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1월의 책

고종석의 낭만미래

고종석, 곰, 248쪽, 11,000원, 2013년.


 

갈등의 나라 한국, 우리는 왜 늘 갈등하고 반목하는가
갈등과 반목을 유발하는 의제에 대해 지식인의 입장을 묻는다!

▣ 지식인에게 당대의 첨예한 의제에 대해 분명한 태도와 입장을 묻는 ‘지식과 책임’ 총서

웅진씽크빅 단행본사업본부의 문학임프린트 ‘곰’이 야심차게 인문서를 론칭한다. ‘지식과 책임’ 총서가 바로 그것이다. 1차로 그동안 ‘자유주의’가 거느리는 상이한 포지션에서 활발한 정치비평과 사회적 발언을 수행한 복거일, 고종석의 책을 펴낸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간단히 일별할 때,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서 지식인들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식인은 그 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을 직시하고 그것을 풀 수 있는 유효한 논제들을 제공하면서 당대의 한계와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들을 모색했는데, 그것은 실질적으로 사회의 진화와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더욱이 유교적 농경사회로 출발, 산업화와 민주화, 디지털 혁명과 금융자본주의 등 급변의 시간을 거치는 동안 도저한 가치 혼란을 겪은 우리 사회는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현실 발언과 그들이 선취해 제공하는 전망을 통해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확보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식인들에 의해 축적된, 우리 사회 공공의 지적 자산은 우리의 지적, 문화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간주되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회적 불안 요소가 상존하고, 갈등과 대립, 반목이 심화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전제하면서, 지식인 사회가 과연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를 올곧게 수행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것에 긍정적인 대답할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본권력이나 정치세력, 혹은 언론권력 등과 결탁한 지식인들이 진영 논리에 입각해, 기회주의적인 행태와 비판을 위한 비판 같은 맹목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우리 사회 가치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킨 측면 또한 있다. 이 혼란은 운명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여러 입장들의 차이와 태도들, 관점들이 서로 자신을 절대적 선이라고 윽박지르는 과정에서 매우 공고해졌다.

▣ 갈등천국 대한민국 - 지식인에게 책임을 묻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선진사회를, 불안과 혼란이 줄어든 사회, 예측 가능한 사회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요소를 줄이는 실제적인 노력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빈부간의 갈등과 대립이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정치적인 현안이나 경제적 이슈가 새로 대두될 때마다 물러설 곳 없는 이들처럼 사활을 걸고 치고받는다. 여기서 지면 끝장이라는 비장함 뒤에서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이성은 숨을 못 쉬고 질식사한다.
곰 편집부에서는 ‘지식과 책임’ 총서를 통해, 기도폐쇄의 현실에 직면해 있는 갈등의 나라 한국사회에 생산적인 논의의 장을 만들고 이 자리에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을 초청해,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들어보는 시도를 하고자 했다. 이 기획을 처음 기안하면서 기획자는 두 분 선생님께 직설적으로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은 사형제를 반대하십니까 찬성하십니까. 그것에 분명한 답을 하시고 선생님이 동원할 수 있는 사상이나 철학, 인문적 지식을 모두 동원해 그 대답의 근거를 설명하십시오.” 이런 식으로 편집부는 안락사, 동성결혼, 낙태, 학생인권과 교권, 양심적 병역거부 등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의 의제들을 물었고 두 분의 저자는 이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고종석의 낭만미래』와 『복거일의 자유롭게 한 걸음』이다.

▣ 절필을 선언한 고종석이 어떻게 신간을?

고종석은 개성이 강한 문제적 지식인이다. 언론인이자 작가로서, 실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비정규직인 지위가 표상하는 ‘불안과 회의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가장 명료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저서에서 정확하고 아름다운 산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가진 의뭉스러운 속성과 그것이 소구되는 왜곡된 형편의 본질을 민망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그런 과정에서 그가 일관되게 보여준 것은 가치편향과 허위와 위선의 세태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그는 균형을 잃지 않는 것들의 옳음과 아름다움을 옹호하는 일관된 노력을 계속해온 것이다. 그런 고종석이 돌연 올 초 절필을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라움과 의문을 금치 못했다. 그것이, 그가 바뀔 수 있으리라 믿었던 꿈의 좌절에 따른 자괴감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피로감과 무력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종석이라는 자유로운 지식인은 본인 스스로 투항하고 유폐의 길을 택한 것이다. 사실상 그의 이 절필 원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출판사가 뽑아서 정리한 질문에 대해 그가 인터뷰이의 입장에서 서면 답변을 한 것이므로, 엄밀한 의미의 자발적 저술이나 집필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자신도 책을 펴내면서 절필 당시 그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고종석의 낭만미래』에서 고종석은 어떤 것들을 말했나?

