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책

보통사람들을 위한 21세기 지구생활 지침서
You can change the world

에르빈 라즐로, 변경옥譯 / 유토피아 / 228쪽 / 9,800원 / 2005

대통령도, CEO도 아닌 내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노벨평화상 수상자 6인을 포함하여 전세계의 유수한 과학자, 작가, 음악가, 영화감독, 배우, 정치가 등 세계적인 오피니언리더들로 구성된 부다페스트클럽이 내놓는 ‘지구시민을 위한 생활지침서’인 이 책은 전쟁과 테러에서부터 생태계파괴와 지구온난화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인류공동체가 직면해 있는 근본적 위협들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저명한 과학자이자 미래학자로서 부다페스트클럽의 설립자이자 현 회장이기도 한 에르빈 라즐로 교수는, 파멸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구공동체에 즉각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중요하고 간단명료한 사항들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지구가 처해 있는 위협들의 근본 원인을 하나하나 해명하고, 조만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상태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를 이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인식을 촉구하면서, 우리 각자가 ‘죽어가는’ 지구와 위기에 처한 인류공동체를 부활시키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혹은 영향력 있는 기업의 대표도 아닌 내가 어떻게 지구의 미래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겠느냐’며 자조하곤 한다. 그러나 변화를 일으키는 데에 반드시 정치가나 기업의 대표라는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구를 치유할 수 있는 변화는 다름아닌 보통사람들, 바로 우리 자신에게서 시작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You Can Change the World》는 일반 대중이 주도하는 ‘영적인 혁명’, 다시 말해 각 개인으로부터 시작되는 의식혁명이야말로 지구를 살리는 출발점이자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갈파한다. 일본의 영적 지도자인 사이온지 마사미와 《연금술사》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는, 각 개인들이 오로지 의식이라는 도구만을 이용해서 지구 차원의 거대한 변혁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서문에서 지적하고 있듯, “이런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다.”
이 책은 정부와 대기업이 이 세계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몸소 무언가를 실천하고자 하는 시민들을 위한 실용적인 안내서이자 정치적 행동지침서이다. 또한 현실세계를 변혁하는 정신의 힘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영적 가이드북이며, 궁극적으로는 지구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시의적절한 통찰과 시대를 초월한 지혜가 농축되어 있는 이 책은 우리에게 지속가능하고 온전한 세계로 되돌아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주요 내용 발췌>

책임감 있는 삶을 위한 십계명1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되, 다른 이들의 욕구에 피해를 주지 말라 2 다른 사람들의 삶과 성장의 권리를 존중하며 살라 3 지구상에서 살고 자라는 모든 생명체의 삶과 건강의 권리를 보호하라 4 행복과 자유와 개인적 성취를 추구하되, 다른 사람들 또한 자신과 유사한 추구를 하고 있음을 고려하라 5 자신보다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이 배고픔과 가난에 시달리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도우라 6 환경의 본래 모습을 보존하거나 복구하라 7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우라 8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들을 평화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대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라 9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을 후원하라 10 삶에 영향을 미치는 동향과 사건들에 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중매체를 활용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라

책임감 있는 생활양식을 위한 다섯 가지 계명1 제품을 선택할 때에는, 많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사용하는 일회용 제품 대신, 오래 쓸 수 있고 지역에서 생산되며 최소한의 에너지와 자재로 제 기능을 하는 기능성 제품을 선택하라 2 일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에는, 최단 기간 안에 최대의 돈을 모으고자 애쓰는 대신, 공동체와 나라에 유익하고 인간과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활동에 시간과 재능을 바치라 3 집을 꾸밀 제품을 선택할 때에는, 경제적 능력을 이웃들에게 과시할 제품을 찾는 대신, 오래 쓸 수 있고 집을 따뜻하게 하고 집안에 사교적인 분위기가 감돌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천연 재료로 된 제품을 선택하라 4 옷을 고를 때에는, 몸에 좋지 않은 합성섬유 제품을 피하고, 과시적인 목적으로 유명 상표의 제품을 찾는 대신, 자신의 개성과 자신이 속한 문화와 공동체의 가치를 표현하고자 노력하라 5 식품을 결정할 때에는, 몸에 좋지 않고 부주의하게 생산된 정크푸드(칼로리는 높으나 영양가는 낮은 인스턴트 식품)를 선택하는 대신, 몸에 좋은 영양분을 제공하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 그리고 가능하다면 지역 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선택하라. 그리고 명심하라. 미국인들이 육류 섭취량을 단 10%만 줄여도 그를 통해 절약된 토지와 물과 에너지를 이용해 1억 명이 살아갈 수 있다. (1파운드의 밀을 생산하는 데 25갤런의 물이 드는 반면, 1파운드의 고기를 생산하는 데에는 5,214갤런의 물과 16파운드의 곡물과 콩이 소요된다!)

