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9월의 책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최성각 / 동녘 / 475쪽 / 15,000원 / 2010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는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최성각의 서평집이다. 그러나 여느 서평집과 확연히 다르다. 단순히 책 속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살아온 삶, 책을 읽으며 버틴 시대의 아픔을 오롯이 보여준다.
1부에는 쓸쓸한 젊은 날을 견디며 읽었던 책들이, 2부에는 이 시대를 돌아보며 비판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주는 책들이, 3부에는 환경운동을 하며 만났던 책들이 담겨 있다. 또한 부록의 ‘우리 시대 환경책 목록’에서는 국내에 출간된 환경서들을 간략한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다.

“대통령이여, 이 나라 산천은 당신 것이 아닙니다.”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최성각의 책읽기, 삶 읽기, 세상 읽기
책에 취해 살아온 세월, 책과 삶이 가르쳐준 것들에 관하여


문학이 더 이상 시대를 아파하지 않는 시대. 작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최성각은 본업인 소설이 아니라 산문과 행동으로 시대를 아파해왔다. 그의 글에는 늘 ‘환경’과 ‘생명’,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녹색평론」의 김종철은 이런 최성각의 글이야말로 바로 ‘문학적인 발언’이라고 말했다. 꼭 소설과 시를 써야 문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인식과 실천 위에 씌어진 글들’이 바로 문학이고, 지금 이 땅에서 가장 필요한 글인 것이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는 그동안 최성각이 써온 서평들을 묶은 것이다. 그러나 소설가 김성동이 말했듯이 최성각의 이 책은 여느 서평집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순한 책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아픔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것이 최성각의 삶과 어우러져 큰 반향을 일으킨다. 그야말로 ‘진활하고 활발발’한 글이며 잘 쓰여진 문학 산문집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삶의 모습이 녹아 있는 사회비평집이기도 하다. ‘서평집’을 표방하고 있지만, 시대의 아픔이 담겨 있는 ‘문학책’이며, 이 시대의 환경, 생명사상이 집약되어 있는 ‘사상서’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최성각의 젊은 시절을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묶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집권하던 시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자취방에 엎드려 흐느껴 울” 수밖에 없었던 무기력한 청춘의 시절에 읽었던 책들이 ‘쓸쓸한 젊은 날, 겨우 책으로 버텼다’란 제목으로 묶여 있다. 대학생 시절, 광산촌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에 읽은 헨리 조지의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 이태준의 『밤길』,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등에 얽힌 이야기는 곧 우리의 암울한 현대사이기도 하다. 그가 스스로를 자책하며 흐느껴 책을 읽었듯이, 그 내용을 읽는 사람들 또한 마음이 울컥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2부 ‘시대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시대를 향한 책읽기다. 책을 읽는 행위는 곧 저항이기도 하고, 시대에 참여하는 한 방편이기도 하다. 최성각은 책을 읽으며, 국가권력, 자본권력, 사회권력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국민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4대강을 개발하겠다는 대통령에게 “이 나라 산천은 당신 것이 아니다”라고 웅변하며,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권력에게도 “범죄 집단”이라고 거침없이 비판한다. 그 화살은 우리에게도 향한다. 늘 부자가 되려고 하고, 편하게 살려고 하는 “황량한 사람의 마음”에게도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준다. 행복은 경제성장과 결코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3부 ‘우리에겐 바로잡을 시간밖에 없다’에는 그의 ‘환경’과 ‘생태’에 관한 책들이 집약되어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성각은 지난 15년여 동안 환경운동, 생명운동을 해왔다. 그러면서 형성된 생각들이 여러 책을 통해 반영되어 있다. 또한 그가 기획한 여러 책(『북태평양의 은빛 영혼 연어를 찾아서』, 『울지 않는 늑대』, 『라다크 소녀 뉴욕에 가다』 등)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스콧 니어링, 웬델 베리,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다카기 진자부로 등 세계적인 생태사상가들에 관한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기후변화, 먹을거리, 빈부격차 등 지금 이 시대가 긴급히 해결해야 할 주제들이 최성각의 시각으로 명쾌하게 제시되어 있다.
부록으로 ‘우리 시대 환경책 목록’을 수록했다. 2002년 최성각의 주도로 처음 시작된 ‘환경책큰잔치’는 국내 유일의 ‘환경책’ 읽기 운동이다(‘환경책’이란 말도 최성각이 처음 썼다). 2002년부터 지난해 2009년까지 모은 ‘우리시대 환경고전 17권’ ‘다음 100년을 살리는 141권의 환경책’ 목록은 그야말로 우리 시대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그 책들을 사람들이 읽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세상은 좋아질 것이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한 작은 노력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환경책 목록을 이 책의 부록으로 수록했다.