이 책 속에서 고종석이 답하고 있는 문제는 크게 보면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현안 대부분이라고 보여진다. 고종석은 이 책의 권두에 주어진, 자유주의자로 자신이 명명되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느냐는 질문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하면서 이 책이 부여하고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책무에 대한 자신의 스탠스를 점검하고 있다.
“‘국민윤리’라는 과목에서 마르크스주의 비판을 배우며 그걸 비웃던 대학생 시절을 포함해서, 제가 마르크스주의자, 또는 혁명적 사회주의자였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집단에 대한 공포가 있었으니까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이성을 잃은 집단의 광기에 대한 공포였겠지요. 아니, 그건 때로 이성의 광기에 대한 공포이기도 했어요. 좌파의 군중적 광기는 흔히 이성의 광기이기도 하니까요. 이성과 광기라는 말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의 광기, 과학자들의 광기,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발현되는 광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죠. 그 시절 한국 신문에 보도되던 중국 문화대혁명의 홍위병들은 집단적 광기에 대한 제 공포를 더 강화했어요.”
그는 이처럼 자신이 자유주의자로 살아가게 되는 기나긴 여정의 기원을 밝히면서 이 책 속에서 가혹하게 주어지는 질문인 사형제와 안락사, 학생인권, 성적소수자, 낙태, 이념 갈등, 동물을 먹는다는 것 같은, 옹호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문제들을 특유의 치밀한 논리와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답변한다.
고종석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이념 대립’의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분명한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다. 보수와 진보의 다툼이 시끄러운 것은 “이 다툼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밥그릇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하면서, “한국에서, 정치적 대립은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사적 이익의 대립”일 뿐이라는 것이다.

매우 민감한 의제에 해당하는 사형제에 대해서도 고종석은 반대의 의견을 분명하게 피력한다. 고종석은 프랑스의 단두대의 야만성을 폭로했던 빅토르 위고의 말과 대중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사형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미테랑 전 대통령의 사례를 매우 치밀하게 인용하면서 사형제 반대론의 부합성을 견고한 논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오심의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설득력이 있는 대목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인간의 능력을 벗어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생명권을 빼앗는 것은 재산권이나 자유권의 박탈과는 달리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주의자 고종석은 또한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에 대해서도 확고한 소신발언을 한다.
“자유주의자로서 제 입장은 단호합니다. 말할 나위 없이 폐지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이 양심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부정한다면 자신이 자유주의임을 부정하는 겁니다. 자유주의자가 그리도 높이 떠받드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하니까요. 그리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 자유니까요.”
이렇게 말하면서 저자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동의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반대하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 올리버 웬델 홈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자기가 동의하는 사상에 대해서야 마르크스주의자들도 파시스트들도 자유를 보장하”는게 당연한데, “자유주의자가 그들과 다른 점은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라는 말로, 자유주의적 양심으로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지한다.
이밖에도 고종석은 이 책 속에서 깊은 통찰과 해박한 주변지식, 그리고 산뜻한 논리로 우리사회의 갈등을 유발하는, 하지만 좀처럼 합의나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의제들에 대해서 명쾌한 입장을 표명해나간다.

▣ 인터뷰를 마치며

“이 인터뷰에서 내가 털어놓은 생각에 공감하는 이들보다는 반대하는 이들이 더 많을 거라고 넘겨짚어 본다. 그것은 내가, 이제는 접어버린 글쓰기를 통해서, 늘 취했던 소수자 입장과 관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수자는 한 공동체의 응달에 있게 마련이고, 그 응달을 찾아가 그 소수자들과 함께 있는 것은 자유주의자의 가장 큰 임무다. 더 나아가, 소수자 감수성은 자유주의자의 자질이라고까지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 튼튼한 논거를 갖춘 의견이라 할지라도 반대 의견자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의견을 지닌 이들의 신념을 강화하는 데만 기여하기 십상이다. 이 인터뷰에서 펼친 내 의견도 결국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내 의견이 반대자들을 설득하지는 못할지라도, 그이들에게 어떤 ‘이질적 사유’의 실마리를 줄 수 있기 바란다.”