20세기의 치명적인 믿음 다섯 가지1 신석기시대적 환상: 자연이 무한하고 무진장하다는 환상. 이런 환상은 지구를, 인류에게 필수적인 것들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태로 만들 수 있다 2 사회다윈주의: 자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도 무한경쟁이 삶의 법칙이라는 순진한 사고. 이런 사고는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방치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3 시장근본주의: 시장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라는 믿음. 이런 믿음은 지구 자원의 과도한 개발을 초래하고 빈부격차를 확대한다 4 소비주의: 인간의 가치가 소비와 물질적 재화의 소유에 비례한다는 믿음. 건전하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믿음이다 5 군국주의: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이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평화와 안정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사람들을 눈멀고 이 없는 사람으로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새로운 믿음 여덟 가지1 만인을 상대로 벌이는 개인의 투쟁은 승자와 패자에게 모두 위협이 된다 2 우리는 모두 지구 공동체에 속해 있다 3 시장근본주의와 군사력을 결합하는 것은 위험하다 4 여성의 동등한 기여가 사회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5 비물질적인 가치와 더 단순한 생활양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책임감 있는 행동이며 더 합리적인 일이다 6 새로움 자체를 위한 신개발품은 결국 낭비적이고 불필요한 제품이 되고 만다 7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며 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8 세계는 지금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시민으로서 기업경영자들에게 촉구해야 하는 여섯 가지 사항1안정성과 내구성, 사회적 영향, 환경에 대한 유독성, 재사용 가능성, 재활용 가능성을 포함해 그 기업의 제품들을 사용할 때 장기적으로 누릴 수 있는 이점과 장기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들을 대중에게 정확하고 정직하게 설명하라 2 기업의 장ㆍ단기 목표를 세울 때 직원들과 협의하라 3 공해와 환경피해를 줄이고 제품의 생산과 공급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라 4 윤리적인 기업들을 사업파트너와 제휴업체로 선택하고, 직원과 고객과 공동체를 상대로 불공정한 행위를 하거나 환경을 훼손하는 기업들과의 거래를 거부하라 5 직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들의 욕구를 이해하며, 그들의 개인적 성장에 기여하는 등, 직원들의 삶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라 6 직원들이 얼마간 시간을 내어 사회사업이나 지역 환경의 개선에 힘쓰도록 장려하는 등, 그 기업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공동체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라

시민으로서 정부에 요구해야 하는 여섯 가지 사항1 사회의 다양한 문화와 하위문화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활양식·소비패턴·가치·기대의 변화를 고려하라 2 공공서비스, 특히 에너지와 교통 및 통신 부문에서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을 채택하라 3 도시에서 더 건강하고 더 자연적으로 살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설계하고 이행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하라 4 공중보건에 최신의 보완적 치료법을 도입하라 5 생태학적 균형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보호구역을 훼손하거나 줄이지 않으면서 자연환경을 즐길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국민에게 제공하라 6 공정성을 중시하는 다른 나라의 정부들과 관계를 맺고, 이용가능한 단체와 루트를 최대한 활용해 평화롭고 상호이익이 되는 정부간 협력체계를 구축하라

시민으로서 선출직 의원들에게 요구해야 하는‘평화와 지속가능성 서약’ “나는 나의 재임기간 내내 평화를 향한 구체적인 진전과 사회적ㆍ경제적ㆍ생태학적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과, 현재의 법령과 상정된 법안 전체를, 지역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평화와 지속가능성을 촉진할 것인지 여부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할 것과, 나 자신과 유권자들에게 지역구뿐 아니라 국가와 전세계의 평화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문제들에 관해 정보를 제공할 것을 서약한다.”

