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추장 연설문

W.C. 밴더워스, 김문호 옮김 / 그물코 / 414쪽 / 15,000원 / 2004.



형제자매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도끼를 들었지만, 숲을 허물고 땅에 금을 그어 '인위적 국가'를 만들지는 않았던 사람들. 나무를 '서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들. 어린이와 노인을 공경했고 유머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 손님을 신처럼 여겼던 사람들. 어떤 경우라도 위엄을 잃지 않고 당당했던 사람들. 필요 이상의 연어와 들소를 사냥하지 않았던 사람들. 땅을 사고 파는 일에 깊은 우려를 표했던 사람들. 사람이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이다. 그래서 인디언의 멸족을 우리는 인류의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건국사는 곧 인디언들의 멸망사다. '대륙이 발견되었다'는 말은 '대륙이 정복되었다'는 말로 고쳐 발음되어야 한다. 인디언들을 멸족시킨 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세계의 미래는 오늘도 불길하기 짝이 없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백인들의 무력 앞에서도 의연하고 당당했던 예지에 찬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은 이 세계가 인간다운 위엄이 손상되지 않고 평화롭게 존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을 여전히 깊은 감동으로 고양시킨다.

이 책은 추장들의 연설문을 출처 없이 잔뜩 모아 놓고 자신의 '저서'라고 우기는, 이미 발행되어 널리 유통된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집과는 애시당초 격이 다르다. 이 책이 어떤 추장이 언제 어디에서 왜 그런 연설을 했는지를 상세하게 밝히는 것은 인디언에 대한 존중심 때문일 것이다.

최성각(작가·풀꽃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