‘쓸쓸한 젊은 날, 책으로 겨우 버텼다’
눈물을 흘리며 보았던 청춘의 책


20대 중후반, 그는 광산촌의 교사였다. ‘80년 사북사태’가 그의 옆 동네에서 벌어졌고, 멀리 남녘에서 학살극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다만 ‘슬픔’을 마음에 간직하고 책을 읽을 뿐이었다. 그는 그렇게 책을 읽으며 세월을 버텨나갔다. 책은 암울한 시절을 버티게 해준 ‘담요’이자 더 나은 미래를 보게 해주는 ‘몽둥이’이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 대천덕 신부에게 받은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을 30년에 걸쳐 읽은 이야기, 금서였던 이태준의 소설을 읽고 가슴이 먹먹했던 추억, 대학 시절 함석헌의 ‘노자강독’을 들으러 갔다가 함석헌 옹에게서 받은 충고,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주오』를 읽으며 자취방에서 흐느껴 울었던 기억, 피터 드러커의 『방관자의 시대』를 통해 칼 폴라니의 ‘인간의 도리’를 알게 된 이야기 등을 읽으면 이 나라의 암울한 현대사가 눈앞에 펼쳐진다. “나는 왜 이런 잔혼한 나라에 태어났을까” 하고 울면서 소리치는 최성각의 마음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기도 했을 것이다.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주오』는 유신의 절정에서 가위눌린 듯이 살던 내 젊음을 슬픔의 힘으로 적셨다. 그래서 그 책을 만난 그해 겨울, 찬물에 세수를 하다가 한 광부의 아내로부터 일본군 출신의 한 독재자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도래할 시대에 대한 희망으로 양은 세숫대야에 머리를 박고 뜨거운 눈물을 찬물에 섞었던 나는, 이윽고 남녘에서 일어난 대학살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조금도 놀라지 않게 된다.”
또 그 시절에 읽었던 다양한 ‘문고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러고 보니 그때에는 참 문고가 많았다. 저 유명한 삼중당 문고가 있었고, 삼성출판사에서도 한국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붉은 책 표지 속에 넣어 싼 값으로 발행했다. 동화문고가 있었고, 다윈의 『종의 기원』이나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같은 고전들을 많이 펴낸 동서문고도 있었다. 감동에 차서 밑줄 박박 그으며 보았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도 동서문고본으로 처음 접했었다. 문예출판사에서 펴낸 문예문고『대장 몬느』,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도 탐구당 판 문고본이었다. 삼성미술문화재단에서 펴낸 삼성문고는 아마도 피히테의 『독일국민에게 告함』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월든』의 축약본이었던 소로우의『숲속의 生活』은 박영문고로 기억한다.” 오히려 지금 시대보다 더 풍부했던 문고들을 통해 그는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시대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
생명을 파괴하는 대통령과 지식인


그는 묻는다. “대통령은 왜 이리 힘이 셀까?” 그렇게 비판하고, 또 비판해도 대통령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분통을 터뜨린다. “지금 이 국가시스템, 즉 한 사람에게 너무나 막강한 힘을 부여한 작금의 대통령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30%대 지지율로 대권만 움켜잡으면 뭣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작금의 대통령제는 정녕 합당하고, 바람직하고, 흠결 없는, 최선의 제도일까? 숱한 피를 흘리고 맞이한 잘난 ‘근대 이후의 권력구조’가 이 지경으로 작동되는 것은 과연 개선의 여지가 없을까, 쓸개를 씹는 심정으로 묻게 되는 것이다.” 결국, 4대강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막고자 했던 새만금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듯이.
최성각은 만날 대통령을 비난하는 자신도 피곤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그는 오늘도 화를 내고 있다. 대통령만 그를 화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생명 파괴에 사용하는 전문가들도 비판 대상이다. “허튼소리를 밥 먹듯이 일삼고 임기웅변의 대가들인 정치가들보다 나는 위스콘신 대학의 박재광 교수 같은 이에게 더 경악했다. 아아,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무대 뒤의 전문가들 얼굴이 바로 저렇게 생겼구나. 저렇게 온순하고 우아하게 생긴 얼굴에서 저토록 비정하고 오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토해내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4대강 공사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박재광 교수에 대한 코멘트이다.
최성각은 또 성장 일변도의 경제 정책이 결국 토건 국가를 부르는 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런 것이 결국 ‘괴물 삼성’을 만들고,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최성각은 소리친다. 풍요가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고.