에르빈 라즐로Ervin Laszlo는 부다페스트클럽의 설립자 겸 회장이고, 일반진화연구단의 설립자 겸 단장이다. 또한 파리이종異種학문대학 행정가이자, ‘세계예술및과학아카데미’ 특별회원, 국제과학철학아카데미 회원, 국제메디치아카데미 이사, 국제적 정기간행물인 《세계의 미래: 일반진화 저널》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20여개국어로 번역 출간된 45권의 저서를 단독 또는 공동으로 집필했고, 이 외에도 총 4권으로 구성된 백과사전을 포함해 29권을 편집 발행했다. 시스템철학과 일반진화론 분야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는 저자는 요즘 양자와 우주와 생명과 의식을 동시에 다루는 통합과학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저자는 과학 분야뿐 아니라 미래와 경영 분야에서도 연구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소르본느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과 캐나다, 핀란드, 헝가리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일본의 고이평화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수상했다. 미국과 유럽, 극동아시아의 여러 대학에서 철학, 시스템과학, 미래학의 교수를 역임한 저자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고 있고, 2003년과 2004년 동안은 독일 스투트가르트대학에서 방문교수직을 맡았다. 현재는 투스카니 지역의 400년 된 농가를 개조한 자택에서 핀란드 출신 부인 카리타와 함께 살고 있다. 아들 크리스토퍼와 알렉산더는 미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며 아버지의 뜻을 잇고 있다. 크리스토퍼는 지속가능성 및 윤리경영 상담 분야에서 일하고 있고, 알렉산더는 학계에서 부인 캐시아와 함께 진화론과 진화공동체 상담을 결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유토피아 제공.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송병선 역 / 민음사 / 8,100원 / 2005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신작소설. 90세 노인과 14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출간 전부터 해적판이 나돌 정도로 굉장한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돈을 주지 않고 관계를 맺은 적이라곤 단 한 번도 없던 노인이 한 소녀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특유의 환상적 기법으로 묘사하였다.

'서글픈 언덕'이라고 불리는 소설 속 주인공은 신문에 정치 칼럼을 쓰며, 독신으로 살아왔다. 평생 창녀들과 더불어 지낸 90세의 노인은 포주의 소개로 만난 14세의 소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잠들어 있는 소녀를 보며 사랑을 느낀 그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자신이 늙음과 목전의 죽음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그의 정치 칼럼은 연애 편지가 되었고 모든 면에서 고집센 노인의 생활은 변화를 맞이 한다. 그는 곧 죽음이 다가올 것을 알지만 불안과 공포가 아니라 생에 충실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환상 속에서 더 현실처럼 만들어 간다.

작가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통해서 늙음과 소외,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모멸과 치욕 속에서도 마지막 남은 단 하루조차도 '살아있음'을 감사해하고, 그런 삶 자체를 예찬하고 있다. 노작가가 일깨우는 생의 기쁨과 환희가 놀라운 작품이다.

저자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1927년 콜롬비아의 카리브해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 아라카타카에서 12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보고타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그만둔 후 1960년대 중반까지 콜롬비아, 프랑스, 베네수엘라, 미국, 멕시코 등지에서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1967년에 출간된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낙엽』『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콜레라 시대의 사랑』등을 통해 때로는 저항적이고 때로는 풍자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그의 독특한 문학적 상상력은 현대문학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1982년에 『백년동안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탔으며, 최근에는 자서전 집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역자 : 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콜롬비아의 카로이 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전임 교수로 재직하였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보르헤스의 미로에 빠지기』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붐』,『거미여인의 키스』『꿈을 빌려드립니다』『탱고』『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콜레라 시대의 사랑』 등이 있다.

