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5월의 책

존엄한 죽음

최철주 / 메디치미디어 / 248쪽 / 15,000원 / 2017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시작한 죽음 공부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야기하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지만 누구라도 피하고 싶은 것이 죽음이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죽음을 외면한다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내 삶의 마지막 순간이 자신과 가족에게 고통만 남긴다면 어떨까. 의학기술의 발달은 생명을 연장시켰지만, 그 이면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도 적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나 살 때까지 살 것인가, 죽을 때까지 살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다.
저자는 딸과 부인을 먼저 떠나보내며 본격적으로 죽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이별의 아픔을 보듬고 극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05년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호스피스 아카데미 고위과정을 수료하면서 미국, 일본 등의 존엄사 문제를 취재해왔다. 이후 웰다잉 강사와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죽음 공부를 이어오고 있다.
저자는 오랜 기자 경력으로 우리네 죽음의 모습을 생생하고 담담하게 포착해내며 존엄한 죽음에 마음 열기를 제안한다. 책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유도 이 문제에 대해 질문해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사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 책은 2018년 2월 웰다잉법 시행을 앞두고 환자의 존엄과 가족의 평화를 지켜줄,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내서다.

웰다잉을 말하면서도 아무런 준비가 없는 우리
결국 내 죽음은 내가 결정해야 한다
이제는 책뿐만 아니라 TV에서도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름답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남아 있는 시간을 후회 없이 보내야 한다는 생각의 온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데에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저자는 일상과 현장에서 인식과 현실의 모순을 목격해왔다. 예를 들어 노년의 부모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자녀들과 이야기하기를 민망해하고, 자녀들은 부모의 죽음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껄끄럽기만 하다. 저자에 따르면 부모의 죽음 앞에 자녀들의 효도라는 관념은 체면치레로 변질되고 불효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워한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환자가 임종과정에 이르렀을 때 주변의 말과 시선들 때문에 연명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이라도, 아니 가까운 사람일수록 내 죽음에 대해서는 더 말하기가 어렵다. 저자가 “이 문제는 내 뜻대로 끌고 가는 것이 가족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겠다”라고 판단한 이유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일종의 유언장인 ‘우리 가족을 위한 서약서’ 작성에 얽힌 에피소드에서는 이런 생각에 닿은 과정이 자세히 드러난다. 관념적인 내용보다 실제로 죽음이 다가왔을 때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책에 담았다.

죽음의 자기결정권은 생명권을 침해하는가
웰다잉법 시행에 앞서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2016년 웰다잉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 2018년 2월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약 2년의 유예기간에도 준비는 미비하다. 2008년 연명치료 중단과 존엄사법 허용 논쟁을 일으킨 ‘김할머니 사건’ 이후 진통 끝에 제정된 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과 규칙이 마련되어있지 못하다.
저자는 헌법 제10조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언급한다. 나아가 여기서 행복이란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찾는 것이고, 자신의 존엄과 가치도 그 안에 있다고 말한다. 연명치료 중단이 생명을 단축한다고 해서, 환자의 의지에 반하여 인위적으로 신체를 침해한다면 이는 행복추구권에 어긋나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타인이 내 죽음에 개입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웰다잉 강사로 활동했던 저자는 강의를 들으러 오는 이들과 호스피스 병동의 풍경은 물론, 의료현장에서도 죽음이 외면받는 현실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저자에 따르면 당사자가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담당 의사를 통해 작성하는 ‘연명의료 계획서’도 일상과 현장에서 제대로 알려져 있지 못하다. 법 시행을 앞두고 죽음에 대한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인간답게 떠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이야기하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할 때에야 비로소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사람들은 곧 죽음이 곁에 있다는 것을 다시 잊어버린다. 저자가 만나온 각계각층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의 ‘1장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서는 아내와 딸을 떠나보낸 뒤 남은 가족들과 식탁 앞에서 죽음에 대한 토론을 하는 과정을, ‘2장 우리는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가’에서는 우리 주변의 안타까운 죽음과 위로의 기술들을 풀어내고 있다. ‘3장 존엄한 죽음에 마음 열기’에서는 여러 웰다잉 강연에서 자주 받았던 질문에 답했고, ‘4장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의사들의 죽음 교육에 앞장서 있는 교수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중 저자가 특별히 공들여 쓴 부분은 3장이다. 죽음이라는 문제를 맞닥뜨리는 사람들이 자주 질문해오는 내용들을 망라했다. 또한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으며 죽음에 대한 인식은 어디까지 와있는지가 나타난다. 독자들은 왜 죽음을 공부하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살아 있는 동안 살 것인가, 죽을 때까지 살 것인가
존엄한 죽음이 남기는 정신적 유산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신만은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간다. 가족들이 환자의 유언을 배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장의 의사들은 단지 죽음을 늦추기에 열중이다. 그 결과는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연명치료다.
지난해 10월 자궁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 받은 91세의 할머니가 미국 횡단 여행을 마무리하고 세상을 떠났다. 노마 진 바우어슈미트는 병원에서의 치료 대신에 가족 함께하는 여행을 선택했다. 페이스북 ‘드라이빙 미스 노마’를 통해 알려진 이 이야기는 삶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이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이처럼 죽음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엄과 가족의 평화를 지켜줄 수 있다. 또 노마의 경우에서처럼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유산을 남겨주기도 한다. 그 유산이란 마지막 순간에 대한 추억, 죽음이 단순한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라는 깨달음이다.

저 : 최철주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970년 (주)중앙일보, 동양방송에 입사한 후 TV 방송사에서 10년, 신문사에서 26년 동안 정치, 사회, 국제 분야 기자로 활동했다. 중앙일보 경제부장, 일본총국장, 편집국장, 논설위원실장, 논설고문 등을 지냈으며, 중앙방송 대표이사로 방송경영을 맡기도 했다. 세계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9년, 주요 산유국 현장을 돌아다니며 「세계의 석유전쟁, 미래의 도전」을 제작해 대한민국 방송상을 받았으며, 1989년에는 구소련 체제하의 사할린에 들어가 일제시대에 끌려간 한국동포의 생활상을 최초로 보도해 관훈클럽의 제1회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2004년부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탐사보도 강좌를 개설했다. 2005년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호스피스 아카테미 고위과정을 이수하고 우리의 삶과 죽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저서로 『해피...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2008), 『이별 서약』(2014)이 있다.

* 예스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