‘우리에겐 바로잡을 시간밖에 없다’
우리 시대의 환경책 이야기


1996년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우리 사회에 준 영향력은 무시 못 한다. 당시 최성각도 그 책에 관한 글을 썼다. 최성각은 이렇게 말했다. “라다크 이야기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거기 혼인 풍속이 일처다부라는 점도 아니었고, 거기 승속(僧俗)이 함께 농사일을 한다는 것도 아니었고, 화폐가 불필요한 사회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곳 사람들이 화를 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순진무구함으로서의 아이들과 지혜의 보고로서의 노인들이 당당하게 대접을 받는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이 아무리 조르거나 보채더라도 끊임없이 조용한 태도로 답변을 하는 사람들, 타인에 대한 가장 심한 욕설이 ‘에이 저 화 잘 내는 사람’이라는 대목은 감동의 극치였다. 서두르고 ‘빨리 빨리’가 미덕은 아니지만 능력으로도 간주되는 우리에게 화 잘 내는 사람이 가장 경멸받는 사회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은 놀라움이 아닐 수 없다.”
최성각은 그 뒤 라다크를 비롯해 히말라야와 인도 티베트 등지를 수없이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그는 그 지방 사람들의 숨결과 정신도 이 땅에 많이 전파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책을 여러 권 기획하기도 했다.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는 라다크를 여행하던 도중,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에게 직접 받은 만화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출간한 것이다. 『티베트 말하지 못한 진실』 역시 티베트를 여행하며 사귄 현지 지인 때문에 기획하게 되었다. 이 책은 달라이 라마의 비폭력 노선과는 다른 선택을 했던 무력으로 저항하는 티베트의 전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9년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을 만든 뒤부터는 환경운동과 더불어 ‘환경책’을 널리 알리는 일도 겸했다.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우리 시대 환경책 목록’에도 잘 나와 있지만, 최성각은 ‘환경책’에 아주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 “환경책에는 지금 우리네 살림살이가 최소한이나마 사람답게 지속되기 위한 고민과 우려, 깊은 탄식이 배어 있고,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는 신념과 뜨거운 감성이 있고, 메아리가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우리 문명에 대한 진단이 있고, 좀 드물긴 하지만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의 힘도 보여주고 있고, 자궁의 마음, 땅의 마음,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들 희망의 근거인 다음 세대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해법을 상상력과 감수성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담고 있다.” 이런 마음으로 최성각은 환경책을 널리 알려왔고, 이 책에 그 마음이 아주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우리 시대가 꼭 해결해야 할 긴급한 문제들, 우리 시대가 꼭 알아야 할 환경사상가들, 꼭 읽어야 할 환경책들… 그런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고, 이 세상의 변화를 위해 조그마한 실천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며, 이 책이 주는 교훈이다.

▶추천의 글

이른바 ‘서평’이라는 이름 아래 쓰여지는 글처럼 재미없는 글이 또 있을까. 재미만 없는 게 아니라 숫제 읽을 수가 없는 것이니, 얼추 메마르고 딱딱하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만이 안다는 듯한 이른바 ‘전문지식’으로 빠까드럽게 말하고 있는데, 그나마 깊고 넓은 독서와 사색 끝에 얻어진 ‘제 생각’이 아니라 서구 먹물들 것을 ‘슬갑 도적질’ 해온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성각이 쓴 ‘서평’들은 다르다. 진활하고 활발발하다. 오염되지 않은 저 60년대 이전 강물 속을 헤엄치던 물고기처럼 그 생각과 문장이 참되게 살아 있다는 말이다. 잘 쓰여진 문학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더럽고 냄새나는 산업문명에 오염된 하늘 밑의 벌레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될 한 바가지 석간수 같은 글들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막막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하늘 밑의 벌레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치명적인 독주와도 같은 이 책을 읽는 이는 어지러워서 시원한 냉수를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냉장고 속에 넣어둔 얼음물 또한 오염된 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부르르 몸을 떨게 될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몇 편은 안 읽는 것이 좋겠다. 너무나도 무섭고 끔찍하며 그리고 슬픈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생명운동가 최성각이 쓴 이 책은 어떤 공포소설보다도 무서운 책이다. ‘환경운동을 하는 글쟁이’라고 스스로 낮추고 있지만 최성각은 사상가이다. 이 기절초풍하고 혼비백산하는 정신의 대공황시대에 한 점 등불 든 생명사상가인 것이다. (소설가 김성동)

