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다양성은 어떻게 우리를 지탱하는가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

이본 배스킨 저, 이한음 옮김 / 돌베개 / 351쪽 / 값 13,000원 / 2003년.





'생물 다양성'은 복잡하게 연결된 '생명의 그물'을 이루면서 지구를 놀랍도록 살기 적합한 행성으로 만든다. 하지만 생태계에 위협을 가하는 수많은 인간의 활동들은 전례 없는 속도로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생물 한 종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때, 지구의 생명들을 부양하는 생태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

이 책은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남미 아마존, 아프리카 사하라, 북극 툰드라, 남극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종의 변화가 공기, 물, 토양, 경관, 자연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증명한다. 또한 비버ㆍ해달ㆍ코끼리ㆍ쇠똥구리 등과 같은 자연의 핵심 일꾼들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영유하는 경이적인 생태계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생태계 매커니즘과 종의 역할을 새롭게 규명한 생태학 보고서

이 책은 식물, 동물, 미생물, 균류 등의 생물체들이 생태계라는 거대한 생명의 그물 속에서 어떤 식으로 존재하며 활동하는지를 최초로 명확히 밝혀냄으로써 생물 다양성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정의한 생태계 보고서다. 인류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세계의 주요 생태계를 확대경을 들여다보듯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자연의 생명 매커니즘과 종의 신비를 한꺼풀 벗겨내고 숫자놀이에 머물러 있던 생물 다양성을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주는 핵심 열쇠로 파악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지구를 살기 적합한 행성으로 유지시키는 데 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거의 알지 못했다. 동물이 먹이를 먹는 행동이나 식물이 영양염류를 순환시키는 행동이 그 뒤에 일어나는 생태계의 변화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규명하려면 오랜 관찰과 실험이 필요하며 전문 분야의 경계를 뛰어넘은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여기에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인식의 부족도 한몫 했다. 최근에 와서야 세계 생태학자들은 유전자에서부터 종, 개체군, 생태계, 경관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생물 다양성의 기능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종의 역할과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본 배스킨은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여기에 종이 어떻게 기여하는지, 또 생물 다양성이 왜 중요하며, 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중요한 주제들을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생태학은 물론 과학의 전 분야에서 이루어진 최신의 연구 사례들을 제시한다. 이것은 수백 명의 과학자들이 아프리카에서부터 아마존, 북극, 남극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주요 생태계에서 벌어진 종의 변화를 수년간 직접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들이다.

저자는 현재 전 세계 생태학계를 이끄는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들을 총망라해 종의 변화가 자연 공동체의 지속성과 안정성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수생 서식지의 수질과 흐름을 어떻게 바꿔놓으며, 토양 비옥도가 숲과 작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야생의 땅과 경작지의 생산성을 어떻게 조절하며, 지구 대기와 기후, 지역의 강수 양상과 날씨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상세히 다루었다. 그러면서 인간의 무분별한 파괴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가 지구 환경의 건강과 기능에 어떤 위험을 끼치고 있는지를 치밀하면서도 균형잡힌 시각으로 분석하였다.

국내 생태학 관련 도서는 이론 중심의 전문 학술서와 국내 현황이나 외국의 특정 지역의 사례를 소개한 책들로 국한되어 있다. 관련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 책은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까지도 세계의 주요 생태계 변화와 생물 종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또한 소개된 사례들과 개념들이 세계 생태학의 최신 연구성과를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생태계와 종에 관한 연구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돌베개 제공.

미디어 서평

경향신문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이본 배스킨이 쓴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원제:The work of nature)은 화엄경에 나온다는 인드라망을 떠올리게 한다. 인드라망은 제석천 궁전을 장식한 구슬그물로, 그물코로 이어진 투명구슬에는 우주의 삼라만상이 투영된다고 한다. 흔히 생태계는 인드라망처럼 먹이사슬 구조를 이루며 거대한 생명이 그물을 이루며 유지된다고 하고,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생태계의 메커니즘이 규명되기 시작한 것은 몇년 전에 불과했다.

1991년 국제과학연맹이사회 산하 환경문제과학위원회(SCOPE)는 생태계 기능과 생물 다양성의 연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수백명의 과학자를 동원, 3년에 걸쳐 생물체의 활동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이 책은 그때 나온 성과를 일반 독자를 위해 쉽게 풀어쓴 생태보고서이다. 배스킨은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식물 동물 미생물 등의 생물체는 생태계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또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로키산맥에 서식하는 나무제비는 딱따구리가 파놓은 가문비나무의 구멍에 둥지를 튼다. 딱따구리는 뚫린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단물을 핥아먹는다. 그런데 딱따구리가 구멍을 팔 수 있으려면 곰팡이가 슬어 나무가 썩거나 부드러워져야 한다. 또한 말벌, 나비, 휘파람새, 다람쥐 등도 딱따구리 우물에서 수액을 훔쳐먹는 반면 가문비나무를 위해 해충을 잡아먹는다. 가문비나무, 딱따구리, 곰팡이, 말벌, 나비 등이 하나의 그물망을 이루는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생태계의 유지·보존이 무수한 생물의 다양성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 남미 아마존, 아프리카 사하라, 북극 툰드라 등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종의 변화가 공기, 물, 토양, 경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설명한다.

20031011 / 조운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