동안 환경과 동물의 권리에 천착하여 글을 써왔다. 1921년 온타리오의 벨르빌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 자연 세계와 동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이때 체험한 자연과의 교감은 평생 그를 지탱시켜 주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인류의 파멸상을 보고 한동안 전쟁의 충격에 빠져 고통을 겪었던 그를 다시 살려낸 것도 이 ‘자연과의 교감’이었다. 수차례 북극을 찾아가 머물면서 에스키모와 인디언들의 참상을 보고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평생 갖게 되었다. 시베리아, 북유럽 등의 고위도 지방을 자주 여행했으며, 캐나다의 고래 보호 단체를 창설하기도 했다. 냉전 시대에 소련, 쿠바 등을 여행했는데, 사회주의적인 정치 성향과 반미주의 성향으로 인해 한때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는 83세가 된 현재까지도 캐나다 북극의 사람과 동물들의 이야기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책은 20개 이상의 언어로 40개 이상의 나라에 출간되었다. 작품으로는 『사슴의 사람들』(People of the Deer), 『필사의 사람들』(Desperate People), 『죽음을 위한 고래』(A Whale for Killing), 『뜨기를 거부하는 배』(The Boat Who Wouldn't Float), 『집안의 올빼미』(Owls in the Family), 『개이기를 거부한 개』(The Dog Who Wouldn't Be), 『그리고 아무 새도 울지 않았다』(And No Birds Sang) 등이 있다.

옮긴이―이한중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환경과 종교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번역 일을 하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 문제를 다룬 글들을 옮기는 작업을 통해 새로운 문명을 꿈꾸려 한다. 옮긴 책으로 『무자녀 혁명』이 있다.

*원서를 원작으로 1983년 디즈니사에서 영화 『울지 않는 늑대』를 만들었다. 영화는 미국 유콘 지역에서 찍었으며, 국내에는 개봉되지 않았으나 수입 DVD로 출시되어 있다. (Directed by - Carroll Ballard)

*돌베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