▶책 속으로
“20대 중반, 나는 광산촌의 교사였다. 학살을 알게 된 이후, 무슨 일을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남쪽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 학살극에서 내 역할은 다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 슬픔은 나를 자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비참한 슬픔’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17쪽)

“나는 골목에 똥이 그득한 광산촌 사택촌 끝자락의 한 자취방에 엎드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차례 흐느껴 울었다. 그래서 세로조판의 '청년사'판 내 첫 『나를 운디드 니에 묻어주오』에는 지금도 내 눈물자국이 배어 있다. 그것은 디 브라운도 말하듯, 그 책이 '기분 좋은 책'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일차적으로는 백인의 야비한 잔혹성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우리 현실 때문이었다.”(82쪽)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더 풍요로워졌는가? 그렇다고 치자. 그래서 우리가 과연 더 행복해졌는가? 풍요는 어디에 소용되는 가치인가? 풍요는 단지 풍요를 위한 것인가,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풍요가 만약 인간의 복된 삶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조국 근대화가 얼추 완수된 이 시점이라면 풍요로 인해 우리는 바랄 데 없이 행복해져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과연 우리는 오늘 행복한가?”(155쪽)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요순시절부터 쉽지 않은 일, 이명박 정부가 2년 안에 서둘러 꼭 수행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더 음흉한 독선은 따로 없다. 정말 그대들이 살리려고 하는 게 국토인가, 그대들의 한탕 돈벌이인가, 국민들은 이미 모두 알고 느끼고 있다. 다시금, 간곡하게 드리는 말씀인데, 그 느낌을 힘으로 묵살해 얻을 이득이 결코 크지 않을 것이다.”(170쪽)

“우리는 일찍이 보기로 한 것, 보기로 되어 있는 것, 그리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면서 살고 있다. 세상은 열려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보고 싶은 것,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감옥 속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누가 닫혀 있는가? 인간의 야만에 침묵으로 대응하면서 죽어가고 있는 동물들이 닫혀 있는 존재일까? 기계처럼 자폐적인 사고방식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갑갑한 우리 인간들이 닫혀 있을까?”(295쪽)

“전 지구적 환경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다. 이보다 무섭고 끔찍한 일은 다시없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국경도, 이데올로기도, 부자나라나 가난한 나라도 차별하지 않고 불가항력적으로 인류에게 닥칠 재앙이기 때문이다. 어디 인류뿐일까? 이 행성에 살고 있는 1000~3000만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차별 없이 닥칠 재앙이기 때문이다.”(338쪽)

저자 최성각
1955년 강릉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창과 및 같은 대학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강원일보」(1976), 「동아일보」(1986) 등의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1999년 지인과 함께 환경단체 ‘풀꽃세상’을 만들었다. 책을 좋아해 책에 관한 글도 많이 썼으며,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환경책큰잔치’를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다.
『부용산』(솔), 『택시 드라이버』(세계사), 『거위 맞다와 무답이』(실천문학사) 등의 소설집과 생태에세이집 『달려라 냇물아』(녹생평론사), 『날아라 새들아』(산책자)를 펴냈다. 제2회 교보환경문화상(1999), 제2회 가천환경문학상(2008)을 받았다. 「녹색평론」 편집자문위원이며, 「프레시안」 서평위원이다. 2003년 이후, 강원도 산골짜기에 ‘풀꽃평화연구소’를 개설해 거위를 키우며 어설픈 시골 생활을 하고 있다.

* 동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