■ 출판사 리뷰

“나의 소녀여, 우리는 이 세상에 단둘이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신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 발표되었다. 1994년 『사랑과 다른 악마들』을 발표한 뒤로 십 년 만이다. 2004년, 77세에 이른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90세 노인과 14세 소녀의 사랑을 다룬 충격적인 신작을 출간한다는 소식이 퍼지자, 라틴 아메리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은 흥분과 기대로 가득 찼다. 출간 전부터 각종 리뷰와 인터뷰가 이어졌고, 출판사 측에서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지만, 공식 배포 1주일 전에 교정본을 복사한 해적판이 나돌 정도였다고 한다. 스페인 및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출간과 동시에 『다빈치 코드』를 제치고 단번에 1위로 뛰어올랐으며,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1~3위를 오가고 있다. 2004년 라틴 아메리카 문학계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대가의 작품이란 독자들에게 생의 고뇌와 불안만을 일깨우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환희 또한 선사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다.
1982년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리얼리티’와 원시 토착 신화의 마술 같은 ‘상상력’을 결합하여 새로운 소설 미학을 일구어냈고, 그에게는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라는 칭호가 주어졌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며 그 스스로 전혀 새롭고 경이적인 세계를 창조해 가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들은 한편으로 대단히 사실적이며 작가의 실제 경험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별적 구체성이나 개연성을 뛰어넘는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매혹시켜 왔다. 그리고 이러한 가르시아 마르케스만의 독창적인 서사 기법은 신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른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작품 속에서 90세의 노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서글픈 언덕’이라는 별명 외에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노인은 평생 동안 독신으로 살면서《라 파스 신문》의 기자로 칼럼을 써왔으며, 스페인어와 라틴어 교사로 일한 적이 있을 뿐,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는 열두 살 때 처음으로 사창가 최고의 창녀 카스토리나로부터 사랑하는 법을 배운 뒤로는 잠자리를 같이한 여자에게 늘 돈을 주었다. 딱 한 번, 파괴적일 만큼 강력한 성적 매력으로 가득한 여인 히메나 오르티스와 결혼할 뻔했지만, 오직 밤의 여인들만이 줄 수 있는 자유와 너그러움을 포기할 수 없어 끝내 결혼식 날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 후로는 내내 창녀들과 더불어 지낸 인물이다.
이러한 배경과 인물 설정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실제 경험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있다. 한때 법학도였고, 젊은 시절 자유파 신문 《엘 에스펙타도르》지의 기자로 활동하며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정치 칼럼을 썼던 그는 1950~60년대에는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 ‘동굴 그룹’ 화가들과 어울리며 예술가들과 저널리스트들, 그리고 창녀들과 더불어 살았다. 소설 속에는 이 ‘동굴 그룹’ 화가들의 실명과 다양한 실존 인물들이 언급되고 있어서 소설인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실화인지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현실과 몽상의 경계 위에서 작렬하는 불꽃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20년 전에 이미 이 소설의 구상을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 그는 역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잠자는 미녀의 집』을 읽고 매우 감명을 받아 “이것이 바로 내가 쓰고 싶은 바로 그 소설이다.”라고까지 말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속에서도 노인과 소녀의 성과 사랑이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일화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82년 파리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잠자고 있던 아름다운 여인을 7시간 동안 지켜보다가 소설적 착상을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과 그의 독서 경험은 소설 속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만의 독특한 환상적 기법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소설의 여주인공인 14세 소녀는 단추 공장에서 하루 종일 200개의 단추를 달고 어린 동생들과 류머티즘에 걸린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난한 하층민 노동자다. 한때 네그라 에우페미아의 유서 깊은 사창가에서 최고의 포주로 명성을 떨쳤던 로사 카바르카스는 자기네 잡화 가게에 들른 소녀들 중에 쓸만한 여자애들을 골라 기초적인 교육을 시켜 창녀로 만드는 인물이다. 바로 그 로사 카바르카스가 옛 단골을 위해 고른 인물이 바로 이 14세의 어린 소녀다. 그런데 난생처음 남자를 맞게되어 겁을 집어먹은 소녀를 위해 로사 카바르카스는 진정제를 만들어 마시게 했고, 그래서 노인이 방에 들어갔을 때 소녀는 깊어 잠들어 있다.

“소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낳았을 때의 모습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 …… 나는 모든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침대 모서리에 앉아 그녀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열대 지방 출신임을 드러내듯이 피부는 까무잡잡하고 따스했다. 그녀는 깨끗하게 씻기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음부에 돋아나기 시작한 털도 예외는 아니었다. 막 솟아오르기 시작한 가슴은 아직 사내아이의 것처럼 밋밋했지만, 터지기 일보 직전의 은밀한 힘이 숨겨져 있는 듯했다.” (본문 38~39쪽)

