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베르씨 내일의 지구를 말해 주세요  

위베르 리브스, 크리스토프 오벨 지음, 세실 레나 그림 / 권지현 옮김 / 서해문집 / 280쪽 / 11,900원 / 2015년.



[추천의 말]
 
생명과 지구 이야기의 핵심은 사랑입니다

서양의 한 할아버지가 지구와 생명에 관한 아름다운 책을 펴내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나이 드신 분이 펴낸 책에 대해서는 다소 각별하게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건만 책을 쓰는 힘든 작업을 할 때에는 분명히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가 단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책처럼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생명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면 더욱이 신뢰가 가는 것입니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위베르 리브, 프랑스의 유명한 천체물리학자입니다. 평생 하늘을 쳐다보고 공부하는 것이 직업이었던 분인데, 할아버지는 하늘에 대한 공부가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심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으셨던 모양입니다. 할아버지가 그 진리를 알게 되신 것은 아마도 ‘하늘의 일’과 ‘땅의 일’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특히 관심을 기울였던 주제는 ‘생물다양성’이었습니다. 생물다양성이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개념일까. 생물다양성이란 이 아름다운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각기 그 존귀한 생명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고, 그 권리는 어느 누구도 침해하고 훼손할 수 없는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생명사랑의 생각에 바탕하고 있는 개념입니다. 그 생각은 또한 하늘과 땅, 바다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이 각기 살고 있는 곳은 다르지만, 떼려야 뗄 수 없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생각이기도 합니다. 아니, 그 올바른 생각은 무엇보다도 매우 시적인 생각이기도 합니다.

한 송이 꽃은 벌과 나비에 연결되어 있고, 벌과 나비는 과일나무에서 과실이 열리도록 화분을 매개하기 때문에 또다른 식물과 연결되어 있고, 그 식물들이 아득한 옛날에 땅속 깊이 파묻힌 뒤에 분해된 뒤 인간에게 발견된 것이 바로 석유와 석탄일진대, 숲과 인간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곤충은 너구리에게 너구리는 늑대에게 또한 연결되어 있습니다. 참새와 독수리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뿐인가요. 바다의 플랑크톤은 작은 물고기를 먹여 살리고, 작은 물고기는 거대한 고래와 깊은 관계 속에서 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체들과의 연관 속에서 같이 살고 즐거움을 누리는 거대한 생명의 그물 속 ‘형제 공동체’이지요.

그런데 인간의 역사가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 인간의 편리와 욕망을 위한 끝없는 개발과 성장에 대한 과도한 맹신으로 인해 생명과 생명 사이에 상호작용을 하면서 흐로고 있는 거대한 생명의 그물코가 갈갈이 찢겨지고 만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세기에는 인간의 지나친 활동으로 인하여 수많은 생명체들이 멸종해버려, 이 지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다른 생명체들의 멸종이나 감소는 곧 인간 자신의 행복한 삶에도 재앙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 깊이 알고 계셨기에 스스로 생물다양성을 지키려는 환경단체를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묻습니다. “너희 인간은 생물다양성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관계를 훼손하기만 했는데, 생물다양성을 위해서는 무슨 일을 했는가?”라고요.

숲이 사라진 세상, 꽃이 피지 않는 봄, 새소리와 매미소리가 들리지 않는 여름, 바닷가의 짭조름한 냄새가 사라진 죽음의 바다 앞에서 인간은 과연 아름다운 음악과 시를 창조하고 즐길 수 있을까? 음악과 시가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 인간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은커녕 인간의 삶 자체도 불가능하다고 할아버지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생물다양성이란 곧 ‘생명’이라고 간명하게 말합니다. 우리는 할아버지의 생각에서 생물다양성이란 곧 생명’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아름답고 진지한 책은 ‘생명의 책’이면서 또한 ‘사랑의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는 한 과학자로서뿐만 아니라 근심과 사랑이 깊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생명에 관한 이야기들이 ‘필요하고 적절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풍성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프랑스 사람인지라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많지만,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곁에 지금도 남아 있는 동물들, 사라져버린 동물애 대한 관심도 저절로 깊어지게 됩니다. 생태계는 프랑스나 한국이나 서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단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이 책에는 지구온난화나 오존층 파괴에 대한 이야기,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름유출 등의 심각한 일들, 전기를 펑펑 쓰기 위해서 자꾸만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이야기, 쓸데없이 밤을 밝히는 빛공해 등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습니다. 모두 인간의 넘치는 욕망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지요. 물론 이런 심각한 일들은 청소년 여러분이 만든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어른들의 반성문’으로 읽어도 괜찮을 듯합니다. 이 진지한 반성문에 할아버지가 손수 정성껏 그린 소박한 그림들은 즐거움과 함께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 책의 그림들 때문에 우리는 마치 할아버지가 먼 다른 나라의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가까이에서 나직나직 말씀하시는 이웃집 할아버지로 착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곳이 아니면 우리가 살 수 없는 유일한 행성인 이 ‘푸른 별 지구’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은 심해처럼 깊습니다. 망원경을 한 손에 든 할아버지가 시인처럼 말합니다.
“푸른 별 지구, 어둠이 내리면 벽돌공이 하루 종일 쌓아올린 벽을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곳”
“푸른 별 지구, 봄이 되면 따스한 햇살이 어두운 숲속에 아름다운 꽃을 피어나게 하는 곳”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동물과 지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뿐 아니라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 삶의 조건들에 대해 ‘깊고 큰 생각’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깊고 큰 생각들은 어디에 소용이 될까? 그런 생각을 지녔을 때, 비로소 우리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 이 지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인간종이 한 일들과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소상하게 느끼고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더 큰 재앙과 파국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간절한 소망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은 다른 생명에 대한 사랑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일 것입니다.

이 책을 만난 청소년 여러분, 이 책은 좋은 책입니다. 한번 읽은 뒤에 거듭 읽으면 얻는 게 더 확실해져서 주변의 생명들과 우리의 터전인 지구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지리라 믿습니다.


                           최성각 (작가/환경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