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똥을 먹는 사람

박그림 글, 사진 / 명상 / 240쪽 / 8,500원 / 2000



아무도 산양똥이나 모으고, 산양의 체온이나 느끼는 그에게 잘 했다고, 보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상 없는, 외로운 일이 이제 그의 직업이 되어버렸다.
허물어지는 설악, 망가지고 능욕 당하는 설악을 그냥 볼 수 없어서 마침내 그는 지난 수년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찍어두었던, 때로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담아두었던 수백 장의 슬라이드 필름을 챙겨 도시로 내려왔다. 그리고 자전거 한 대에 몸을 싣고, 이 나라 사람들이 모여주기만 하면 어디서든 필름에 빛을 쏴서, 그 속에 무엇이 담겼는가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길을 떠날 참이다. '설악산'에서 일어난 일이 '설악산'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를 잠시 하산하게 한 것은 더 늦기 전에 '우리들'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감 때문이었다. 이 땅의 산하가 내고 있는 신음 소리 때문이었다.

                           최성각(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