잠든 소녀를 바라보던 노인은 욕실로 들어가 용무를 보고, 그때 거울 속의 늙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절망한다. 소녀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져보지만, 결국 “모욕을 당한 듯 슬퍼 보이고, 흑도미처럼 차가운 그녀를 깨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하며 소녀 곁에서 그냥 잠든다.
이튿날 로사 카바르카스는 전화를 걸어서는 잠든 소녀를 건드리지도 않고 그냥 나온 노인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화를 낸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회를 줄 테니 이번에는 반드시 일을 치르라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역시 노인은 잠든 소녀를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땀을 닦아줄 뿐이다. 그러는 사이 노인은 잠든 소녀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고, 그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자신의 늙음과 목전의 죽음도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성당의 종소리가 7시를 알렸을 때, 장밋빛 하늘에는 아주 밝은 별 하나만이 떠 있었다. 배는 처량한 작별의 고동을 울렸다. 그러자 나는 내 사랑이 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모든 사랑들로 목이 메었다.” (본문 73쪽)

하지만 노인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소녀를 사랑하는 일에만 온전히 남은 생의 시간 모두를 바치리라 결심한다. 그래서 “돌과 화염병으로 무장한 학생 시위대에 끼어서 ‘나는 사랑에 미쳤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앞장서지 않기 위해”(본문89쪽) 사력을 다한다. 소녀를 만나기 전의 노인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늘 새로워질 것을 요구하는 신문사나 구태의연한 과거를 청산하자는 젊은 세대들의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늘 자신의 원칙을 고수해 온 고집쟁이였다. 언제나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늘 정해진 순서대로 옷을 입고, 동물과 아이들은 ‘영혼이 없는 존재들’이라서 싫어하고, 결벽증이 있으며, 클래식 음악만을 듣고, 고전 문학만을 읽었다. 글을 쓸 때도 자신만의 표기법을 고집하며, 절대로 타자기를 사용하지 않고 늘 잉크와 펜을 사용해 손으로 써왔다.
그러나 소녀를 사랑하게 된 뒤로 그의 신문 칼럼은 더 이상 정치적인 비판 칼럼이 아닌 연애편지가 되었고, 생활 습관, 음악 취향, 즐겨 읽는 문학 작품 등등 하나에서 열까지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모든 변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동시에 그는 죽음이 곧 닥치리라는 예감에 시달리며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공포에 휩싸이지만, 늙음과 소멸, 사라지는 것에 대해 거부하거나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기보다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오로지 생의 원리에만 충실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환상 속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만들어간다.
“소나기는 지나갔지만, 나는 여전히 집 안에 홀로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이 잊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결코 일어난 적이 없는 일들이 마치 일어났던 것처럼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밤이면 나는 그녀가 너무나도 가까이 와 있다고 느꼈고, 침실에서는 그녀가 내쉬는 숨소리를 들었고, 머리맡에서는 그녀의 맥박이 뛰는 것을 느꼈다.” (본문 80~81쪽)

노인은 소녀와의 사랑이 현실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영원히 자신만의 꿈으로 남기를 바란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 타자에게 엄격하고 흔들림 없는 태도를 유지해 왔던 사회적 명사인 주인공이 끝끝내 감추어 왔던 자신의 또 다른 모습과도 관련이 있다. 지독하게 외롭고, 슬프고, 부끄럽고, 여리디여린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어눌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써왔고, 사창가의 최고 난봉꾼처럼 살아왔지만 정작 진정한 사랑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가졌었다. 그러나 90세에 이르러서야 14세의 소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노인은 슬픔으로 가득하다.

“나는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시적 방종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해 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그녀도 고양이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랑 때문에 죽는 것은 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것도 사실임을 깨달았다. 즉, 내 고통의 달콤함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본문 112~113쪽)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대가임을 또 한 번 인정하게 된다. 마르케스는 일견 도발적이고 파격적일 수 있는 소재를 대단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로 승화시킨다. 그 속에는 늙음과 소외와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의 모멸과 치욕이 있으며, 그러나 저속하고 비루한 것들에 굴복하지 않는 자존과 위엄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마지막 남은 단 하루조차도 “살아있음” 그 자체의 경이를 예찬하는 작가의 도저한 에너지가 있다.
‘서글픈 언덕’은 사랑은 상호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 있으면서 그를 느끼기만 해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 인생의 황혼기에 집필한 이 작품에서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그 어떤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그걸절대로 잊지 않게 해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기억의 고통스러운 강이라기보다는, 현재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예스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