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책

녹색 성장의 유혹

스탠 콕스, 추선영 옮김 / 난장이 / 351쪽 / 13,000원 / 2009.




모두가 행복한 지구가 될 것인가,
소수만 행복하고 다수에게는 지옥 같은 지구가 될 것인가


오늘날 전세계를 배회하고 있는 유령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친환경, 생태친화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녹색’이란 은유적 색깔일 것이다. 바야흐로 녹색의 시대인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의 전유물인줄로만 알았던 이 색깔은 몇몇 눈치 빠른 기업들에 의해 마케팅의 수법으로 차용되기 시작하더니, 이를 참칭하는 휘황찬란한 말들의 잔치에 의해 이제 그 가치는 바닥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일종의 ‘녹색인플레이션’인 셈이다. 세상은 온통 녹색 풍경으로 가득 차 있지만 당의(糖衣)에 불과한 그 ‘녹색’은 누구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 책은 현재 한국이 처해 있고 또 (최악의 경우) 앞으로 겪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즉 ‘녹색뉴딜’이라는 기형적 단어가 난무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녹색성장의 유혹』은 바로 이러한 녹색 당의에 은폐된 우리들의 일상과 이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미국의 식물유전학 박사이자 이미 20년 이상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생태문제를 연구해왔던 저자 스탠 콕스는 이 책을 통해 앞으로는 친환경, 생태 등의 기치를 내걸고 뒤로는 지구와 인간을 파멸의 길로 몰아넣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행태를 고발한다. 이 책에서 주요한 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의료와 식품이라는 인간 삶에 필수적인 구성요소들이지만, 그 안에는 병원, 제약, 식품, 농업, 화학, 천연가스, 심지어는 다이어트 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결국 이 책은 무한 성장을 지향하는 자본주의시장이 어떻게 녹색이란 단어를 악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와 기업의 이익을 자유자재로 뒤섞는” 자본주의시장의 자유분방함을 비판하면서, 사람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하는 의료산업과 식품산업이 사람 죽이는 일을 업으로 삼는 군수산업의 행태와 비교 대상이 될 만큼 타락해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기업들은 참으로 다양한데, 월마트, 타이슨푸드, 홀푸드마켓,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노바티스, 엘리릴리앤드컴퍼니, 몬산토 등과 같은 다국적 제약회사와 거대식품기업 등이 세계 전체의 인간과 작물의 건강에 입히는 엄청난 해악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스탠 콕스는 이들에 관한 충격적 진실에 대해 과학자다운 냉정한 자세로 실증적이고 분석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며, 때로는 마치 탐사보도를 하는 기자와 같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남아시아의 식수오염 문제에서부터 천연가스 고갈 및 천연가스 고갈이 전지구적 식량공급에 가하는 위협 같은 다양한 문제를 넘나들면서, 이윤 추구가 언제나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시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것이다. 덕분에 지구와 인간의 삶은 더욱 가난해지고 병들어가게 되는데, 독자들은 더 많은 생산과 더 많은 소비를 통해서만 지탱될 수 있는 풍요로움의 세계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녹색과 자본주의의 기만적 동거

‘회색성장’과 ‘녹색성장’의 거리는 생각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자본주의사회가 ‘성장’을 통해서만 스스로를 지탱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동시에 그 ‘성장’이 점차 인간과 지구의 삶을 지속불가능하게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은 모두 사실이다. 어쨌거나 ‘성장’의 전략 자체가 문제의 원흉인 셈인데,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성장’하자고 주장하기도 쉽지는 않다. 그것을 구출해내기 위해서는 나름의 명분이 필요했는데, 바로 이 난감한 상황을 얼버무리기 위한 ‘녹색’의 언어가 바로 ‘녹색성장’의 전략인 것이다. 대놓고 성장타령을 하거나 우아한 척하며 녹색타령을 하는 바로 그 사람들이 지구를 잿빛으로 만드는 주역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녹색’과 ‘성장’이 자본주의사회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만적인 동거를 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두 가지의 커다란 질문과 답변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의 삶의 배후에 존재하는 체계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며, 다른 하나는 지구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어떠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자본주의사회가 애당초 불신에 기초하여 구성된 사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연하게도 자본주의사회 속에서 그 구성원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할 것이며, 상대방을 속여서라도 이익을 추구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상대를 대책 없이 믿을 수는 없다. 불신을 전제로 한 합리적인 거래규칙의 마련.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인 셈인데, 그것 또한 만만치는 않다. 어쨌거나 그렇게라도 해야만 모두는 안녕을 실제로 보장받을 수 있거나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이라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합리성의 매트릭스’ 속에서 마음속 불편함을 지워내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불안감은 일견 해소된 듯하지만 이런 식의 불안의 해소는 일종의 판타지에 불과하다. 현실은 여전히 위험하며 그 정도는 더 커져만 간다.

이 책은 주로 미국과 인도의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설마 이를 두고 남의 일이라고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있는 땅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탠 콕스는 지금 당장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보다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해 우리들의 실천을 촉구하는 저자의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미래세대에게 죄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모든 이들에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 저자 소개

현재 캔자스 주 살리나에 있는 토지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이다. 1983년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인도 현지에서 수행한 식물유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캔자스주 맨해튼의 미국 농무부에서 13년간 근무하면서 작물재배와 유전학에 관련된 80여 종의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해충에 저항력을 가진 22종의 밀 종자를 개발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 인도에 살면서 하이데라바드 농촌지역건강연구소에서 농촌 지역에서 발생하는 자궁경부암 연구를 수행했고 2000년 토지연구소에 합류했다. 토지연구소에서는 미래의 농업을 위한 여러해살이 작물 연구팀의 일원으로 일한다. 예술가인 아내 프리티 굴라티 콕스Priti Gulati Cox와 함께 살리나에 거주하며 연구를 위해 정기적으로 인도에 다녀온다.

* 인터넷 교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