▣ 지식과 책임 총서를 펴내며

우리시대 지식인에게 책임을 묻다

사회의 보편적 함의에 대한 반성적 긴장과 구성원들의 지지 및 비판적 격려를 통해 성장한 지식인은, 자신의 사상적 자양이 되어준 당대에 자신의 지혜를 되돌려줄 의무를 지닌다. 그것은 사회와 지식인 사이에 체결된 일종의 계약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지식인의 관심과 참여는 보다 나은 미래의 삶을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근현대사와 분단이라는 특별한 정치문화적인 환경 때문인지 우리 사회에는 고질적으로 풀리지 않는, 다시 말해 생산적인 논의가 중단되어 있는 허다한 어젠다들이 산적해 있다. 각기 상이한 가치와 도덕의 기준으로부터 촉발된 이러한 대립과 반목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오랜 시간 동안 불가능한 이상으로 간주하게 만들었다. 이에 ‘웅진문학임프린트 곰’의 편집부는 적대적 비판과 냉소적 유예만 있을 뿐, 생산적인 소통이 없는 기도폐쇄의 현실에 깊은 우려를 하면서 당대의 책임 있는 지식인과 문화예술인들에게, 이 사회가 부여한 소임과 책무가 무엇인지를 정면에서 묻고자 했다. 그들로 하여금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의제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신과 철학을 명징하게 밝혀 생산적인 논의를 촉발시키고 그 내용을 구성원들 및 후배 세대들에게 기부하는 것으로 ‘지식인의 책임’을 실천하게 하자는 것이 그 물음의 내용이다.

이와 같은 인식하에, 곰 편집부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제 중 입장이 첨예하게 갈려 있는 것을 신중하게 정리했는데 여기에서 다뤄진 의제들은 사형제도, 낙태, 안락사 및 존엄사, 동성애, 이념갈등, 양심적 병역거부, 국가보안법, 경제민주화, 영어공용어 문제 등 근본적인 가치와 도덕관에 따라 상대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채 생산적인 논의들이 사실상 중단되어 있는 것들이다. ‘웅진문학임프린트 곰’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 우리 사회의 해묵은 대립과 갈등에서 불거지는 소모적인 상처들이 치유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사회적 공의를 만들며, 현재보다 더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미래 사회의 도래를 향한 꿈을 독자들과 함께 꾸고자 한다.

고종석 Koh, Johng-Seok,高宗錫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그를 정서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눈물을 훔쳐내며 읽은 심훈의 『상록수』이며, 그를 지적으로 압도한 최초의 책은 고등학교에서 내쳐져 자유롭던 열 일곱 살 때 골방에서 담배 피우기를 익히며 읽은 노먼 루이스의 『워드 파워 메이드 이지』다. 그는 자신의 문체에서 에릭 시걸과 김현과 복거일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자신의 생각에서 칼 포퍼와 김우창과 강준만을 느낀다.

「코리아타임스」, 「한겨레신문」, 「시사저널」 등지에서 스물 두 해 동... 간결하면서도 냉철한 글로 유명한 고종석은 이 시대 유명한 저널리스트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과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언어학 석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 법학과 언어학을 공부했지만 문학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가진 그는 24세에 한 영어 일간지의 기자가 된 이 후 지금까지 직업적 저널리스트 생활을 해 왔다. 좋아하는 작가는 애거서 크리스티, 에릭 시걸, 존 그리셤 같은 영어권의 대중 소설가이고, 저널리즘에 대한 취향이 까다로운 그가 선택한 신문은 르몽드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정도이다.

지은 책으로는 사회비평집《서얼단상》《바리에떼》《자유의 무늬》《신성동맹과 함께 살기》《경계 긋기의 어려움》, 문화비평집 《감염된 언어》《코드 훔치기》《말들의 풍경》, 한국어 크로키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어루만지다》《언문세설》《국어의 풍경들》, 역사인물 크로키《여자들》《히스토리아》《발자국》, 영어 크로키《고종석의 영어 이야기》, 시 평론집 《모국어의 속살》, 장편소설《기자들》《독고준》《해피 패밀리》, 소설집《제망매》《엘리아의 제야》, 여행기《도시의 기억》, 서간집《고종석의 유럽통신》, 독서일기《책 읽기, 책 일기》들이 있다.

* 예스24에서.