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눈 코끼리

 

강정연 글 /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7쪽 / 9,000원 / 2010년.



동물도 사람만큼 자유를 사랑합니다

저는 이 흥미진진한 동화책을 보고 난 뒤, 저도 모르게 한 편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아마도 이 동화책의 주인공인 초록 눈 코끼리 범벅이가 동물원에 살고 있었고, 조련사가 등장하고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범벅이 때문에 떠오른 영화는 돌고래에 관한 영화로서, 제목은 <더 코브(The Cove)-슬픈 돌고래의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그 다큐멘터리는 2009년에 세상에 발표되어 수많은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큰 상을 받으면서 세상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오래도록 기립박수를 치곤 했다고 합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감독은 리차드 오배리라는 사람이었는데, 1960년대부터 활약하던 유명한 돌고래 조련사였습니다. 그가 돌고래 쇼를 진행하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까지 환호성을 지르면서 감탄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조련사 리차드는 돌고래가 사람들의 환호와 탄성, 그리고 거듭되는 고된 훈련을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돌고래는 죽을 만큼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지요. “이상한 취미를 갖고 있는 당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우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에 신경이 예민하고 귀가 약한 우리는 머리가 쪼개질 것처럼 아파요.” 어느 날 쇼가 끝난 뒤, 돌고래 한 마리가 조련사에게 고백했습니다.
물론 그것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목소리였습니다. 돌고래의 고통을 알게 된 조련사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직업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곧바로 돌고래를 큰 바다에 풀어 주었습니다. 그러고는 조련사로서 얻은 부와 명예를 가볍게 버리고, 새끼 돌고래가 자유롭게 살아야 할 바다에서 더 이상 인간의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잡혀 오지 않도록 다양한 운동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그의 나머지 생애는 오로지 돌고래 보호를 위해 가득 채웁니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입니다. 영화는 매년 일본의 한 해안을 지나가는 수천 마리 돌고래를 돌고래가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이용해 해안 가까이의 함정에 몰아넣은 뒤, 어른 돌고래는 무자비하게 작살이나 몽둥이로 때려잡고, 값이 나가는 새끼 돌고래만 돌고래 쇼단에 팔아먹기 위해 생포하는, 한 마을에 잠입해 그 살육의 현장을 찍은 것입니다.

우리 작가에 의해 쓰여진 이 동화책에는 다행히 피비린내가 나지 않아 좋습니다.
열세 살 난 코끼리 ‘범벅이’는 백 년에 한 번씩 태어난다는 초록색 눈을 가졌습니다. 범벅이는 할머니 코끼리로부터 초록 눈을 가진 코끼리는 아프리카 초원의 ‘길잡이 코끼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살 곳은 동물원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이라는 계시를 받은 범벅이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아프리카 초원을 향해 탈출을 결심합니다.
그때 조련사가 꿈인 열세 살 소년 환희를 만나게 되자, 범벅이는 자신이 왜 동물원을 탈출해서 아프리카에 가야 하는지를 설명합니다. 환희는 조련사의 꿈을 접고 범벅이의 사명에 대한 깊은 동감을 하게 됩니가. 그런 뒤에는 적극적으로 범벅이의 탈출 작전을 돕습니다. 대한민국 희망시의 한 동물원에서 머나먼 아프리카 초원까지 탈출하는 이 작전은 참으로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환희의 도움과 언론 보도를 잘 활용해 마침내 범벅이는 소방차의 호위를 받으며 공항까지 힘차게 달려갑니다. 아기 코끼리 범벅이가 힘차게 공항으로 달려가고, 온 나라의 뉴스가 이 진기하고 감동적인 광경에 집중될 때, 동화책을 읽는 독자들도 덩달아 아주 통쾌한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과연 범벅이가 무사히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불안감과 함께 “그러나 잘 될거야”, 하는 낙관이 감정이 교차합니다.
우리는 이 활기 넘치는 동화책을 통해 울타리에 갇혀 있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아무리 편안해 보여도, 그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야생(고향)의 삶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가 표현한 동화의 내용은 씩씩하고 활기차고, 그림은 보면 볼수록 아름답습니다. 이 동화책으로 인해 동물원의 동물들을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게 되고, 우리 곁에서 같이 살고 있는 동물들에 대한 애정이 지금보다 깊어진다면 우리는 참으로 큰 소득을 얻은 셈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동물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때, 우리 인간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명체에 대한 애정의 감수성을 지닌 사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빛날 것입니다.


                           최성각(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